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고민과 좌절의 시간”을 되새기는 이유-단국대학교 병원 정유석(38·가정의학과) 교수가 ‘의사 파업의 윤리적 성찰’이라는 책을 펴내 의사파업사태를 인문학적 시각으로 재조명했다.
정 교수는 2000년 의사파업 당시 후학을 양성하는 대학병원 교수로 “당시의 상황은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고민과 좌절의 시간이었으며, 학생들의 수업거부로까지 이어진 사태에 대해 심한 윤리적 갈등을 느껴야 했다”고 회고했다.
또한 “의사들은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국민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이는 추한 모습으로 비춰졌다. 이에 대해 뭔가 억울한 생각이 들었으나 어떤 항변의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가 다시 2000년 의사파업을 이야기 하려는 것은 현행 의약분업제도에 의사와 약사, 정부와 시민들이 적응해 가는 시점에서 다시 파업의 움직임이 술렁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의료계의 파업이 2000년도 단 한번으로 역사 속에 사라져 버리게 된다면 이 책의 집필이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또한 개인적으로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그러나 의사들을 다시 거리로 몰아내는 것이 현재와 미래의 상황이라면 파업의 윤리와 정당성에 대한 논의를 다시금 도마위에 올리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파업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한 의사들에게 쏟아지는 사회적 비난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러한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스스로 소극적 반론이라고 말함) 논리적 접근을 통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의사들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윤리적인 전문가 집단으로 위상을 높이하기에는 현 상황이 너무도 어둡고 절망적”이라고 지적함과 동시에 “파업을 통한 목표 달성은 정부가 답습하고 있는 땜질 처방에 불과함을 깊이 인식하고 더디 가더라도 옳은 방향으로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투쟁을 전개하기 위
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료윤리 교육학회장이며 카톨릭 의과대학 맹광호 교수는 이 책을 추천하며“의사 파업의 정당성을 주장하지 않고 오히려 파업에 쏟아졌던 언론과 시민단체, 정부의 비난 한 가운데 서 있던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담담하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고 있다. 그러면서 윤리학적으로 광범위한 도구를 사용해 윤리학자가 표현할 수 없는 생생한 현장을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지난해 의사파업사태를 분석한 논문으로 충북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단국대 의과대학에서 의료윤리학을 강의하고 있고 가정의학과와 건강증진센터, 금연클리닉 담당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는 <스트레스는 없다>, <미래혁명이 시작된다>, <현대인의 건강>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