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이 부른 예고된 인재이번 참사는 안전불감증이 부른 예견된 인재였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더욱 큰 아쉬움을 남긴다.쌍용동 미라초등학교에서 축구를 위해 학교를 옮긴 이경진(11)군은 27일(목) 충무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치료중이었다. 보호자 대기실에서 만난 이군의 어머니 김종순(쌍용동)씨는 “처음엔 열악한 시설 때문에 합숙소 입소를 반대했다. 그러나 훈련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합류시키면서도 못내 불안했는데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천안초 40회 졸업생 김성열(62?천안향토사연구소장)씨는 이번 참사를 “어른들의 무관심이 야기시킨 인재”라고 규정하며 “충분히 예방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교육청이나 시청, 지역 체육단체 등에 수차례 시설보강을 건의했지만 번번이 묵살됐다는 주장.낙후된 합숙소 시설은 물론 전근대적인 훈련방식인 합숙문화에 대해서도 의문이 뒤따랐다. 충남교육위원회 양기탁 의장은 “어린 초등학생들까지 합숙을 시키며 강화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천안북일고 야구팀 김상국 감독도 합숙훈련 방식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다.김 감독은 “어린 학생들에게 전문 선수와 똑같은 훈련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일반 학생들과 동일한 교육을 받으며 운동은 취미로 즐기는 선이 적당하다. 지도자의 입장에서 당장 눈앞의 성적만을 강요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합숙여부는 따로 관계 규정이 없다”며 “도교육청에서도 초등학교의 선수 합숙은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낙후된 학교체육 여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공감했다. 특히 선수 합숙소 시설의 낙후 문제는 천안초뿐만이 아니라 전국 각급 학교의 공통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선문대 김해출(스포츠 교육학) 교수는 “이번 참사는 비단 천안초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초중고 운동부 숙소 중 소화전을 비롯한 각종 안전시설을 갖춘 곳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대부분 화재에 무방비 상태인 간이숙소를 사용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학교체육 혁신, 계기 삼아야천안초 참사를 계기로 합숙문화나 뒤떨어진 시설여건 등 학원체육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선문대 이형일(스포츠 과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학교체육의 현주소와 구조적 모순을 언급하며 학교체육의 체질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교수는 “일반 학생들의 체육활동 빈도는 낮아지는 반면 엘리트 선수의 집중육성은 수그러질 줄 모른다”고 말했다. 서구 유럽 등 스포츠 선진국과 정반대의 형태로 가고 있다는 우려다.이런 현상이 심화되는 원인으로 이 교수는 엘리트 위주의 체육특기생 양성과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서는 전국대회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하는 학교체육의 제도적 모순을 꼬집었다.결국 4강에 들기 위해 어릴 때부터 치열한 경쟁을 강요받으며 학업이나 인성개발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순위만을 최우선, 선수들을 단순히 득점이나 승리기계로 전락시키는 이같은 학교체육 풍토에 어린 선수들이 혹사당하고 있으며 이는 결코 선수 본인이나 국가 스포츠의 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또한 이 교수는 “단체종목은 스파르타식 합숙을 통한 전술훈련이 단기간에 가장 큰 경기력 향상 효과를 발휘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선·후배간 위계질서를 강요받거나 집단구타 등이 발생돼 조직에서 이탈하는 선수들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합숙문화가 일상화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특히 어릴 때부터 지나친 전술 중심의 훈련과 체력안배를 무시한 연습은 선수생명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도 학교체육의 문제점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 이진형 사무처장은 “학교체육은 엘리트 체육 틀에서 탈피, 사회체육으로 육성돼야 한다”고 말했다.전교조 충남지부는 성적지상주의에 기반한 합숙문화를 없애기 위해 정확한 실태조사와 함께 도교육청에 근본적인 대책 수립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충남교육청에 따르면 충남에는 천안초를 비롯 초등 12개교, 중학교 37개교, 고등학교 24개교 등에서 1천69명의 선수들이 합숙 훈련중이다.천안은 초등학교에서 천안초 말고도 성거초(축구부), 중학교에서는 천안중(축구?탁구), 천안북중(야구?태권도), 계광중(테니스), 성정중(정구)이 합숙소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