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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유통매장 ‘지역무시’ 배짱-지역생산품 외면, 소비자·생산단체 공동 대응 필요

대형유통매장 ‘지역무시’

등록일 2003년03월15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천안에 입점한 대형유통매장에서는 더 이상 제 잇속 차리기에만 여념하지 말고 지역과 공존해 나가야 하며,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도 주어져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대형유통매장의 지역자본 잠식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이에 지역에 입점해 있는 대형유통매장에 대한 엄정한 재평가가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다. 막대한 지역자본을 수도권 본사로 퍼나르기만 하는 그들의 부정적 기능을 방치만 할 것인가. 현 시점에서 대형유통매장에 지역과 함께 공존하는 최소한의 책임감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값싸고 편리한 쇼핑공간 제공, 지역고용창출 등을 통해 나름대로 공헌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대형유통매장측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논리일 뿐이다. 대형유통매장의 등장으로 지금까지 뿌리를 둔 수많은 소형점포들이 문을 닫아야 했다.천안농민회 박현희 사무국장은 “값싸고 편리한 쇼핑공간 제공은 그들이 상품을 팔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고용창출 역시 그들의 필요에 의해서 고용한 단순노무직에 한정돼 있다. 특히 그들의 지역 생산품 판매는 전무한 실정이다”라고 말했다.박 국장은 “유통매장에서 필요한 물량을 그들이 원하는 조건에 맞춰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다. 타지역 상품에 비해 질이 떨어지거나, 값비싼 제품을 사라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지역에서 공생하기 위해서는 지역 요구도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본사차원의 일괄구매와 물류를 거쳐 전국지점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천안지역에서 별도 구매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점은 판매는 하지만 구매 권한은 없다.”이마트 최창배씨의 말이다.지난 7일(금) 시청 회의실에서 지역 대형유통매장 관계자와 생산자단체가 자리를 마주하고 앉았다. 천안지역에서 생산되는 공산품 및 농·축산물을 지역내 대형유통업체가 구매해 지역 소비자들에게 판매,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키 위한 것.이날 생산자 단체에서는 대형유통매장 관계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간담회가 열리는 천안시청 회의실에 생산품을 진열하기도 했다.이날 자리에 참석한 생산자단체는 매우 진지하고 절박한 마음에서 대화를 풀어 나갔다. 반면 대형유통매장의 답변은 맥빠질 정도로 형식적이었다는 반응이다.이번 만남에서 지역생산자단체는 대형유통매장의 두터운 벽을 다시 한번 느껴야 했다. 외면받는 지역농산물현재 천안시 농정과에서 파악한 지역농산물 생산단체는 32개며 이중 대형유통업체 납품이 가능한 곳은 22개소에 달한다.50개 업체에 달하는 축산물 생산단체도 대형유통매장에 납품을 원하고 있다. 이중 대형유통업체에서 원하는 조건을 충족시킬 능력을 갖춘 업체가 7개나 된다. 표고버섯도 3개의 법인과 4개의 작목반이 구성돼 있으나 90% 이상이 천안 외지역으로 출하된다.그러나 천안지역 생산자 단체들이 대형유통매장과 거래하는 실적은 전무한 실정이다.그 이유는 상호 이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가격면에서도 공영도매시장의 경락가보다 낮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으며, 대금결제도 10일에서 보름까지 지연되기 일쑤다. 또한 값싼 타시도의 물건을 경쟁적으로 끌어 들이고 있다.이런 조건을 생산농민들이 맞추기란 매우 힘든 실정이다.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대형유통매장은 중부농축산물류센터, 이마트, 롯데마트, 한국까르푸, 농심가 메가마켓, 갤러리아 백화점이다.지역생산품 판매를 호소하는 지역 생산자단체들의 요구에 대해 이들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본사 차원의 일괄 구매형태와 자사 물류기지를 통해 전국지점에 분배된다는 원리는 대형유통매장의 공통된 입장이다. 그러나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다.천안에서 생산된 각종 농산물들은 서울 가락동을 비롯한 공영도매시장에 출하된 후 중간상인을 거쳐 다시 천안지역으로 되돌아오며 20∼30%의 마진이 붙는다. 중간유통단계를 거치며 터무니없는 중간마진이 생기고 결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불합리한 측면이 발생한다. 또한 일정 시간이 흐르는 동안 과채류의 경우 신선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이는 결국 질적 저하로 이어지지만 소비자들은 그 사실을 알 턱이 없다. 