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서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계신 두 선생님께 병상에서나마 감사하다는 마음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몸을 추스려 새로운 삶의 희망과 용기를 다시 찾도록 하겠습니다.”김석호(44·가명)씨는 현재 간경화 합병증으로 생긴 위출혈로 순천향대학 천안병원에 입원중이다. 피를 토하며 심한 통증을 호소하던 김씨는 지난 5월23일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20일이 넘도록 입원 치료중이다. 김씨가 위급한 상황에서 병원으로 실려온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IMF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김씨가 지금처럼 야윈 모습으로 투병생활을 하리라곤 아무도 알지 못했다. IMF사태가 김씨 가족에게 가져다 준 시련과 현실적 절망은 너무나도 가혹한 것이었다.김씨는 98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하청을 받아 부분시공을 맡아 운영하던 건축업체 대표였다.IMF 이후 극도로 위축된 건설경기는 김씨를 나락의 문턱으로 내몰았다. 당시 3억원을 막지 못한 김씨는 결국 부도를 냈고 김씨는 아내와 두 자녀를 둔 단란했던 가정의 가장으로 몸서리치는 좌절과 패배감을 느꼈다.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김씨의 아내는 이후 닥쳐올 암담한 현실을 예감하며 집을 떠나 지금껏 돌아오지 않고 있다.하루아침에 쓰라린 좌절을 맛본 김씨는 하루하루 술로 방황하며 자학하기 시작했다. 방황의 나날이 1년 이상 지속되자 영양실조와 함께 건강은 극도로 악화돼 결국 간경화와 각종 합병증마저 찾아왔다. 그러다 어린 자녀에 대한 책임감으로 다시 정신을 차렸지만 그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병든 몸둥아리뿐이었다. 그 몸으로는 앞으로 경제활동 자체가 불가능했다.김씨는 현재 정부가 지급하는 생활보조금 50만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월세 20만원과 각종 공과금을 제외하면 생활비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하루하루를 억지로 살다시피 하는 것이다. 이 사정을 알게된 봉서초에 재직중인 두 명의 교사가 자모회 등의 협조를 얻어 일정 금액을 김씨에게 전달했다. 이에 김씨는 두 교사의 따뜻한 마음에서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며 감사의 뜻을 본보에 알려왔다. 하지만 해당교사들은 한사코 한 일이 없다며, 익명을 요구했다. 한편 김씨의 두 어린 자녀들은 어려운 가정 환경에도 불구 항상 밝은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적극적으로 해 나가고 있다.김씨가 다시 찾은 희망과 용기를 두 자녀에게서 찾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