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토종 강경일(26·삼성생명) 선수가 지난 4일(금) 양산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0㎏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같은 시각 구성동의 강경일 선수 집은 우승을 축하해주기 위한 친인척과 지역주민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날 강 선수의 우승을 축하해주기 위해 찾은 주민들은 장구와 꽹과리를 울리며 함께 어우러져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특히 요즘 호흡기질환을 앓아 부쩍 수척해진 강 선수의 할머니 허순란(75)씨의 기쁨은 그 누구보다 컸다. 할머니는 평소 자신의 손주인 강 선수를 위해 인근 절에서 지극정성으로 불공을 드리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아버지 강승연(55)씨와 어머니 박미자(53)씨는 초등학교 4학년때 유도를 시작할 때부터 묵묵히 아들의 선택을 믿어왔었다. 그리고 아들은 그 믿음을 단 한번도 저버린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아들의 선택을 의심한 적이 없다. 그 힘든 훈련을 묵묵히 견디며 금메달을 목에 건 아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건축업을 하고 있는 아버지는 새마을지도자로 지역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으며, 어머니는 청룡동사무소 옆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가게 앞엔 골목주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잔치판이 벌어졌다.
한편 강경일 선수 집에는 조만간 또다른 경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 선수가 교제중인 것으로 알려진 박지영(24?용인대 4년)씨 가족들과 지난 8월 상견례를 가진 것.
박지영씨도 48㎏급 레슬링 선수다. 둘의 교제는 국가대표팀에서 만나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대회에 나란히 출전 강경일은 금메달, 박지영은 은메달을 따냈었다.
그러나 이번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박지영 선수가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했다. 따라서 강 선수는 박 선수의 몫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강 선수의 이번 금메달은 두 사람에게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강경일은 누구
강경일 선수는 구성초등학교 4학년때 유도를 시작하며 운동선수로 대성할 자질을 보였다.
이어 6학년때 레슬링으로 종목을 전환해 천성중학교와 경영정보고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한국체육대학과 상무를 거치며 국제무대로 진출했다.
94년 세계주니어대회 은메달, 97년 대학선수권 3위 등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같은 소속인 스타급선수 김인섭 이라는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같은 체급이었기 때문에 국제대회 출전권을 놓고 싸웠지만 번번이 그 앞에서 좌절됐다.
그러다 강경일 선수는 지난해부터 최고의 기량을 보이기 시작했다.
2001 폴란드오픈국제대회 58㎏급 우승, 2001 제3회 동아시아대회 우승, 2002 헝가리그랑프리국제대회 우승, 2002 밀론트로피대회 우승으로 강경일의 전성시대를 맞았다. 그리고 지난 4일(금) 제14회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그의 화려한 비행이 시작됐다.
사실상 아시아 선수가 경량급에서 세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강경일의 이번 대회 우승은 세계 정상임을 다시한번 확인한 쾌거다.
강경일의 마음은 벌써 아테네에 가있다. 오는 2004년 열리게 될 아테네 올림픽까지 멈추지 않는 천안토종 강경일의 쾌속질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