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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평준화와 중2 엄마의 고민

기고-조성미(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충남도지부장)

등록일 2014년09월2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조성미(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충남도지부장) 나에겐 중학교 2학년 아이가 있다. 입학이 엊그제인 것 같은데 벌써 고입시험이 코앞이다.

내가 살고 있는 홍성은 비평준화지역이어서 고입시험을 쳐야한다. 중학교 3년치 내신성적과 입학고사 점수를 합산하는데 내신성적의 비중이 훨씬 높다보니 아이들은 중1학년 때부터 치열한 입시경쟁을 해야 한다.

홍성읍의 경우 인문계 학교가 3개 뿐인데도 성적에 따른 학교의 서열화는 너무나 뚜렷하다. 아이들이 매일 입고 다니는 교복이 낙인효과를 낳을 정도로 과도한 학벌중심의 지역사회 분위기 속에서 아이는 물론이고, 부모들까지 고교진학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다. 대학진학 등 아이의 장래도 달려있지만 부모의 체면 때문에 무리하게 아이를 닦달하다가 가정불화를 겪는 집도 더러 있다. 이런 사정은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으로 이어져 학부모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안겨준다.

지난해 어렵게 이뤄낸 천안지역의 고교평준화는 충남 지역의 다른 학부모들에게도 한줄기 희망을 주었다. 강원
도 등 이미 다른 지역에서는 평준화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데 충남만 유독 비평준화를 고수하고 있다. 평준화가 학력을 저하시킨다는 우려는 그동안 비교연구를 통해 기우임이 입증됐다. 성적이 좋은 아이들만 모아 초강도의 경쟁을 시키는 구조는 아이들의 학업 피로감을 가중시키며, 교우 간에 서로 협력하고 촉진하는 관계를 맺을 수 없게 만들어 아이들을 극단적으로 고립시킬 뿐이다. 대학입시 경쟁력을 놓고 볼 때도 우리나라 수능시험이 5지선다형 객관식 시험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수준 높은 수준의 사고력과 추론능력을 요구받는 시험임엔 틀림없다.

중학교 때부터 다양한 체험과 독서활동 등을 통해 생각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길러야한다. 안타까운 것은 내 아이 뿐만 아니라 우리 동네의 많은 중학생들이 고교입시에 유리한 내신성적을 관리하느라 과도한 문제집 풀이와 단순반복적인 암기식 공부에만 너무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수업도 아이들의 관심이 온통 시험 문제에 나오는가에만 쏠리다 보니 진정한 배움이 일어날리 없다.   

천안지역에서 시작된 고교평준화 소식이 내게 가뭄 속 단비처럼 반가웠던 첫번째 이유는 맨 날 학원을 오가며 문제집만 풀고 있는 내 아이에게 읽고 싶은 책을 맘 놓고 읽을 수 있게 해줄 것 같기 때문이었다. 친구들이랑 어울려 다니던 요양원 봉사활동도 더 많이 하고, 배우다가 만 기타연주도 계속해 폼 나게 연주도 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였다.   

충남도의회가 이미 다 이루어진 고교평준화 조례개정 심의를 뚜렷한 이유 없이 연기시킨 것은 평준화 효과를 고대하던 많은 중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 균형 잡힌 성장을 포기하면서 하루하루 과도한 학습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 희생시키는 것을 학부모로서 그냥 용납하기 어렵다.

오늘도 중 2학년 우리 아이는 쏟아지는 졸음을 참아가며 이번 중간고사에서 한 문제라도 더 맞추겠다고 문제집을 풀고 있다. 이러고도 원하는 고등학교에 못 가면 어쩌나 지켜보는 부모 마음은 타들어 간다. 이제 겨우 열네살 아이인데 졸리면 자게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중학생들에게 과도한 경쟁을 요구하는 지금의 고교입시는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이진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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