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는 사교의 장이며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서와 삶이 배어있다. 오랜만에 만나 푸짐한 한끼를 해결하던 곳. 지인들이 술 한잔 나누며 정담을 나누던 곳. 가마솥 걸고 장작불에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행인을 유혹하던 옛날식 국밥집이 아직도 존재한다. 그곳이 이제는 시장의 가장 큰 명물이 돼 있다.이곳은 지금도 만남의 장소, 사교의 장소, 추억 어린 향수를 달래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5일에 한 번씩 볼 수 있는 풍경, 상인들의 애환이 서린 그곳엔 정이 넘쳐 흐르고 있다.천막으로 둘러쳐진 독특한 풍경…‘성환 순대골목’매월 끝자리가 1일과 6일은 성환에 큰 장이 서는 날이다. 이 날은 시장 골목마다 각처에서 온 상인들이 보따리를 끌러 노점상을 차린다.오랜만에 만난 시장 사람들이 정담을 나누는 풍경 뒤로 보이는 천막에는 전혀 꾸미지 않은 간판이 걸려있다. 간판에는 ‘첫 번째집’‘두 번째집’… ‘다섯번째 집’이라고 순서가 매겨져 있다. 단순 나열된 숫자라는 점 이외에 어떤 또 다른 사연이 있는 듯했다. 시장 안에 있던 사람들이 연신 천막들 속을 드나들었다. 묵직한 전대를 두른 시장사람들부터 작업복 차림의 사람들, 멀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들까지 천막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정오가 가까워지자 더욱 많은 인파가 천막 앞에 모여들었다.포장을 열고 들어가보니 5일에 한 번씩 장날에만 영업하는 임시로 만들어진 허름한 간이식당이었다. 식당 안에는 공사장에나 있을 법한 나무 널빤지로 짜맞춘 투박하고 긴 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그 위에 노란색 장판지가 덧씌워져 시골집 마루바닥을 연상케 한다.천막 천장에 매달린 차림표는 국밥, 안주 큰 것과 작은 것, 그리고 소주 그것이 전부다. 천막의 한쪽 끝엔 커다란 무쇠솥 한가득 국밥이 끓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며 퍼지는 구수한 냄새는 이내 식욕을 자극한다. 커다란 국자로 가마솥을 휘젓는 아낙의 익숙한 손놀림, 그 옆엔 잘 갈아진 칼로 고기와 순대를 서걱서걱 썰고 있는 또 다른 아낙의 넉넉한 미소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이 언제부터 성환의 명물이 되었는지는 정확치 않지만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장터순대를 찾는 손님앞에 놓이는 음식은 국밥 한그릇, 김치와 깍두기, 새우젓이 전부다. 장날 한끼 식사로는 그것으로 충분하다.바로 이곳이 성환 장날에만 볼 수 있다는 대표적 향토음식인 순대골목이다. 장날엔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찾는 사람들도 있지만 장터국밥의 유혹에 이끌려 찾는 사람들도 많다.이 곳 국밥은 서울, 경기도 안성과 평택, 청주, 대전까지 소문이 퍼져있다. 처음엔 국밥집도 장이 열리던 하루만 영업을 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장사를 준비하기 위해 장날 전날 음식을 만들자 손님들이 하나둘 찾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이틀간 영업하고 있다.이제는 성환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대표적 풍물이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