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언어폭력과 가혹행위를 가해 물의를 빚고 있다.
정년퇴임을 1년6개월 남긴 노(老)교사(61)는 학습지도과정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옛 교육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교단에서 내려설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수년전부터 예고된 일’ 이라며 ‘학교의 안일한 대처’를 문제 삼았고, 해당교사의 자진퇴직 또한 ‘문제를 회피하려는 비겁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4년 전 아산시의 한 초등학교에 전임 온 노교사는 2학년 담임교사로 재직하면서 강압적인 옛 교육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해 학생·학부모의 원성을 사왔다. 때문에 학교는 해당교사를 체육전담교사로, 다시 미술전담교사로 직책을 변경했지만 문제는 직책을 변경한 후 더 빈번해졌다.
특히 지난 9월30일에는 노교사가 수업시간에 딴 짓을 하는 학생을 지도하면서 학생의 팔을 힘껏 잡아당겨 근육파열이 일어났고, 해당학생은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치료를 요하는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
아산시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노(老)교사가 학습지도과정에서 완력을 사용해 학생의 팔 근육이 파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
인격모독과 욕설·구타까지···
“실수로 미술선생님과 부딪힌 적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누가 있나 없나 살피시더니 주먹으로 배를 때렸어요. 그리고 지난번 수업시간에는 친구들 앞에서 ‘아빠가 미국인이지? 미국인들은 돈을 좋아하는데 똥이 돈이라고 하면 똥도 좋아하겠다’라고 놀리셔서 혼자 도서실로 도망가 울었던 적도 있어요.”
해당학교의 한 다문화가정 학생은 ‘선생님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구나’라며 못을 박았다. 또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 받는 것은 익숙했지만 교사에게 놀림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서운한 기색을 나타냈다.
또 다른 A학생(여)은 노교사의 가혹행위로 팔에 멍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A학생에 따르면 미술수업시간에 가위로 종이를 자르고 있었는데 노교사가 ‘딴 짓 한다’며 교단으로 나오라고 한 후 뒤에서 양팔을 세게 눌렀으며, 교사의 힘에 눌린 팔은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고 말했다.
A 학생은 “너무 아파서 울었어요. 친구들이 선생님한테 ‘OO이 울어요’라고 했는데도 선생님은 ‘자기가 잘못한 거니까 울어도 괜찮아, 그 까짓것 가지고 왜 울어’라며 더 화를 냈어요”라고 울먹였다.
B학생은 부모를 모욕하는 것이 가장 싫다고 말했다.
이 학생에 의하면 노교사는 수업을 시작할 때 ‘조용히 하고 책상에 엎드려’라며 5분정도 정숙의 시간을 갖는데, 간혹 엎드린 상태에서도 떠드는 학생이 있을 때 ‘집에서 부모가 그렇게 가르치더냐’며 마음의 상처를 줬다고 고백했다.
미술시간 마다 복도로 쫓겨난 학생도 있었다.
매주 미술시간이 진행되는 2시간 동안 복도에 서있었다는 C학생은 “다른 친구들한테는 안 그러시는데 저는 조금만 말해도 바로 나가라고 하세요. 처음에는 복도에 나가는 것이 창피했었는데, 친구들이 언젠가부터 제가 부럽다며 일부러 크게 떠들어서 복도로 쫓겨나왔어요. 차라리 복도에 나와 있는 것이 마음 편해요”라고 말했다.
노교사의 욕설도 도마에 올랐다.
D학생은 미술시간에 친구와 잡담을 하다가 노교사에게 혼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노교사가 작은 목소리로 ‘OO 애새끼들이 OO 떠드네’, ‘OOOO you’ 라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이 언급하는 내용에 대해 대다수의 학생이 ‘맞어, 맞어, 나도 봤어, 나도 들었어’라며 맞장구쳤으며, 노교사에게 가혹행위를 직접 당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10명의 학생 중 7명이 손을 들었고 그중 3명은 여학생이었다.
