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구제로 승부 'ZIZI'
천안역 맞은편 명동상가에 ‘구제바람’이 불고 있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1층 상가마저 비어 있던 명동상가는 올해만 약 9개 구제점포가 들어서면서 구제점포만 50여개가 넘어섰다.
가방, 옷, 신발, 액세서리, 패션잡화 특화거리를 표방하고 있는 ‘명동거리’가 이제 다양한 구제품을 판매하는 명물거리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프라다, 구찌, 버버리, 루이비통 등 명품을 주로 취급하는 'ZIZI' 이우석 대표. 이 대표가 명동거리로 이주해온 시기는 약 2년 전이다.
“2년 전만해도 이렇게 구제점포가 많지 않았어요. 1년 전부터 구제점포가 하나 둘 들어서더니 이제 전국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거리가 조성된 거죠.”
‘구제’는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이 쓰던 물건을 말한다. 옛날에 입던 헌옷을 착용하여 활동적이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옷들을 코디하는 ‘빈티지’스타일이 유행하면서 구제품은 단조로운 옷입는 방식에 싫증을 느끼던 젊은층 중심으로 자신의 개성을 살리는 중요한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ZIZI'를 이용하는 고객층은 젊은층 뿐 아니라 30대에서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연령층이 두텁다.
“명품은 가격이 매우 비싼 편이죠. 구제상가를 이용하면 물론 헌 제품이지만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그렇다고 경제력이 없는 사람만 찾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경제력이 있는 분들도 많이 찾아요. 쓰지 않거나 싫증난 물품을 위탁판매하기도 하고 교환하기도 하죠.”
'ZIZI'에는 셀수도 없이 많고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이 있다. 정말 멋진 명품을 단돈 몇만원에 득템? 할 수도 있다.
구제품을 구하는 노하우를 설명해 달라고 하자 답변은 ‘발품’이다.
“주로 서울과 부산을 다니는데 프리마켓 등에서 구하고 있어요. 맘에 드는 제품을 구하려면 많이 돌아다니고 패션에 대한 감각을 키워야 하죠.”
명동상가에 구제상점이 더욱 많이 생겨, 전국적인 명물이 되기를 바란다는 이우석 대표는 5만원 이상 구매시 바로 옆 CGV 영화티켓 2매를 무료로 증정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이벤트 기간은 영화티켓 소진시까지인데 소진됐다고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영화티켓을 많이 확보해 놓았고, 소진되면 다시 구매할 생각이다.
특이함 희소제품으로 승부 ‘청바지 & 아가씨’
‘청바지 & 아가씨’ 양상기 대표가 명동거리에 정착한 시기는 1년 전이다. 15년 전부터 전국의 행사장, 축제장을 돌아다니며 패션제품을 팔았다.
“전국을 돌아다니는 일이 힘에 부쳤고, 이제 정착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명동상가에 구제점포가 들어서고 있다는 소식에 정착하기로 결정한거죠.
이곳의 특징은 특이하고 희소성 있는 구제품이다.
청바지, 바이커·연예인 스타일의 제품이 많은 이 곳은 고객의 주 연령층이 20대에서 30대이다. 이곳을 찾는 손님 중에는 외국인도 많다.
“개성을 찾는 젊은이들이 남들과 다른 구제품을 원해요. 제가 선호하는 제품도 그러한 것들이라 주로 구매하고 있죠. 고객들이 어떤 스타일의 어느 브랜드 제품을 구해달라고 하기도 한답니다.”
구제상점 거리가 조성되고 있지만 평일은 아직까지 한산한 편이다. 명동거리 상인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열고 있는데 평일 보다 주말에 1주일 매출에 50%를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주말에는 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상인들은 명동거리에 더 많은 상점이 들어서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원도심 명동거리가 활성화 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구제품이라고 해서 똑같은 아이템으로 승부해서는 경쟁력이 없습니다. 사실 구제상점을 여는 분들이 대부분 재력이 많은 편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무작정 시작하는데 여성전문, 바이커, 명품 등 테마를 갖고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많은 경험이 필요해요. 상점에서 점원으로 일해서 노하우를 배우는 것도 권해드리고 싶어요.”
‘명동거리’에 구제거리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새로운 바람이 침체된 명동거리를 부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