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와 아산시 두 행정구역을 넘나들며 생활하는 시민들이 때로는 터무니 없는 굴레에 묶여 생활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사진은 삼일아파트 앞 천안시와 아산시 경계지역).
“주민들에게 천안시건 아산시건 행정구역이 주는 의미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다만 주민들의 편의가 두 행정기관이나 특정 집단의 이해에 볼모로 잡혀서는 안 된다.” 삼일아파트 한인섭 노인회장의 말이다. 천안시와 아산시의 경계지역인 음봉면 산동리와 탕정면 동산리에 걸쳐 단지를 조성한 삼일아파트. 이 곳은 총 11개 동으로 이뤄져 있으며 1천4백40세대에 5천여명이 살고 있다. 이곳은 행정구역상 아산시 관할이지만 생활 자체는 대부분 천안에서 이뤄진다. 거주민의 80% 이상이 천안지역에 직장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쇼핑이나 문화생활은 물론 학군까지도 천안으로 배정받는다. 반면 정체성이나 소속이 불분명해 두 행정기관으로부터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이기도 한다. 이곳 주민 중 원주민은 극히 드물다. 생활을 위해 전입한 인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세대주의 연령도 30대∼50대가 가장 높은 밀도를 보인다. 주민들은 두 지역간 정서적 이해 보다는 편의와 합리적인 생활보장이 최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천4백40세대 5천명이란 인구가 분포돼 있음에도 불구, 이들은 두 지자체간 불합리한 행정체계로 불편을 강요당하기도 한다.그 대표적인 문제가 버스노선과 종착지. 천안공단을 종점으로 운행하는 천안시 버스노선이 회차할 때 삼일아파트까지 와준다면 주민들은 생활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삼일아파트 관리사무소 김상태 소장은 “대부분 주민들의 행선지가 천안이다. 그렇다면 이 곳이 아산시 행정구역이지만 천안시내버스가 들어올 명분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 앞 버스매표소 앞에서 만난 김남순(61·여)씨는 “공단까지 걸어 가려면 너무 힘들다. 작은 짐이라도 있을 때는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주민들은 천안시나 아산시 또는 버스회사의 상호 이해가 얽혀 주민편의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두 지자체간 이해와 협조로 주민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지 않을까.그러나 경계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장점도 있다.삼일아파트 어린이들은 탕정면 소재 동덕초등학교에 입학한다. 동덕초는 지난 69년 개교해 농촌의 급격한 인구감소로 폐교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산시 관내에서는 유일하게 천안시로 학군배정을 받는 관계로 폐교 위기를 벗어났다.폐교 위기에 놓였던 지난 95년엔 전교생 수가 1백22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천안지역으로의 학군배정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해 학생수가 급팽창, 현재 학생수는 9백35명.올해 85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동덕초는 해마다 학생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입학생은 1백80명으로 졸업생의 두배를 넘었다. 택시를 이용할 경우 행정구역을 넘어설 때 부과되는 할증요금도 이곳에는 없다. 삼일아파트 앞에서 개인택시를 8년째 영업하는 김춘영(41)씨는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 80% 이상이 천안으로 가는 손님이다. 주 이용고객이 천안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할증 부과는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미 이곳 주민들은 천안시와 아산시의 행정구분 없이 생활권이 통합돼 있다. 따라서 기초자치단체가 주는 소속감은 무의미해 보였다. 거주지와 생활권이 다르다는 이유로 생활에 불편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