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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데이트/“제가 간호사 맞습니다, 맞고요”

제가 간호사 맞습니다

등록일 2003년08월0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백의의 천사’로 불리며 금남의 영역으로 여성만을 위한 전문 직종이라고 인식돼 온 간호사. 그러나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당당히 간호사 대열에 합류한 듬직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남자간호사 이평기(29?순천향대천안병원 신경정신과)씨를 만났다.이 간호사가 근무하는 부서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환자들을 돌보는 신경정신과 병동이다. 신경정신과 병동은 입구부터 굳게 닫힌 철문 앞에서 철저한 예비절차를 거쳐 통과할 수 있었다. “신경정신과병동 이평기 간호사입니다.”“…”“아닙니다. 제가 간호사 맞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인터뷰 도중 걸려온 전화를 받는 이 간호사의 목소리에서 상대방이 남자간호사에 대해 익숙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어느 병동보다 환우들의 사소한 부분까지 세심한 관찰이 요구되는 업무. 그것도 하늘 같은 선배 여간호사들 틈을 비집고 생활하는 이 간호사의 모습이 상당한 흥미를 끌었다. 그에 앞서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그가 왜 간호사 길을 택했는지, 대학 재학시절 여학생들 틈에서 어떻게 학교생활을 마쳤는지 궁금했다.이 간호사는 건국이후 최대의 위기였다는 IMF 원년(97년) 출판학과를 졸업했다. 당시 어렵게 공채로 입사한 회사가 심각한 경영난을 못이겨 좌초됐다. 결국 이씨는 실직상태에 빠졌다.때마침 평소 존경하던 교수님이 간호사로의 진로변경을 권유했다. 당시 고민 끝에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진로를 수정해 여기까지 온 것이다.처음엔 새로운 영역에 진입한다는 사실에 기대반 두려움 반이었다. 당시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고정관념이 파괴되는 다양한 사회적 의식변화 현상이 큰 용기를 줬다.당시 이씨가 입학한 간호학과는 정원 1백60명 중 남학생이 4명이었다. 서로 위안을 삼으려 했지만 1명은 해외로, 2명은 군대로 빠져나가고 말았다. 결국 혼자서 3년을 여학생들 틈에서 보내야 했다. 학교생활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점차 환경에 적응하며 여학생 틈에서 지낸 시절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남녀 차별이 정말 심하다고 느꼈을 때는 다름아닌 국가고시 시험장이었습니다. 남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더라구요.”이 간호사의 말에 따르면 남자고교에 시험장소를 배정받아 8시간 동안 시험을 치렀다. 그러나 여성을 위한 학교측의 지나친 배려(?) 덕분에 모든 화장실은 여성 전용이 돼버렸다. 결국 이 간호사는 뒤늦게 학교 측의 협조를 얻어 경비실에 딸린 예비화장실을 이용했는데 간호사가 되기 위한 가장 끔찍한(?)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이평기 간호사가 순천향대 천안병원에 몸담은 지는 이제 6개월째다. 자신을 제외한 6명의 선배 간호사들과 3교대로 근무하는 병원생활이 이제 제법 익숙해졌다. 앞으로 입사할 남자 간호사들에게 충고해 줄 말들도 꼼꼼이 챙긴다.그가 후배들에게 해 줄 충고는 자신의 목표이기도 한 “환우들에게 신뢰받는 좋은 간호사”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그는 오늘도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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