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지역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시민의식수준만 탓할 것이 아니라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관리감독과 제도적 장치마련, 시설투자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천안시는 지난 96년부터 관내 대표적인 청정지역인 광덕계곡, 성거 만일사계곡, 북면 병천천계곡, 목천 유왕골계곡 등 4개 지역을 ‘자연발생유원지’로 지정 매년 7월1일부터 8월 말까지 운영하고 있다.시민들의 근거리 휴식처로 사랑받으며 올해로 8년째 이어지고 있는 자연발생유원지는 해마다 행락객들이 늘며 많은 문제점이 도출됐다. 그때마다 한시적 보완책이 나왔지만 근본적 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먼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이다. 청정지역 보전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안마련이 따라야 한다는 여론이 현지로부터 일고 있다.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한여름 날씨로 벌써부터 자연발생유원지를 찾는 인파가 늘고 있다. 그만큼 일찍 쓰레기가 쌓이고 산천이 멍들고 있다.시는 자연발생유원지의 이용객 편의를 위해 시비 5000만원을 투자해 급수대 3개소, 간이화장실 10개소를 신설키로 했다. 또한 기존 39개소는 보수하고, 쓰레기 수거함을 설치해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시의 한시적 보완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매년 수십만 인파가 다녀가는 자연발생유원지는 올해도 예외없이 한차례 몸살이 예견되고 있다. 악취 진동하는 청정지역자연발생유원지는 ▲광덕면 광덕리, 지장리, 보산원리, 대덕리, 신흥리 등 5개리 8개 지역 23㎞ 구간 ▲성거읍 천흥리 천흥저수지로부터 만일사, 구랑골, 기도원으로 이어지는 6㎞ 구간 ▲북면 은지리, 명덕리, 양곡리, 납안리, 대평리 등 11개리 6개 지구 27㎞ 구간 ▲목천읍 덕전2리 중리에서 유왕골로 이어지는 3㎞ 구간 등 총 연장 59㎞구간으로 산간계곡 및 하천으로 이뤄진 곳이다.이곳은 평소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시는 오는 7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62일간 자연발생유원지를 지정 운영한다고 밝혔다.시는 효율적인 운영과 관리를 위해 민간단체와 위탁관리 계약을 체결해 관리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자연발생유원지 운영기간에는 성인 1천원, 어린이 5백원의 입장료를 징수한다. 그 비용은 대부분 쓰레기 수집, 운반, 처리비용으로 사용된다.시의 대표적 청정지역인 그곳엔 이미 행락객들이 찾아들고 있다. 계곡 한가운데서 불 지피고 고기를 구워 먹는 등 취사행위를 하는 것은 보통이고 쓰레기를 태우거나 버린 흔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지난 18일(수) 취재기자가 방문한 성거읍 만일사 계곡은 몇 미터 간격으로 쓰레기가 쌓여 방치되고 있으며, 악취가 진동하는 것은 물론 파리·모기 등 해충이 들끓고 있었다.편의시설로 마련한 의자와 운동기구는 파손되거나 쓰레기 투기장소로 변해 있었다. 휴대용 가스통과 각종 쓰레기가 나뒹굴고, 평일임에도 불구 찾아든 행락객들은 곳곳에서 불을 지피고 고기를 굽거나 음주를 즐기고 있었다.간이화장실 문을 열자 악취와 오물로 정상적으로 이용하기엔 불가능해 보였다. 성거읍 천흥 2리 김병후 이장은 “계절에 관계 없이 주말이나 공휴일엔 50∼60팀의 행락객이 찾는다”며 “무단으로 버려지는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김 이장은 “자연발생유원지가 운영되는 기간에는 그나마 관리가 이뤄져 덜하지만 그 이외기간이 오히려 더 심각하다”고 덧붙였다.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북면의 경우 올해는 자연발생유원지를 운영할 단체가 없는 실정이다. 바쁜 영농철 인력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행락객의 입장료 만으로는 도저히 관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특히 한정된 인원으로 27㎞구간을 관리하는 자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무단 투기 쓰레기를 찾아 걷어내는 것도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류두형(63?전곡리) 북면 이장단협의회 회장은 “그동안 지역 민간단체들이 지역을 지키기 위한 사명감으로 관리를 맡아 왔지만 이제 한계에 달했다”며 “민간단체만의 힘으로는 도저히 관리나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까지 왔다”고 말했다.청정지역 원주민 원성 자자자연발생유원지는 한여름 피서철엔 주차공간이 없어 왕복 2차선 도로의 한쪽 차선은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광덕면과 북면은 주말과 공휴일엔 최고 인파가 하루 2만여명에 이른다. 이들이 주는 대민피해는 대단하다. 원주민의 농기계나 차량 통행을 어렵게 만들고 간혹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이용하기 불편한 간이 화장실을 대신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용변을 보기도 한다. 때론 고성방가와 풍기문란을 일삼기도 한다.요금을 징수하는 주민들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 쓰레기가 무단 투기되고, 취사구역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은 물론 통제도 할 수 없어 하천이 오염된다.휴일엔 수십톤의 어마어마한 쓰레기가 쌓이지만 제때 처리되지 않아 악취가 진동한다. 분리되지 않은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도 큰 문제다.시도때도 없이 자연발생유원지 인근 농가를 찾아와 화장실과 식수 제공을 요구하고 이를 거절할 경우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이 원주민들의 하소연.또한 급한 볼일이 생기거나 농산물을 출하하기 위해 외부로 나가려 해도 차량소통이 원할치 못해 피해를 입는 것은 고스란히 원주민들의 몫이다.청정지역과 상수역 보호구역 등의 이유로 온갖 규제에 얽매여 재산권 행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원주민들이 피서철엔 행락객들로 인해 이중 삼중의 고충을 겪고 있다.제도적 장치마련 시급부족한 주차공간, 식수대, 화장실 등에 대해 가장 큰 불편을 겪는 것은 일반 시민들인 행락객들도 마찬가지다.시민들은 체계적 관리나 편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자연발생유원지를 혐오하면서도 찾고 있다. 또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천안아산 환경운동연합 차수철 사무국장은 “시민들이 즐겨찾는 청정지역의 보존을 위해 특정기간 뿐만 아니라 연중 상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설보강, 예산편성, 인력투입 등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광덕계곡은 생태계 보전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며 “상하류 지역의 생태환경을 면밀히 파악한 후 일반인의 접근 허용지역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또한 상벌규정을 만들어 성수기 24시간 감시활동은 물론 위반자에 대한 무거운 패널티 부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천안농민회 김정수 총무부장은 “우리 민족에게 전통적으로 내려온 여름철에 집중되는 철렵문화를 시의 다양한 문화컨텐츠 개발로 분산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또한 “집단취사가 가능하도록 특정지역에 과감한 시설투자를 실시해 시민들이 민족고유의 철렵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 한다면 새로운 관광레저문화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피서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공연과 행사를 다양하게 기획해 시민들의 관심을 분산시키자고 덧붙였다. 특히 선심성 논란을 야기시키면서까지 천안시민체육대회를 비롯 매년 치뤄지는 일회용 소모성 행사에 투입되는 막대한 예산을 과감히 줄이고, 영구적인 문화시설투자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덧붙였다.김정수 총무부장은 “올해 새로운 대안마련이 어렵다면 우선적으로 농작물 훼손 및 도난, 쓰레기 투기, 고성방가, 풍기문란, 치안부재 등을 예방하기 위한 계도활동과 주말이나 공휴일 행락객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시기에 사소한 시비나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한 경찰력을 24시간 배치시킬 수 있도록 유관기관의 협조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