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거봉포도 주산지인 입장면은 요즘 포도줄기 묻는 작업이 마무리단계다. 포도줄기만 묻고 나면 일년 농사가 모두 끝난다. 그리고 긴 농한기에 들어가 농가마다 나름대로 휴식을 취하며 내년 영농설계에 들어간다.
이미 대부분 농가들은 포도나무 줄기를 땅 속 깊이 묻은 상태다.
입장지역은 9백여 농가가 8백11㏊의 면적에서 거봉포도를 작목하고 있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거봉포도는 연간 1만4천9백24톤이며 소득은 1백50억원에 달한다.
지난 달 24일 정부에서 발표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타결소식은 입장지역 농민들에게 가장 큰 위기감을 불러 일으켰다. 입장지역 농가들은 곧 파산을 맞을 것이라며 불안해 하고 있다.
칠레의 수출 주력품목은 포도를 비롯한 과일과 야채. 특히 포도는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포도를 가공한 와인이나 각종 음료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다.
입장지역 포도재배 농가의 70%가 넘는 6백50여 농민들은 지난 13일(수) 일제히 정부의 정책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저지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이었다.
입장 들녘에서 만난 장갑순(69?입장면 신두1리)씨는 20년 이상 포도농사를 지어 왔다. “10년 전 까지만 해도 가격이 참 좋았지. 한 상자에 2만원까지 했으니까.”
장씨는 포도농사로 5남매나 되는 자녀들의 대학교육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는 지금보다 농사짓기가 수월했다고.
그러나 점차 시간이 갈수록 농업환경이 힘들어 지고 있다고 말했다. 포도값이 하락하기 시작해 예년 가격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
특히 지난 여름에는 예년에 비해 수확량이 크게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4㎏들이 한 상자에 7천원도 받기 힘들었다. 이는 재배농가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지난 92년 UR협정 체결 이후 농산물이 개방되면서 국내 농산물이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란다.
농약값, 기계값, 비료값, 인건비 등 생산원가는 해마다 늘고 있는데 소득은 오히려 줄고 있으니 어려울 만도 하다.
“이제 더 이상 농사짓기도 힘든 나 같은 사람이야 그냥 그렇다지만, 이제 시작하는 젊은 사람들이 큰 걱정이여.”
장갑순씨는 그래도 내년농사 준비는 해야하지 않느냐며 허탈한 미소를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