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는 내 인생입니다. 이번에는 농민집회현장을 찾아 다니며 농민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고 싶었습니다.”지난 14일(월) 오후2시 천안역 광장에는 천안농민회(회장 정진옥)소속 농민 20여명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국회비준저지를 위한 집회를 열고 있었다. 7월 중순 한낮의 타는 듯한 뜨거운 햇볕과 찜통더위 속에서 그늘 하나 없는 광장 한가운데 둘러앉은 농민들의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농민시위대 건너편엔 몸놀림이 매우 불편해 보이는 한 젊은 청년이 눈에 들어왔다. 이 청년의 이름은 백우람(21·경기도 용인시). 대구예술대 사진영상학과 2학년에 재학중이라고 소개한 이 젊은이는 장래 현장감 넘치는 모습을 전달할 사진기자를 꿈꾸는 뇌성마비 장애인이었다.백우람씨는 자신의 카메라에 담긴 영상물들을 다큐멘터리로 제작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정한 소재는 농촌과 농민에 대한 내용이다. 그는 처음엔 가장 왕성한 생명력을 보이는 한여름에 농촌 현장에서 땀방울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부지런한 농민들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그러나 요즘 한·칠레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 문제를 앞두고 논밭이 아닌 빌딩숲과 아스팔트 거리로 쏟아져 나온 농민들의 모습이 먼저 눈에 띄었다. 그래서 거리로 나온 농민들의 강한 절규와 몸짓들을 카메라에 담기로 마음을 바꿨다. 지난주엔 영남권 농민들의 한칠레 FTA저지를 위한 시위현장을 다니며 그들의 몸짓을 카메라에 담았다.이날 천안역을 찾게 된 것은 “인터넷 서핑 중 지역언론을 통해 천안농민회 집회소식을 접하고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백우람씨는 자신의 목표와 계획에 맞는 촬영지가 결정되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간다. 몸은 불편하지만 사진에 대한 열정 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백우람씨의 이동수단은 주로 기차나 버스를 이용한다.촬영일정이 끝나면 전시회도 가질 예정이다. 이어 또 다른 주제를 가지고 전국으로 사진촬영을 떠날 계획이다.백우람씨는 “다음 촬영지는 집회와 시위현장이 아닌 농촌 들녘에서 풍요로운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농민의 모습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