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유류피해민들이 사고발생 6년을 앞두고 가해기업인 삼성중공업이 3600억원 규모의 발전기금 출연에 전격 합의했다.
21일 오후 6시경 국회 유류특위 위원장실에서 비공개로 열린 삼성중공업 지역발전기금 출연 관련 협의체에서 충남유류피해대책위총연합회 국응복 회장과 삼성중공업 박대영 대표이사가 합의서에 서명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부터 비공개로 열린 협의체 회의에는 피해민을 대표해 국응복 회장, 문승일 사무국장, 정균철 전남영광대책위 회장, 박덕규 보령시 대책위원장과 삼성중공업 박대영 사장, 박영현 부사장 등 삼성 관계자 4명이 참석해 출연금 규모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이 자리에는 홍문표 특위 위원장과 새누리당 성완종(충남 서산. 태안)특위 간사와 민주당 박수현(충남 공주시) 특위 간사 등 국회 협의체 위원들이 참여해 중재에 나섰다.
4시간에 가까운 마라톤 협의 끝에 이날 5시 45분경 지난달 9월 협의체에서 삼성측이 주장한 3600억 원(지난 5년간 지역 기여사업비 500억원 포함) 규모로 합의했다.
당초 삼성측에서는 2000억원의 현금 출연과 800억 원의 현금 5년 분할 납부, 5년간 300억 원의 지역 기여사업 방식의 기금 출연 방식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이날 협상 끝에 내년 1월까지 2900억 원을 현금으로 출연하고, 200억 원은 2년간 연 100억 원씩 사회공헌활동과 지역 기여사업에 쓰기로 하는 등 2년 안에 모든 것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날 전격 합의는 국회 유류특위 소속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중재에 나선 것도 큰 보탬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충청권 의원들은 피해민들의 요구에 따라 국회 유류특위를 내년 봄까지 연장 운영하고 정부가 사고 당시 적립한 보상 받지 못 한 피해민들에 대한 기금을 1200억 원(현재 580억 원)로 규모로 확대하고 해 추가 예산 확보에도 주력하기로 약속했다.
국응복 회장은 "피해주민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며 "최단 기간 안에 발전기금을 최대한 현금으로 출연하고 국회 특위가 보상받지 못한 자에 대한 배려와 특위 연장을 통해 정부의 예산 확보에 나서기로 해 합의에 서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원인 제공자인 현대오일뱅크에 대해서도 삼성중공업에 버금가는 자세로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합의안은 오는 28일 열릴 예정인 국회유류특위 전체회의 석상에서 피해민과 삼성중공업 대표가 다시 합의서에 서명하고 이후 유류특위원장과 3명이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공표할 예정이다.
이날 합의는 피해주민들은 발전기금의 현금 규모를 확대하고 출연시기를 앞당겼다는 실리를, 삼성중공업은 출연금 규모를 지키면서 가해기업의 오명을 빠른 시일 안에 벗어날 수 있다는 명분을 각각 얻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가해기업 삼성의 출연기금 규모가 기대 이하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향후 논란이 될 여지도 남겨놓고 있다. 또 발전기금의 피해지역 분배액과 방식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