이를 지역유통매장에 직접 거래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면 생산자와 소비자, 유통매장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간다. 농협중앙회 천안시지부 곽호설 지부장은 “쌀을 비롯한 포도, 배 등 과일류도 전국 최상품이 생산되고 있다. 매장에서 요구하는 대로 품질과 규격을 맞춰 출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적극 구매를 당부했다.하재영 천안배원예조합장은 “공동 선별을 거친 우수한 품질의 배를 저온저장고 등의 시설을 통해 일일 3천상자 작업이 가능하다. 특히 미국과 호주 등에 수출할 정도로 전국 최고 품질을 자랑한다”고 말했다.김진세 아우내 오이작목회장은 “아우내 오이작목반은 국내 농산물가격을 지배하는 가락동에서 최고시세를 받고 있다. 아우내 오이가 국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만큼 신선식품으로 직접 거래된다면 소비자들에게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농산물 구색갖추기 불과“한두 번도 아니고 새삼스러울 것까지는 없지만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지금 대형유통매장에서는 오로지 돈만 벌어가면 그만이라는 것 아닙니까.”황형석 천안시농업경영인 회장은 천안지역에서 영업하는 대형유통매장에서 지역생산품을 얼마나 판매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러나 자신있게 답변하는 업체는 없었다.지역농산물을 나름대로 구매한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자신들이 얼마나 지역생산품을 취급하고 있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그들은 나름대로 어려운 입장을 표명했다.메가마켓 최종환씨는 제품의 질이 처음에는 좋지만 점차 속박이 등 눈속임으로 상품성이 떨어져 신용을 잃게 한다고 말했다. 또한 품질이 일정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까르푸 손명섭씨는 계절과일을 1백% 지역에서 구매하고 있지만 샘플과 실제 납품물건의 질이 다른 점을 지적했다.롯데마트 장종필씨는 충청권에 구매 바이어 육성계획이 있다며, 앞으로 점차 늘려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마트 최창배씨는 자사 특성상 전국 52개 점포에 동일한 상품을 납품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본사 구매담당자와 협의한다고 말했다. 또한 품질면에서도 많은 의구심을 갖는 눈치다.이에 대해서 생산자 단체에서는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상품의 하자는 어느 곳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데 모두 생산자의 책임으로 전가시키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특히 대형매장 납품을 어렵게 성사시킨 뒤 그곳에 하자있는 물건을 납품할 정도로 대담한 농민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밖에도 매장측에서는 지역에서 구입한 물건 중 하자가 발생되면 리콜이 손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지역상품 구입이 기업에서도 유리할 것이라고. 대형유통매장 지역발전 책임성 가져야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각 업체 대표자들은 구매에 대한 아무런 권한이나 영향력이 없다고 말해 당초 간담회 취지를 무색케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각자 자사의 입장에서 지역상품 구매를 하지 못하는 논리만을 개발하다 보니 생산자단체와 의견접근에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따라서 간담회의 성격을 달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민종기 부시장은 실질적으로 구매권한을 가진 본사 관계자가 자리를 함께해 구매와 관련된 실질적인 협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가칭 ‘상품구매협의회’를 구성해 2∼3개월 단위로 회의를 실시하자고. 민 부시장은 상품구매협의회 첫 회의는 4월10일을 전후해서 갖자고 말했다. 또한 각 매장에서 천안지역 상품을 진열?판매할 수 있도록 일정 규모의 공간을 제공해 달라고 덧붙였다.이에 대해 각 대형유통매장 관계자들은 상품구매협의회 구성은 일정부분 동조하지만 지역생산품 판매공간 제공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천안지역 대형유통매장 입점과 관련,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는 점을 천안시나 각 매장에서는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심지어 천안시는 지역생산품 쿼터제를 조례로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민선3기 출범 때부터 성무용 시장은 “농민들은 우수한 농산물 생산에 전력을 다해 주십시오. 시장이 책임지고 팔겠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우수한 제품을 생산해 주십시오. 시장이 물건을 팔러 다니겠습니다”라고 언급했던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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