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실익은 무시한 채 회원조합 발전까지 가로막는 시군지부 철폐를 주장하는 농민들이 농협중앙회 천안시지부 현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밀려오는 거센 개방의 물결앞에 우리 먹거리는 하나 둘 설자리를 잃고, 농민들은 기본 생존권마저 박탈당하고 있다. 올해만 10여명의 농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농산물 가격폭락, 농가부채, 참담한 현실은 죽음보다 못한 삶을 강요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농민들이 신음하고 있다.”지난 8일(화) 오후 2시 천안시 신부동 농협중앙회 천안시지부 앞에는 천안시농촌지도자연합회(회장 박철순) 천안시농업경영인회(회장 황형석), 천안시생활개선회(회장 최민자), 천안농민회(회장 정진옥), 천안시여성농업인회(회장 장숙영) 천안시 4H연합회(회장 한덕수), 농협노조 천안지부(지부장 이재복) 등이 참석한 가운데 농협개혁과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 저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같은 시각 서울 충정로 농협중앙회 본사 앞에서는 전국 9개 농민단체 회원들이 ‘한·칠레 FTA 비준저지 및 농협개혁을 위한 농민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와 함께 전국 1빽30여개 농협중앙회 시도지역본부와 시군지부에서도 ▲신용·경제사업 분리 ▲시군지부 폐지 ▲시도본부장 조합장 출신 선출제 실시를 촉구하는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이날 천안농민연대 소속 1백여명의 농민들은 ‘농협개혁과 한·칠레 FTA비준 저지를 위한 천안시농민결의대회’를 가졌다.천안시농업경영인회 황형석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진정한 농민조합원의 조합을 만들라는 농민들의 강력한 요구와 반농업적인 한칠레 FTA국회비준 저지를 위해 천안지역 농민들이 단합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천안농민회 정진옥 회장은 연대사를 통해 “농민이 꿈꾸는 농민이 잘사는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 농협개혁과 한·칠레 FTA 저지는 반드시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집회를 마친후 농민들은 3개팀으로 나눠 선전전을 펼쳤다. 한 팀은 농협중앙회 앞 길목에서 농협개혁의 당위성을 열거한 전단지를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서명운동을 벌였다. 두 번째 팀은 농협중앙회 천안시지부 접수창구에서 고객번호표를 나눠갖고 순번을 기다리며 예금과 출금을 반복하는 업무마비시위를 벌였다. 이로인해 농협을 찾은 일반 고객들이 혼선을 겪었고, 되돌아가는 사태가 발생했다.이에 대해 농민연대측은 “지난 40여년간 우리나라 농촌과 농업을 위한다며 관치금융의 특혜를 누려온 농협이 이제는 농민을 담보로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거대한 공룡으로 변했다”며 “농민조합원을 위한 본연의 위치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돈장사만을 일삼는 시 지부 폐지가 첫 걸음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이어 농민연대 집행부는 농협중앙회 천안시지부장실로 진입해 곽호설 지부장과 면담을 가졌다. 농민연대측은 농민들의 농협개혁 요구안을 제시하고 상부기관에 지역농민의 의사를 전달할 것을 요구했다.이에 대해 곽호설 지부장은 “농민들의 주장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시군지부는 나름대로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제도적,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면 그것은 중앙회 본사나 국회에서 처리할 문제”라고 말했다.농민연대가 농협개혁, FTA저지를 주장하는 이유농민연대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업은 쌀을 제외하면 자급률이 5%, 쌀을 포함해도 30%를 넘지 못한다고 한다. 이러한 농업현실에서 농민들이 농업을 지키자고 주장하는 것을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가는 처사는 정부나 국민모두 식량주권을 포기한 채 외국농산물에 의존하려는 무모한 처사라는 것이다. 정부를 비롯한 사회적 분위기가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사회적 가치를 무시한 채 시대적 추세로 몰아부치는 것은 결국 자멸을 초래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농업과 농촌을 일시에 붕괴시키는 한칠레FTA, 농민이 주인임에도 주인을 위한 조합이 되지 못하는 협동조합, 정부의 잘못된 농업정책에 늘어가는 농가부채를 모두 농민의 책임으로 전가시키는 것은 정부의 농민말살 음모라고.먼저 농협중앙회는 그동안 농협개혁을 위해 농협중앙회, 학계, 농민단체들로 구성된 농협개혁위원회를 6차례에 걸쳐 진행해 왔으나 단 한가지의 타협안도 찾지 못했다. 이에 농민들은 논의와 협상으로는 농협중앙회을 개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으로 신용경제사업분리, 시군지부폐지, 시도지역본부장 조합원 중 선출 이라는 3가지 요구안을 가지고 단체농성에 들어간 것이다.둘째 농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세계적 흐름에 대한 시대의 대세로 몰아 7월 임시국회를 통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 움직임에 농민들은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2010년 모든 관세가 철폐되는 세계농업수출강국인 칠레와 체결하는 자유무역협정이 국내 농업을 희생하며 얻어야 할 만큼 큰 이익이 되는 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천안농민회-7월14일 국회의원 사무실 점거농성 추진한편 천안농민회(회장 정진옥)는 오는 14일(월)부터 29일(화)까지 임시국회 회기중에 천안출신 전용학(갑, 한나라) 함석재(을, 한나라) 국회의원 사무실을 점거, 한칠레FTA 국회비준저지 농성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천안농민회 박현희 사무국장은 “한·칠레 FTA가 국회비준을 거쳐 농산물 수입이 본격화 될 경우 천안의 대표농산물 포도나 배 등 과수농가의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따라서 전용학, 함석재 의원이 동료국회의원들에게 한칠레 FTA비준 저지에 앞장서 줄 것을 종용하는 한편, 모든 수단을 동원할 방침이라고 전했다.이와 함께 전국농민회 총연맹 차원에서도 임시국회 회기중에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국회의원 사무실 점거농성을 통해 국회를 압박하겠다는 방침이다.천안농민회는 전용학, 함석재 의원에게 ‘7월 임시국회에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강행처리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반대하며,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칠레자유무역협정이 처리된다면 농민들의 분노와 생존권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문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