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의 흙에 인생을 걸겠다. 전 국민의 식탁에 생명이 넘치는 전통자기를 꼭 올려놓을 것이다. 멋진 한판 승부가 될 것 같은 괜찮은 예감이다.”자신의 인생을 한줌의 흙에 걸고 정면승부를 펼치겠다는 신세대 도예가 이문근씨(32?송요도예공방).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작업장에서 보내거나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는데 보낸다. 이문근씨가 추구하는 작품세계는 실용성과 예술성이 조화를 이룬 전통자기다. 이씨는 “아무리 예술성이 뛰어난 훌륭한 작품이라 하더라도 실용성이 가미되지 않는다면 대중의 사랑을 받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또한 “진정 훌륭한 공예품은 만드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만들어진 이후 사람들이 얼마나 실용적으로 사용하는지 여부에 따라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다”고 덧붙였다. 도자기 한점이 탄생하기 까지는 도공이 생명을 불어넣지만, 탄생한 후에는 그 도자기를 이용하는 사람의 손길에서 새 생명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이씨는 자신이 흙을 빚어 만든 도자기나 각종 액세서리 등 작품들이 가마에서 구워져 나올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의 행복감이 최고조에 달한 것은 지난달 열렸던 제33회 충남공예품대전에 출품한 작품이 영예의 대상(작은 사진)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충남공예품대전은 백제 장인정신의 맥을 이어 계승하자는 차원에서 매년 충남도 주최로 열리는 행사다.이번 대전에 이문근씨는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전통 다기세트를 출품했다. 이씨의 작품은 백자토와 산청토를 이용해 1천2백50도의 온도로 구워 밤나무 껍질과 소나무 솔잎을 장시간 우려 결이 간 부분에 무늬를 입힘으로써 전통미와 더불어 세련미를 강조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기형태는 전통기법에 따라 정확히 성형제작했고 편리성과 더불어 실용적인 디자인에 중점을 둔 작품이다.이씨는 이번 다기세트 한 점을 탄생시키기 위해 다도(茶道) 연구가, 전통찻집 등을 두루 돌며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들의 모든 의견을 모아 실용성을 바탕으로 한 예술작품을 완성했다.결국 이씨의 이러한 노력들이 업계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에게 가장 후한 점수를 받은 것이다. 이문근씨의 전통자기는 1백%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그러다보니 작품 한 점 탄생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노력은 만만치가 않다. 공예가가 일일이 손으로 제작한 작품은 아무리 정교하다 해도 크기나 두께가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모양의 작품이라도 기계로 대량 생산한 제품과는 전혀 새로운 멋과 매력을 발산한다. 스무평이 채 안 되는 아담한 공방. 공방 한켠에는 그의 완성된 작품들이 전시돼 있고, 반대편엔 물레에서 갓 벗어난 물기도 가시지 않은 작품들이 진열돼 있다.작업장 밖으로 연결된 통로에는 가마가 설치됐다. 작업장 벽면엔 도자기를 체험하기 위해 방문했던 일반 수강생들이 남기고 간 흔적(흙물이 튀켜 얼룩진)들이 그 자체로도 멋진 예술작품처럼 보였다. 송요도예공방(☎579-7994)에는 신세대 도예가 이문근씨의 예술혼이 흙냄새와 함께 짙게 배어 있다. 한줌의 흙이 아름다운 전통자기로 재 탄생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이문근씨가 인생을 걸겠다고 한 말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