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14 갑오년이 저물고 2015년 을미년 양띠해가 다가오고 있다.
천안교차로·충남시사신문이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이웃사랑 캠페인을 추진해 온 것도 벌써 10년째다.
그동안 본보는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천안아산시민들과 함께 천안․아산지역의 희귀․난치병 환자, 한부모가정, 극빈가정 등 소외된 이웃들을 발굴하고 모금을 통해 이들의 희망을 후원하는 일을 해왔다.
올 한해도 2500여 만원이 넘는 성금이 본보를 통해 우리 천안․아산의 이웃들에게 전달됐다.
본보는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이들의 근황을 전하고 그동안 성금모금에 참여해준 후원자들과 본 지면을 아껴준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천안교차로·충남시사신문은 다가오는 을미년 2015년에도 지역사회 기부나눔 문화의 모범이 된다는 각오로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고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데 주저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진희 기자>
최종복(66·사망·아산시 배미동)
“너를 꼭 지켜주려 했는데…정말 미안하다”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연우야(가명)! 너만은 반드시 지켜주려 했는데…. 어쩌면 오늘밤을 끝으로 더 이상 너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잘 먹이지 못해서 미한하고, 잘 입히지 못해서 미안하고, 예쁜 공부방 하나 꾸며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고생만 시켜서 미안하다.”
직장암 말기판정을 받아 당장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최종복씨와 손녀딸의 애틋한 사연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돈이 급했던 최씨는 병든 몸을 이끌고 공사장을 전전했다. 그러다 쓰러져 혼자 힘으로는 대소변조차 가릴 수 없는 몸이 돼 어렵게 살고 있었다. 최씨 부부는 이혼한 아들이 남긴 젖먹이 손녀딸 연우를 19년째 맡아 기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최종복씨는 병세가 깊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녀딸 연우는 충남시사신문 희망나눔 캠페인 성금으로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연우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할머니와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나 세상살이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탁덕순 부부(70·천안 성정2동)
자식 뒷바라지 후 남은 것은 지병 뿐
노부부는 슬하에 2남1녀를 두었다. 아들 둘은 어려서부터 운동신경이 남달랐고 학교 야구부의 주축으로 활동했다. 큰 아들은 빙그레 이글스에 입단해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동생 역시 형의 길을 따라 이글스에서 투수, 외야수 등으로 활약했다.
흔치않은 형제 프로야구 선수로 세상에 이름을 알려가던 두 아들의 승승장구는 고되게 뒷바라지 해 온 부모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하지만 두 아들은 모두 첫 결혼에 실패했고 화려했던 시작과는 다르게 조용히 프로무대에서 종적을 감췄다. 부모와 두 아들의 전부였던 야구는 이제 회한의 응어리로만 남았다.
자식들 뒷바라지에 온 몸을 바친 어머니는 50대에 들어 당뇨를, 바로 이어 신장병을 앓기 시작했고 아내보다 8살 많은 남편은 아내의 병수발을 드는 것이 일상이 됐다.
탁씨는 10여 년 동안 보건소의 지원으로 투석을 받았었는데 제도가 바뀌면서 대상자에서 탈락돼 애를 먹었다. 다행히 본보를 통해 전달된 후원금이 투석비용으로 유용하게 쓰였다고 한다. 부부가 받는 노령연금도 20만원 가까이 올라 생활에 숨통도 트였다.
천안시 행복키움지원팀은 남편 지씨에게 노인일자리사업도 소개시켜주고 최근에는 난방비 후원까지 연계해 노부부의 긴 겨울나기를 도와줬다고 한다.
전민철(가명·55·아산시 온양4동)
암 투병중인 ‘아빠’와 8살 ‘딸’…둘만 남겨진 세상
아내는 편지 한 장과 40만원이 든 돈 봉투 하나만 남기고 암 투병중인 병든 남편 전민철씨와 병명을 알 수 없는 선천적 장애가 있는 딸 지혜(8·가명)를 남기고 집을 나갔다.
무슨 일이든 해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싶지만 몸아 따라주지 않는다. 손상된 폐와 심장은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쉽게 숨이 차오른다. 음식마저도 몸이 거부하는 일이 많다.
언제 부터인가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손가락과 발가락이 뒤틀리는 변형까지 생겼다. 처음에는 매일 반복되는 항암치료 약물 부작용을 딸아이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서로에게 익숙해져 있다.
더 큰 문제는 8살짜리 딸도 아프다는 것이다. 이유도 없이 잠만 잔다. 먹지 않아도 배고픈줄 모른다. 선천적인 질병이 의심되지만 정확한 병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지긋지긋하고 끔찍한 병이 왜 하필 나에게 찾아 왔을까. 그리고 어린 딸마저 괴롭힐까. 세상이 너무도 원망스럽기만 하다.
최인영(가명·19·천안 성환읍)
‘쌍둥이 딸 키우는 17살 엄마의 희망은…’
“당장 아이들과 살 수 있는 집의 보증금이 부족해요. 이 고비만 잘 넘기면 어떻게든 열심히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4월이면 첫돌을 맞는 쌍둥이들의 돌잔치만은 꼭 해주고 싶은데…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순우리말로 세상의 중심이라는 뜻의 ‘가온’, 세상 즐거운 일이 다 온다는 ‘다온’. 그녀가 직접 지었다는 쌍둥이 자매의 이름이다.
