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둘러쌓여 있는 천안미라초는 체육관도 놀이기구도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교육당국은 학생들의 체력약화는 물론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으로 체육수업 강화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일선학교에서는 갑갑한 현실을 개선하려고는 하지 않고 지시만 내려보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교조 천안지회는 지난 4일(수) ‘놀이시설도, 체육관도 제대로 없는 초등학교 현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현재 천안지역 초등학교 70개 중 체육관이 없는 학교는 9개교로, 유치원생 254명과 초등학생 2977명은 체육 등 운동장 수업을 할 때 하절기 더위와 장마, 동절기 추위와 싸우고 있다.
전교조 천안지회 이영주 지부장은 “몸집이 커지고 활동력이 왕성해지는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은 체육시간이 그나마 답답하고 좁은 교실을 벗어나는 시간이다. 공부도 체력이다. 마음껏 뛰어다니며 땀을 흘리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체육관이 없는 학교들은 봄철에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와 미세먼지에 그대로 노출된 채, 운동장 수업을 해야만 한다. 더위와 추위가 심할 때는 체육관 대신 교실에서 체육 수업을 한다. 최근에는 중국발 미세먼지 때문에 운동장에서의 체육 수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예체능 강화하려면 교육여건 먼저 개선해야’
여유공간 있다면 법 적용도 탄력적으로
교육청은 각 학교에 예체능교육 수업시간을 늘리라고 하고 있다. 그에 따라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는 체육시간을 늘리고 있다. 그런데 미비한 교육여건을 개선하려는 의지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교조 천안지회는 ‘교육청은 예산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천안지역 10개교 3822명(중학교 포함)의 학생들을 위한 체육관 건립 계획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체육관이 없는 9개 초등학교가운데는 학생수가 600명 이상인 학교가 3곳, 400명이 넘는 학교도 1곳이 포함돼 있다.
이들 학교의 또 다른 문제는 체육관이 없는 것 뿐만 아니라 운동장내 놀이기구도 변변치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천안미라초와 직산읍의 삼은초는 말 많고 탈 많은 인조잔디 운동장. 학생들이 마음 놓고 안전하게, 쾌적하게 뛰 놀 공간이 정말 마땅치 않다.
특히 전교생 432명, 유치원생 54명이 다니고 있는 천안미라초등학교는 새터민 가정, 기초생활수급 가정, 다문화 가정 등의 학생이 다른 학교에 비해서 많다. 하지만 인근 학교에 대부분 설치돼 있는 체육관이 없을 뿐만 아니라, 놀이시설조차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
학급수 감소로 여유 교실이 많이 있지만, 개축한지 15년 밖에 되지 않아서 유휴시설을 활용한 체육관 설치도 어려운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학교 예산만으로 체육관 설치는 불가능한 상태다.
미라초등학교 오세연 교사는 “유휴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학교는 보다 탄력적인 법 적용을 통해 적은 예산으로도 체육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교육당국은 학교현장에서 교육과정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