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호 교수(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소화기내과)
최근 크론병 환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달갑지 않은 발표가 있었다. 크론병은 궤양성 대장염과 함께 대표적인 만성 난치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길고 복잡한 병명처럼 잘 낫지 않고 끈질기게 사람들을 괴롭힌다.
크론병은 구강에서 항문까지 위장관 전체를 침범할 수 있으며, 통증과 설사, 체중감소 등이 주증상이다. 흔히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오인되기 쉽다. 설사와 복통이 6주 이상 이어지고, 체중이 줄거나 항문 주변의 농양(고름)이 동반되면 크론병을 의심해야 된다. 전신 쇠약감, 식욕부진, 발열도 크론병의 또 다른 증상이다. 호발 연령대는 15~30세, 60~80세이며,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10~20대의 젊은 연령층에서 많이 발생되고 있다.
크론병은 유전적 원인, 면역학적 이상, 환경적 요인이 관련되어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유전적으로 면역 반응이 활발한 사람이 장내 세균 등에 노출된 뒤 과도한 면역반응 및 염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스트레스와 흡연, 지방산이나 패스트푸드의 섭취 증가 등이 있다.
크론병 발병 증가 원인으로는 ‘위생 가설(유해 물질에 노출될 기회가 적어 우리 몸의 면역계가 작은 자극에도 과민하게 반응)’이 힘을 얻고 있다. 위생상태가 좋은 나라에서 많이 발병한다는 점, 과거 기생충 감염이 많았을 때는 염증성 장질환이 별로 없었지만 기생충 감염률이 떨어지면서 오히려 발병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가설에 설득력을 제공한다.
진단은 병력, 신체검진 소견 등의 임상 평가와 내시경 검사, 조직검사, 영상의학 검사, 혈액 검사 등을 종합해 내린다. 과민성 장증후군, 급성 감염 장염, 궤양성 대장염, 장결핵, 베체트 장염 등을 감별해야 하는데, 크론병은 결핵성 장염과 감별 진단이 어려워 특히 유의해야 한다.
크론병의 치료 목표는 완치가 아닌 관해유도와 유지다. 유도요법은 증상이 심한 활동성 크론병에서 증상이 완전히 가라앉은 상태인 관해를 유도하기 위한 치료법이다. 유지요법은 관해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유지요법을 시행하는 이유는 크론병이 다양한 치료에도 완치되지 못하고 증상의 악화와 재발을 반복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치료하기 전 크론병이 소장만을 침범했는지, 소장과 대장을 모두 침범했는지, 대장만을 침범했는지를 확인하고, 누공발생여부도 확인한다. 그리고 크론병질병활성도(CDAI)를 통해 중증정도를 평가한다.
치료 약물은 항염증치료제(5-ASA, 아미노살리실산)를 사용하는 것이 관해유도 및 관해유지에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있어 많이 쓰이고 있으나, 그 유용성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스테로이드 제제는 면역반응을 억제시키는 대표적인 약으로 그 효과는 뛰어나지만 장기간 사용하였을 경우 부작용이 많고, 임의로 약을 중단하는 것은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어 대부분 2개월 이내에 서서히 줄이면서 끊게 된다.
면역억제제는 아자티오프린(azathioprine)이나 6-머캅토퓨린(6-mercaptopurine) 등이 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들 면역억제제들의 임상적 반응은 활동성 크론병 환자들에서 최소한 17주 이후에 효과를 판정할 수 있는 관해유지약제이다. 아자티오프린은 특히 많이 쓰이고 있는데 골수 억제나 림프종 발병률이 증가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생물학적 제제는 면역조절제 등으로는 관해에 실패한 환자들에게 투여하는데 크론병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염증을 유발하는 시토카인인 종양괴사인자(TNF-α)에 대한 항체 인플릿시맵(Infliximab)과 아달이무맵(Adalimumab)등 2종의 종양괴사인자억제제의 사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약물치료가 실패하거나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 외과적 수술을 통해 장을 절제하게 되는데 수술 또한 완치를 위한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재발 또는 재수술도 있을 수 있다.
크론병은 소화기 질환이므로 특히 철저한 식이요법이 필요하다. ▲부드러운 음식으로 하루 4~6회 식사하고, ▲연한 살코기·생선·두부·계란 등 단백질 식품을 매끼니 섭취하고, ▲향신료나 조미료는 사용하지 말고, ▲하루 6~8컵 정도의 수분을 섭취가 도움이 된다. 반드시 금연해야하며, 특정 음식에 복통이나 설사가 유발되면 기록했다가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