기자 앞의 아기엄마는 당장 닥쳐있는 막막한 생활고와 안타까운 바람들을 토로했다. 아직 앳된 모습의 그녀는 쌍둥이들의 누나라고 해도 될, 만 17세의 청소년이었다.
최인영씨는 고2였던 2013년 4월 쌍둥이 딸들을 출산했다. 많지 않은 나이지만 그녀가 지금껏 겪어 온 삶의 이력은 다른 또래 친구들은 TV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것들이었다.
인영씨는 본보 보도 이후 전달된 성금으로 LH전세임대주택의 보증금을 만들어 작은 빌라로 이사했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격도 심사 중이다. 평일에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비를 벌고 주말이면 방송통신고등학교를 다니는 인영씨는 쌍둥이 엄마로서 부끄럽지 않은 멋진 삶을 살고 있다.
이정환(가명·72·천안 부대동)
복지사각지대, 비바람 피하기 어려운 집
“주변의 도움으로 겨우 사니까 늘 미안스럽죠. 이제 겨울을 잘 버텼으니 비만 좀 피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천안 성거읍 신월리. 국도1호변 커다란 건축자재회사의 옹벽 밑 야트막한 언덕에는 다 쓰러져 가는 작은 집 하나가 있다.
오래된 슬라브 천장과 푸석이는 블록이 위험해 보이는 낡디낡은 집이 바로 그의 안식처.
어두운 실내에서 올려다 본 천장으로는 군데군데 빛줄기가 들어온다. 바로 하늘과 통하는 송송 뚫어진 지붕이다. 지은지 대충 30년이 넘어 보였다.
오리부화장을 경영하던 이씨는 IMF때 결정적 위기를 맞고 처참하게 무너졌고 가족과의 인연도 완전히 끊겼다.
부화장을 접고 난 뒤 막노동일을 시작한 그는 수전증과 건강악화로 제대로 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본보를 통한 지원금은 생활비로 유용하게 쓰였다고 한다.
다행히 천안시청이 자원봉사를 연계해 지붕공사, 방수공사는 물론 도배, 장판까지 지원해 그나마 겨울나기가 수월해 졌다고 한다.
김정옥(가명·48·아산시 좌부동)
‘남편의 교통사고 후 막막해진 삶’
“남편의 교통사고에 가정이 풍비박산 났어요. 하반신이 마비된 남편은 욕창에 걸려 수술에 수술을 거듭했고, 간질을 앓고 있는 저 또한 남편 병간호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네요. 중학생 아들도 있는데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해요.”
지난 4월에 만난 김정옥(가명)씨의 남편은 2013년 10월9일, 덤프트럭에 골재를 싣고 이동하던 중 아산시 원남리의 한 도로에서 15m 아래로 추락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남편은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것에 그치지 않고 목뼈가 골절 됐고, 갈비뼈가 골절되면서 폐에 물까지 찼다. 또한 하반신 마비로 중환자실에 한 달 이상을 누워있다 보니 다리에 욕창이 생기기까지 했다.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는 김정옥씨는 “단국대 병원에 입원 중이었으나 지금은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고는 있지만 병원비와 생활비가 여전히 부족한 상태여서 가족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카드빚으로 개인회생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앞으로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어떻게 충당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며 답답한 속내를 전했다.
이수지·윤복남부부(사망·천안 신당동)
소방관 통해 알려진 복지사각지대
천안 신당동 외곽 한 공장 앞에 자리잡은 가건물. 60대의 노부부 이수지·윤복남씨가 운영하던 작은 중식당이 있던 곳이다.
10여 년을 신장투석을 위해 병원을 오가는 생활을 하면서 건강한 ‘신장이식’은 부부의 꿈이자 목표였다. 그 과정에서 장기이식을 해 준다는 사람에게 사기도 여러 번 당했다. 병원에 갈때마다 소개비, 접대비로만도 수천만원이 들었다.
다행히 기적같이 만난 기증자의 선행 덕에 이씨는 신장을 이식받고 숙원을 풀 수 있었지만 올 1월 위암을 발견해 수술을 받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월에는 옆 사무실에서 옮겨 붙은 불은 가게를 모두 태워버리고 말았다.
다행히 소방관이 주민센터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고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이라고는 받아보지 못했던 이들에게도 드디어 복지의 손길이 내밀어 졌다.
이후 본보의 지원까지 받고 희망을 키워가던 부부로부터 얼마 전 비보가 전해졌다.
남편의 장에 천공이 생겨 급한 수술을 받게 되면서 부부가 요양병원에 입원했는데 부인 이씨가 여기서 세균성 장염에 걸린 뒤 회복하지 못하고 끝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천안시의 도움으로 무사히 장례를 치른 남편 윤씨는 현재 장사를 그만둔 상황. 시 행복키움지원팀은 자활근로사업으로 그를 도와줄 계획이라고 한다.
