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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교육, 이제 가정에서부터”

<기고>천안서북소방서 지방소방장 정왕섭

등록일 2014년11월1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서북소방서 정왕섭 지방소방장. 매년 11월 9일은 소방(119)의 날이다.
필자는 지방에서 십 수 년을 주로 119구급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평범한 현직소방관이다. 그동안 여러 번 소방의 날을 보내왔지만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는 2014년도 한 해를 되돌아보면 연초부터 경주 마리우나리조트 붕괴사고, 진도 앞 해상 세월호 대참사,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 경기도 고양시외버스종합터미널 화재, 전남장성 요양원 화재, 성남 판교 환기구 붕괴사고 등 대형사고가 연이어 일어나 마음 한구석이 무겁기만 하다.

공공안전서비스분야 최일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구급대원으로서 다종다양한 교통사고, 산업재해, 가정 내 사고 등 적지 않은 사고현장에 출동해 보았다. 자연발생적 질병의 발생과 불가항력적인 사고도 있었지만 안전의식이 결여된 부주의한 사고, 소위 말하는 설마하는 안전불감증이 원인이 돼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 또한 상당수가 있었다.
과거 반복된 사고의 대부분은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설마’하는 안전불감증이 원인이었던 경우가 많았다. 오죽하면 잇따른 대형참사 기사 아래 한 누리꾼이 “2014년 목표:살아남기” 라는 다소 지나친 표현의 냉소적인 댓글을 달았겠는가!

필자는 중학교에 다니는 딸과 아들이 있는데 잇단 대형사고를 겪으면서 잔소리가 늘었다. 집에서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아이들에게 입버릇처럼 “길 건널 때 차 조심해라, 보행자 신호라도 좌우를 살피고 건너라”고 당부한다. 또한 근무 중 출동현장에서 일어났던 사고를 아이들에게 저녁식사를 하며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사고의 원인과 예방책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곤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는 과거 고도 경제성장의 어두운 단면으로 빨리빨리 문화와 성장제일주의에 젖어 어느덧 안전불감증이 독버섯처럼 곳곳에 뿌리내려 매사에 ‘안전의 가치’가 소홀히 되고 후순위로 밀렸던 것 같다.
과거 사회유지의 근간(根幹)은 가정이라 했고,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며 스승이어야 한다. 그러나 근·현대 산업사회로 넘어오며 핵가족화, 맞벌이가정의 증가 등으로 가정교육의 기능과 역할이 약화돼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인 듯하다.

물론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유지해가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중 하나이고, 재난발생시 예방-대비-대응–수습 과정에 빈틈없이 국가재난관리체계를 정비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헌법에도 언급돼 있다. 또한 국민에 대한 지속적 안전교육도 국가와 지자체의 의무라는 것도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이젠 가정에서 인성교육과 더불어 기본 안전교육을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거창한 방식의 안전교육이 아닐지라도 부모가 관심을 갖고 알고 있는 일상생활 속 안전상식, 교통안전 등에 대해 틈날 때마다 이야기를 해준다면 짧은 잔소리 같지만 무의식 중 기본 안전마인드를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흔히 인간 삶의 과정을 생로병사(生老病死)라고 하는데 적어도 안일한 마음으로 기본 안전수칙을 소홀히 해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삶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일은 이제 그만 없어야 하겠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에 의하면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가 자살, 위암, 교통사고 사망률이 최고수준이라는 부끄러운 보고서가 발표됐다. 이것들은 모두 개인과 국가가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줄일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중 교통사고 사망률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그렇게 가정과 국가가 함께 노력한다면 현재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에는 우리나라도 OECD 선진국 수준의 안전문화가 차츰 사회저변에 확산돼 앞에서 언급한 불편한 진실은 과거의 것으로만 여겨지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그 동안 우리는 많은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단단히 고치지 않았다. 이제 우리 사회의 안전을 저해하는 과거의 적폐(積弊)를 일소(一掃)하고 안전은 절대 타협과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이라는 인식을 갖고 대한민국 전체가 변해야 한다.
올바른 안전문화가 붕괴됐을 때 어떠한 고통과 희생을 치러야만 하는지 굳이 과거 이삼십년 전 대형사고의 악몽을 더듬지 않더라도 2014년의 대형참사들만 놓고 보아도 잘 알 것이다.
21세기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OECD 가입국인 대한민국에서 냉소적으로 그 해 목표가 살아남기라는 쓴웃음을 자아내는 넌센스적 댓글이 더 이상 달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진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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