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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음하는 농촌마을 긴급진단-신나는 기업환경에 무너지는 농촌

기업환경에 무너지는 농촌

등록일 2003년03월0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경부고속도로가 관통하는 성거읍 오색당리, 모전리, 삼곡리, 정촌리 일원에 공장들이 난립하며 농업환경을 최악의 상황으로 만들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부르짖는 자치단체는 신나게 기업하는 분위기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신나게 기업하는 여건 조성 이면에는 농토 잠식과 함께 농업환경이 무너져 현지 농민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경부고속도로 양 옆으로 촌락을 이루는 천안시 성거읍 오색당리, 모전리, 삼곡리, 정촌리 일원을 찾았다. 공장들이 무질서하게 포진돼 있다.지난 24일(월) 오후 6시,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고속도로 주변의 공장들이 하나, 둘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칠흑같은 어둠이 찾아오자 고속도로 주변의 공장 불빛은 더욱 환해지고 있었다. 가까이 근접해 본 풍경은 대낮과 다름없이 밝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업을 위한 불빛은 아니었다. 기업체 이름이 새겨진 대형 광고간판으로 밝은 조명을 받고 있었다. 고속도로 양 옆에는 포도밭이 즐비했고, 포도밭 중간 중간에 공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농업기술센터에 공장의 네온불빛이 농작물 생육에 영향을 주는지 문의했다. 정밀조사를 해야 피해규모에 대한 진단이 가능하겠지만 영향이 미치는 것은 확실하다고 답했다.식물이 결실을 맺는데 일조량은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따라서 계절별로 밤낮의 길이와 온도변화를 느끼며 포도나 기타 작목들이 열매를 맺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공장불빛은 작물의 환경에 일대 혼선을 불러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고속도로에서도 환한 불빛을 내뿜는 차량들이 줄지어 달리고 있었고 그 불빛 역시 농장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이에 대해서도 농업기술센터측에서는 결코 작목환경에 좋을 리 없다고 답했다.마을을 가르며 횡단하는 고속도로는 주민들에게 많은 고통을 강요해 왔다. 가축들은 소음 스트레스로 사망하거나 번식을 하지 못했다. 주민들 역시 한 밤중에 차량에서 내뿜는 굉음과 사고소리로 몇 번씩 놀라곤 했다. 김강래(38?정촌리)씨는 “이제 주민들은 만성이 돼서 소음이 주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지경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곳 주민들은 정부나 지자체 등에 많은 불신과 불만이 있었다. 고속도로 인근 농장과 농장,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질퍽한 비포장 농로는 불편하기 이를 데 없었다. 농기계 통행 조차도 어려워 보였다. 김씨가 운전하는 4륜구동 짚차가 간신히 질퍽한 농로를 빠져 나왔다. 이날 김씨 이외에도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주민 박모씨가 동행했다. 박씨는 한때 지역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할 정도로 활동력이 강했다. 특히 자생단체까지 이끌며 마을발전을 위해 일해왔다.그의 말도 다르지 않았다. 언제부터인지 공장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하수는 점점 말라갔다. 예전엔 성거지역 대부분이 10여m만 땅을 파도 물이 콸콸 쏟아졌다. 그러나 요즘은 30m 이상 땅을 파도 물을 찾기조차 힘들어졌다.또한 지하수에 알 수 없는 불순물이 섞여 배출되기 시작했다. 지하수를 이용한 농업용수는 물이 집중적으로 떨어진 곳에 붉은 흔적이 남는다. 작목환경에 좋을 리가 없다. 몇 년전 C사가 입주했을 때는 인근 지하수가 모두 말라 버렸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주민들은 대책마련에 돌입했다. 그러자 C사는 또 다른 관정을 시공해 주었다. 공장은 인근 지하수를 수년째 고갈시키고 있다.주민들은 물을 끓여도 마시기에는 부적절하다며 수질이 악화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마련도 없는 상황에서 시 당국은 기업유치가 지역발전의 전부인양 홍보하고 있다.지난해 수많은 포도농가가 농사를 포기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포도값이 조금도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인근 공장에 취직한 농민들은 이제 곧 영농철이 다가오는데도 돌아올 생각을 않고 있다.김강래씨는 “농사를 지으면서 빚만 늘고 감당조차 못할 지경이었는데 공장에서 일하는 주민들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더라”고 말했다.공장들 사이사이에 위치한 농토들은 이제 더 이상 농사짓기도 힘들어 보였다. 뿐만 아니라 땅을 팔려고 내놔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무분별한 기업유치가 결국 농촌을 조금씩 병들게 하더니 결국 지금의 심각한 상황까지 만들었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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