강화영(가명·41·천안 신부동)
두 평 남짓한 단칸방, 다섯 식구의 한여름 나기는…
달이네 집은 11가구가 모여 사는 다세대 주택이었다. 달이네 다섯 식구는 부엌까지 포함해서야 3평 남짓한 어둑한 단칸방에서 낡은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해 찜통 같은 무더위를 이겨보려 애쓰고 있었다.
보증금 10만원에 월세 14만원이라는 지금 집에 살기 시작한 지는 어느덧 8년째.
다섯 식구가 사는 2평 정도의 방안에는 작은 정리함 위에 TV 한 대와 이부자리, 옷가지 들이 어지러이 놓여 있었다. 때 아닌 파카 한 벌 만이 창문 잠금장치에 매달린 옷걸이에 다소곳이 걸려있을 뿐이었다.
때 묻은 방 벽 이곳저곳은 아이들이 함부로 낙서한 크레용 자국이 가득하고 그나마 방 한 쪽 벽지는 반쯤 떨어져 내려와 있었다. 흉물스럽게 드러난 시멘트 벽 속살에는 곰팡이가 가득했다.
하지만 본보를 통한 지원금으로 보증금을 마련해 깔끔한 투룸으로 이사를 했고 기초생활 수급자로도 지원을 받게 됐다.
청각장애로 맘속 가장 큰 짐이었던 큰 아이는 장애 2급진단을 받고 인공 와우수술을 받은 뒤 현재 언어치료를 받는 중이다.
복지사각지대에서 발굴된 달이네 가족들은 이제 기본적인 생계에 숨을 틔울 수 있게 됐다.
유만수(가명·45·천안 성정동)
“건강하고 싶어요, 희망을 갖고 싶어요”
“혈당, 혈압, 간 수치 모두 조절이 안 되서 입원했어요. 담당의사 얘기로는 약으로 조절이 가능한 단계에서 퇴원을 할 수 있다는데 언제가 될지 잘 모르겠어요. 병원에 오면 또 친구에게 어렵게 돈을 꾸어야 할 텐데 벌써 걱정이에요.”
유만수(가명)씨는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40대 중반, 한참 정력적으로 일할 때지만 유씨에게 그런 시절은 이제 기억에서조차 가물가물하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겪어야 했던 불우한 유년시절, 약한 몸에는 늘 가난과 병이 친구처럼 따라다녔다. 그동안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에게 한 번 보답이라도 하고 싶다는 그이지만 그런 기회가 언제쯤 올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하지만 본보를 만나 희망을 얻고, 받은 지원금으로 밀렸던 방세, 도시가스비, 휴대폰비 등을 다 납부하고 병원비로 쓰고 있다는 유씨.
그는 충남시사신문에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윤종관·정옥순 부부(67·58, 아산시 배방읍 갈매길)
쪽방에 고립된 장애인 부부의 위험한 상상
아산시 배방읍 갈매길의 한 쪽방에 거주하는 윤종관(67)·정옥순(58) 부부 이야기다.
윤종관씨는 사고로 하지가 마비돼 지체장애인이 됐다. 아내 정옥순씨는 자궁암과 위암수술로 체력이 고갈되고 시각장애까지 안고 살아야 한다. 이들을 부양해 줄 가족 한 명 없다. 생활비는 정부에서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 9만원과 부부장애 지원금 7만원 등 15만원이 전부다.
이들이 기거하는 쪽방 임대료 15만원도 몇 달째 밀려있다. 나머지 전기, 수도, 가스 요금은 말 할 것도 없다. 전화요금도 내지 못해 언제 끊길지 알 수 없다. 안면 있는 이웃들에게 5만원, 10만원 조금씩 빌린 돈도 갚을 길이 막막하다. 현재 두 장애인 부부는 쪽방에서 세상과 단절돼 있다. 이들 부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위험한 상상을 한다.
충남시사에 답지한 시민들의 성금이 전달됐다. 충남시사 보도를 본 후 이들을 돕겠다는 후원자도 생겼다. 그중 한 명은 일용직 노동자라고 밝혔다. 두 부부는 빚을 일부 갚았다고 한다. 쪽방에 아주 조그만 희망은 심어진 것 같다.
박영순(가명·48·아산시 방축동)
“아빠의 끔찍한 기억들 이젠 지우고 싶어요”
“우리 가족은 매 맞는 것이 일상생활이 돼버렸어요. 아빠의 폭력에 엄마와 다섯 자매는 10년 넘게 짐승처럼 맞고 살았어요. 짐승도 제 새끼는 목숨 걸고 돌보는데…”
아산시 온천대로변에 위치한 한 허름한 건물. 이곳에는 도저히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쪽방에 여섯 모녀가 살고 있다. 이 단절된 공간에는 세상에 알리기조차 두렵고, 슬프고, 충격적인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여섯 모녀를 끔찍하게 괴롭혔던 아빠는 경찰에 체포됐다. 아빠라는 존재는 폭력 이외에도 용서받을 수 없는 끔찍하고 충격적인 패륜을 자신의 딸들에게 저질렀던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충남시사 보도 이후 시민들의 작은 성금이 모아져 이들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이들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고, 생활고는 여전하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