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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교사, 남몰래 제자사랑

조폭 교사

등록일 2003년06월28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야! 조폭떴다.” “으악! 오늘 재수없게 또 걸렸네.”성정중학교(교장 이재성)에 재학중인 2천여명의 학생들에게 가장 큰 공포의 대상을 꼽으라면 단연 임상권(40) 체육교사를 꼽는다. 거기다 학생들 말로 조금 튄다(?) 싶으면 여지없이 임상권 교사의 레이다에 걸린다. 임 교사가 성정중학교에 부임하자마자 학생들에게 얻은 별명은 ‘조폭, 공포의 깍두기’ 등으로 임 교사의 교내 입지(?)를 짐작케 한다. 스포츠형으로 짧게 자른 머리와 운동으로 단련된 다부진 체격은 그의 별명에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학생들에게 이처럼 공포의 대상으로 지목되는 임상권 교사의 뒷모습엔 얼마나 따뜻하고 넓은 제자사랑이 자리잡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본인도 시 외곽의 임대아파트에서 넉넉지 못한 살림을 하면서도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을 자신의 가족 이상으로 몇 년째 보살피고 있다.임 교사의 하루는 새벽 2시30분부터 시작된다. 모 신문을 보급받아 천안시내 한 구역을 맡아 배포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신문배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불어도 단 하루도 거를 수 없는 고되고 힘든 일이다. 배포는 7시 무렵에야 끝난다. 이처럼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은 대부분 가정형편이 어려운 결손가정 학생들을 위해 쓰여진다. 임 교사는 자신의 생활비까지 줄이면서 어려운 학생들에게 남몰래 제자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그것도 사춘기 민감한 시기의 어린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실천하는 교육자의 모습으로 다가갔다. 처음엔 마음을 열지 않던 학생들도 계속되는 임 교사의 진실한 모습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J양은 할머니와 어렵게 살고 있다. 이 사실을 알고 임 교사는 매월 생활비와 생활필수품을 남모르게 전달해 줬다. 얼마전엔 무리해서 컴퓨터까지 마련해 줬다. 알콜중독에 걸린 아버지의 학대와 며칠째 굶어 영양실조에 시달리던 K군, 생활능력을 갖추지 못한 가정에서 학업 중단 위기에 놓인 L양, 소년소녀가장 등 임 교사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외면하지 못했다.임 교사는 “이 사회가 어린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조차 동등하게 주지 못한 채 좌절과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며 “교사의 입장에서 그들을 살피기엔 너무 힘이 모자라 안타깝다”고 말했다.공주사대 체육과 재학시절 육상 10종 경기로 전국대회 3위까지 올랐던 임 교사는 육상선수를 발굴해 세계 최고의 선수로 육성시키는 것이 가장 큰 희망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한계가 다하는 날까지 도움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김성진(48) 동료교사는 “임 선생님은 진정한 교육자의 길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다”며 “후배지만 존경할 만한 교사”라고 평했다.‘조폭, 공포의 깍두기’로 불리는 임상권 교사가 든든하고 삼촌 같은 편안한 존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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