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8일(수) 충남북부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열린 ‘호남고속철도 천안분기 추진위원회’ 회의 모습.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유치전이 천안, 충북, 대전 3개 지역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 민심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지역마다 각자 유리한 지역 특성을 내세우며, 최적지임을 주장하는 가운데 정부는 올 연말까지 기본계획안을 완료해 내년 6월까지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노선결정의 최종확정까지는 아직 6개월여의 시간이 남아있어 지역간 유치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대통령선거를 통해 노무현 당선자가 약속한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공약과 맞물려 호남고속철도 유치경쟁은 지역 입지를 굳히기 위한 중요변수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행정수도 충청권 이전공약에 대해서도 이미 홍선기 대전시장과 이원종 충북지사가 발빠른 유치활동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일각에서는 호남고속철 노선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행정수도 이전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에 당연히 무관할 수 없다는 견해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논리가 개입될 것이며, 결국 충청권 민심분열은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또한 국가의 백년, 천년 대계가 정치권의 이해에 따라 좌우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특히 어느 곳이 선정되든 그외 지역의 상대적 박탈감과 후유증은 쉽게 치료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최근 행정수도 후보지로 거론되는 아산신도시, 공주 장기, 논산 상월지구, 충북 오창 등의 주민들은 심각한 정신적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결국 충남, 충북, 대전이 수도권 후보지 결정에서도 또 다른 갈등을 보일 것으로 우려된다.이에 대해 충남북부상공회의소 이종오 사업부장은 “호남고속철 노선결정을 행정수도이전과 동일선상에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건교부는 더 이상 지역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분기역 결정을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호남고속철 천안유치 분위기 확산지난 90년 철도청은 호남고속철도 타당성 및 97년 기본계획수립을 통해 천안분기노선을 최적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건설교통부는 지난 7월25일 중간 연구결과 토론회에서 천안분기노선이 가장 유리하다고 밝혔다. 천안지역 관계자들은 합리적인 결정으로 받아들였고, 천안유치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자 충북과 대전시가 각각 반론을 제기하며 유치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충남지역은 용역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판단에 처음엔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역간 유치를 위한 논리가 새롭게 개발되기 시작하자 특정지역의 주장에 이끌려 노선이 결정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며 대응에 나섰다.지난 8월28일 구성된 호남고속철도 천안분기추진위원회(위원장 김용웅?충남북부상공회의소 회장)는 9월11일 익산, 전주, 정읍, 광주, 목포 등 호남권 5개 상공회의소 회장단과 연석회의를 통해 공조체계를 이끌어 냈다.충남도의회에서도 김문규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천안유치특위를 구성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천안유치특위는 지난 11월 전남북, 광주 등 호남권 시도의회를 방문해 연대공조 업무협의를 가졌다. 이어 국회건설교통위원회, 건설교통부 등을 방문, 천안분기노선 조기확정을 촉구했다.이와 함께 천안분기관철추진위원회 김용웅 위원장, 성무용 천안시장, 강희복 아산시장 등 도내 15개 시군대표와 충남도의회 천안유치특위, 천안분기통과추진위, 충남발전협의회, 대학교수 등이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충남?호남 대 충북?강원 제2 지역분열 우려대전시는 지난해 말까지 충북 오송분기노선이 가장 타당하다며 충북의 주장에 공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다 당초 입장을 바꿔 독자적인 유치활동을 전개해 왔다.충북은 연구진 교체까지 주장하며 범도민성금모금, 지역토론회 등을 실시하고 있다. 천안을 비롯한 세 곳의 호남고속철 분기역유치활동으로 지역발전에 기대를 거는 기관, 단체, 주민간 불신과 갈등의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천안과 인접한 충북은 도내 전역이 호남고속철도 유치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라있다. 특히 지난 19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역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현수막시위는 범 도민적인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자체 평가도 내리고 있다.시민 자생단체인 청사모(청주?청원을 사랑하는 모임)를 중심으로 범도민운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유치활동은 조직적이고 치밀하다.충북도청을 비롯한 각 시?군?구청과 의회, 시민단체 등이 대대적인 범도민운동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지금은 청주시와 청원군을 중심으로 충북 어느 곳을 가도 호남고속철 분기역 유치열기를 읽을 수 있다.특히 호남고속철 분기역 부지확보를 위해 도민 모두가 한뼘씩 땅을 모으자며 성금모금을 실시하고 있으며, 자체 제작한 홈페이지(www.cbin.co.kr)는 호남고속철 유치논쟁으로 연일 뜨겁다.특히 지역인사와 전문가, 대학, 단체 등으로 조직돼 움직이는 청사모는 수백명의 전문인을 움직이고 있다. 호남고속철 기점역 오송유치위원회는 충남지역이 호남지역과 연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원도, 경북 등과 연대해 천안유치를 무력화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오송유치위측은 충북의 범도민적 역량을 모아 반드시 설치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