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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날아간 부농의 꿈

등록일 2002년09월07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피해현장을 가다…병천면 직장생활을 접고 지난 95년 귀농한 7년차 농부 이현석(39)씨는 첫수확을 앞둔 비닐하우스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했다. 올해 1억원의 시설비를 들여 1천3백여평에 세운 비닐하우스 10동이 태풍에 할퀴고 찢겨 처참하게 무너져 있었기 때문. 부농의 부푼 꿈을 안고 올해 처음 시작한 비닐하우스. 이틀전만 하더라도 첫 수확을 앞둔 하우스 안의 오이는 싱그럽고 탐스러웠다. 그러나 갑자기 불어닥친 태풍으로 하우스가 갈갈이 찢겨 잔해만 군데군데 남아 있다. 엿가락처럼 휘어버린 하우스를 재생할 길은 전무하다. 그에겐 지금 당장 농업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이 남아있지 않다. 이명수(64)씨는 추석을 앞두고 탐스럽게 익어가던 포도밭 18평이 송두리째 주저앉는 피해를 입었다. 하루라도 시급히 주저앉은 포도넝쿨을 일으켜 세워야 한푼이라도 건지는데, 인력지원이 늦어져 노심초사했다. 이씨는 지원요청 3일만에 경찰병력을 지원받아 복구에 착수했다. 손준기(50)씨의 배밭 3천여평에는 70%의 낙과피해를 보았다. 나무에 매달린 배마저도 상품가치는 최악의 수준이다. 바람에 서로 부딪혀 깨지는 바람에 판매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나뭇잎도 갈갈이 뜯겨져 나갔다. 양분섭취를 하지 못한 나무가 올 겨울 무사히 견딜는지는 미지수다. 아우내 배작목반 한창섭 회장은 작목반 18농가의 수확량이 예년의 20∼30%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추석출하는 물론 금년 수출도 포기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원칙없는 지원체계 원성 일선 읍면 지역에선 태풍피해를 조사한 일부 공무원들 사이에 천안시 본청이나 유관기관의 지원인력 배분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피해발생 정도에 따른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지인 챙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심각한 인력 누수현상이 발생했다고. 현장에서 만난 한 면지역 공무원은 “이번 태풍피해는 지난달 집중호우때보다 인력수요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특히 피해지역은 대부분 사유시설이기 때문에 단 몇 명을 지원하더라도 인력배분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몰아주기식 인력배분은 해당 농가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소외농가가 더 크게 발생될 것이라고. 실제로 특정지역에선 지원인력이 남아도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반대로 인력지원이 전혀 없어 손도 못대고 있는 지역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특히 일부 낙과와 시설피해현장에 필요 이상의 인력을 투입해 물에 잠긴 벼세우기 등 시급한 피해지역이 소외받기도 했다. 지원된 인력들도 투입된 지역에 대한 불만이 대단했다. “누구는 시원한 과수원 그늘에서 쉬면서 때우고, 누구는 질퍽거리는 논바닥 뙤약볕 아래서 허리 아프게 일해야 하냐”는 볼멘 소리도 터져 나왔다. 이와 함께 천안시의 피해집계에도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신속하고 정확한 집계가 이뤄져야 현장인력 수급이 원활하겠지만 피해보고 및 지원체계에 상당한 혼선이 발생된 것. 천안시재해대책본부의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이 아쉽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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