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92일된 대근이의 몸무게는 1천2백86g입니다. 대근이는 지금 제 힘으로 우유를 먹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폐가 안 좋아 이뇨제를 쓰고 있답니다. 그러나 우리 대근이는 너끈히 극복할 겁니다.”지난해 10월23일 단국대 병원 분만실에서는 조산으로 25주 4일만에 7백89g의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대부분 아기들이 열 달을 채우고 평균 몸무게 3.5㎏으로 태어난다. 설상가상 아기는 출산 당시 왼쪽 다리마저 부러졌다.어머니 김순기(30)씨는 당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고통과 충격이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그 모든 책임이 엄마인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에 괴로워했다. 그러나 엄마의 그러한 고통이나 자책이 아이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그때부터 김순기씨는 미숙아에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과 미숙아를 키우고 있는 사람들의 경험담 등 모든 정보를 수집했고 이 세상에 홀로 버려진 듯한 망막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이런 과정에서 저는 이 작은 천사(아기)를 잘 키울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얼마 후 아기에게 대근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병원에서 각종 검사와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당시 대근이는 부러진 다리가 잘 붙지 않아 수술까지 가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조금씩 아물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숙아가 거쳐야 할 단계를 하나씩 거치게 됐다.패혈증 때문에 어린 몸으로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했고, 소화가 되지 않아 생후 45일째 되던 날 금식까지 해야 했다. 그후 열흘간 금식은 계속됐다. 이처럼 혹독한 시련에도 불구 대근이는 생후 54일째 되던 날 1천g을 넘겼다. 미숙아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미성숙한 폐라고 한다. 오랫동안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던 대근이의 폐에 상처가 나고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 특히 호흡기를 오래 달고 있으면 미숙아 망막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하루하루 지뢰밭을 걷는 기분이었다.생후 72일째 세 번째 시도만에 대근이는 드디어 호흡기를 떼냈다. 호흡기를 다시 달게 될까봐 노심초사했지만 다행히 잘 견뎌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산소공급도 중단시킬 수 있었다. 한쪽 눈이 망막증 1기라고 했으나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두려움없이 사랑한다는 말의 의미를 대근이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대근이를 작은 천사로 내게 주신 것도 세상을 넓고 깊게 보라는 뜻이라 생각합니다.”대근이 엄마 김순기씨는 하루하루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대근이를 볼 때 가장 행복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