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장수 아저씨다.”등대의 집 식구들은 정재국(45?입장면 연곡 1리)씨를 그렇게 부른다.정씨는 매주 수요일마다 그의 친구 홍현모(46?연곡2리)씨가 운영하는 양계장을 들른다. 홍씨는 정씨가 도착하기 전 금방 부화한 계란을 조심스럽게 차곡차곡 쌓아둔다. 그리고 정씨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정씨의 차에 계란꾸러미를 옮겨 싣는다. 계란꾸러미를 싣고나면 정씨는 곧바로 중증장애인들이 모여사는 직산면 판정리 소재 등대의 집(원장 이연순)을 찾는다. 금방 부화한 싱싱하고 영양만점의 계란은 등대의 집 식구들에게 귀중한 영양원이 된다. 이렇게 매주 홍씨가 제공하는 계란을 정씨가 나른다.지난 14일(화) 정씨는 예전과 달리 방문 날짜를 화요일로 잡았다. 이연순 원장이나 원생들은 수요일이 아닌 화요일에 방문한 계란장수 아저씨가 의아한 듯.정씨는 사정상 하루 일찍 들렀다고 말했다. 계란을 들여놓자 이연순 원장은 차를 권했다. 찻잔을 놓고 두런두런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다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이 참 많더라는 정씨의 말에 이 원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상자에 담긴 물건을 건넸다.얼마전 관내 모 기업에서 기증한 전기장판이다. 등대의 집에선 전기장판이 필요치 않다며 꼭 필요한 곳에 전해달라는 것이다. 내부사정도 모르고 막연한 도움을 베푼 사람들로 인해 제 구실을 못한 것이다.정씨는 전기장판이 꼭 필요한 이웃이 있다며 기꺼이 받아들었다. “일반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겠지만 겨울철 혹독한 추위를 이기기 위해 개와 고양이를 끌어안고 생활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정씨의 말이다. 당시 스치로폼 등을 이용해 임시방편으로 잠자리를 만들어 줬지만 내내 마음이 불안했었다고. 이처럼 정씨가 소외된 이웃을 찾아 온정을 베풀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인지 어느 정도 규모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다만 주변 사람들 말로는 10여년간 입장지역 20여가구에 손수 재배한 쌀, 라면, 비누, 치약 등을 전달하며 보살피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몇몇 사회복지시설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어려운 학생들에게 학자금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심지어 입장지역에서 발생한 무연고 사망자의 시신을 수습해 주변 동료들과 함께 장례까지 치뤄주는 등 궂은 일엔 항상 앞장서고 있다.정씨의 이러한 선행들이 하나씩 주변에 알려지면서 동참하려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직접 동참하기 힘든 사람들은 간접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양계장의 홍씨도 계란과 매월 일정액을 기증하고 있으며, 정씨가 몸담고 있는 단체와 주변 사람들도 정씨와 뜻을 함께 하려고 줄을 잇는다. 정씨와 그의 이웃들이 펼치는 보이지 않는 이웃 사랑은 겨울철 훈훈한 미담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