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매트 위에서 상대선수와 혈투를 벌이고 있는 아들을 지켜보는 아버지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그걸 말로 표현할 수 있나? 속타고 입이 바짝바짝 마르지. 차라리 눈을 감고 결과만 지켜보는 게 낫지. 그걸 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나.”
지난 4일(금) 천안 출신의 강경일(26?삼성생명) 선수가 제14회 부산아시아경기대회 60㎏급 그레코로만형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아버지 강승연(55?구성동)씨는 생업도 잠시 접고 부산으로 달려갔다.
‘막상 관중석 한켠에 자리를 잡았지만 왜 그리도 가슴이 뛰고 눈앞이 흐려 오는지. 아버지의 이런 초조한 모습을 아들에게 들켜선 안되는데.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 담담하게 아들을 대해야 하는데. 혹시 경기장을 찾은 아버지의 모습이 아들에게 부담스럽진 않을런지.’ 온갖 상념이 아버지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러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즈음 경기는 시작됐다. 아들 경일이가 결승전에서 만난 상대는 우즈베키스탄의 아리포프. 아리포프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선수로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렇지만 자랑스런 아들 경일이는 아리포프를 꺾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세계 최강자들이 모여 있는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사실상 올림픽과 다를바 없었다.
아버지가 느낀 경기시간 6분은 6시간보다 길게 느껴졌다. 아버지의 가슴엔 긴장, 초조, 불안 그 어떤 것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심정이 수십, 수백번 교차했다. 그 숨막히는 6분이 지났다. 그리고 벅찬 환희와 감격에 몸살을 만난 듯 온몸이 떨려왔다.
경일이가 처음 시작한 운동은 레슬링이 아닌 유도였다. 구성초등학교 4학년 어느 날 유도대회에 출전해 받아온 메달과 상장을 내밀던 작지만 다부졌던 어린 시절 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유도를 통해 기본기를 다진 아들은 레슬링으로 종목전환을 하면서도 항상 우승권에 머물렀다. 천성중과 천안경영정보고를 거치며 아들의 기량은 더욱 향상됐고, 한국체육대학에 진학하며 유망주로 떠올랐다.
그러나 한동안 같은 체급의 김인섭이라는 거대한 산에 가로막혀 크게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언제나 아들을 믿었다. 언젠가는 크게 빛을 발할 것이라며 아들을 격려하고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의 이러한 믿음을 경일이는 금메달로 보답했다. 어느새 아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매트 위를 달리고 있었다. 아버지의 얼굴에도 경기를 마친 아들 못지않게 땀방울이 가득했다. 눈가에 맺힌 이슬과 함께.
아들의 목표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이다. 아버지는 아들의 또다른 목표도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