한편, 모든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노교사가 가혹행위 후 꼭 사과를 한다고 전했다. 특히 한 학생은 노교사에게서 ‘너와 나만의 비밀이야.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부모님한테 말하면 안 되는 거야’라는 말을 들었다고 고백했다.
학습지도에 완력사용, 팔근육 파열
노교사가 학습지도과정에서 완력을 사용해 학생의 팔 근육이 파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노교사에 따르면 5학년임에도 불구하고 한글 모두를 습득하지 못한 한 학생이 수업시간에 딴 짓을 하고 친구와 장난을 치는 등 수업을 방해하자 5차례에 걸쳐 주의를 줬으며, 수업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 복도로 내보려고 했다고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 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려 반항했고, 급기야 교사 앞에서 책상을 ‘쾅’ 내리치며 화를 내 어쩔 수 없이 학생의 팔을 잡고 강제로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팔을 잡힌 학생이 ‘아’하며 고통을 호소하는 동시에 울음을 터뜨렸다고.
이후 노교사는 보건실을 통해 해당학생의 병원진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함께 정형외과를 방문해 엑스레이를 촬영을 했다. 검사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의사소견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해당학생과 이를 지켜본 친구들도 노교사의 말을 대부분 인정했으나 노교사의 대처방법에는 문제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날 팔을 다친 학생은 “선생님한테 반항한 것은 제가 잘못했어요. 그런데 팔이 아프다고 했는데도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은 선생님은 더 나쁜 것 같아요”라며 “미술시간이 끝났어도 팔이 너무 아파서 보건실에 갔는데 파스만 뿌려줬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은 “5교시가 지났을 때에는 팔이 붓고 움직이지 않아서 담임선생님한테 말씀드렸더니 보건실에 다시 가보라고 해서 병원을 가게 된 것이에요”라며 “선생님은 제가 많이 미운가 봐요. 지난번에는 손톱과 손톱 밑에 살 사이를 꽉 눌러서 피가 났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학부모에게도 ‘막말’
해당 학부모를 대하는 노교사의 언행도 문제가 됐다.
학부모에 따르면 담임교사의 권유로 단국대병원에 정밀검사를 받으러 가던 중 노교사의 전화를 받았으며 당시 노교사가 ‘병원에서 아무 이상 없다는데 무슨 병원을 또 가세요’라며 화를 냈다고 말했다.
이에 학부모는 ‘아이가 팔을 못 움직인다. 뼈가 아닌 근육에 문제가 있을지 모르니까 정밀검사를 받고 싶다’고 답했으나 들려오는 대답은 ‘야! 너! 나와 한 번 해보자는 거야!’라는 막말과 고성뿐이었다고 전했다.
또한 이 학부모는 노교사와 노교사의 부인, 형 등이 집으로 방문한 것에 대한 불쾌함을 토로했다.
이 학부모에 의하면 아산교육지원청에서 조사를 나오기 바로 전날 노교사와 가족이 함께 집을 방문했으며, 방문했을 당시 ‘교육청에서 나오는데, 학교에서 짤리지 않게 얘기를 잘해달라’며 100만원을 건넸다. 그러나 학부모는 ‘학교를 통해 정식으로 준다면 받겠지만 뒷돈 주듯이 개인적으로 와서 돈을 주는 것은상당히 불쾌한 일’이라며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노교사는 이 같은 사실에 “병원에서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병원을 또 간다고 하니까 감정적으로 조절을 하지 못해 화를 낸 것 같다”며 “학생의 병원비 명목으로 돈을 건넨 것이지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수년전부터 예견된 사고
노교사의 강압적인 교육 방식에 학부모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많은 학부모들은 이번 가혹행위가 수년전부터 예견된 사고였던 만큼 학교의 안일한 대처가 일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노교사의 다문화가정 비하발언으로 피해를 입은 학부모에 따르면 지난 5월 학교를 방문해 노교사의 언어폭행 및 가혹행위에 대한 문제점을 항의했으며, 당시 교장은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조치를 취하고 2014학년도에는 노교사가 다른 학교로 갈 수 있도록 권고하겠다는 다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12월 말까지 기다리던 중 9월말에 OO학생(팔근육 파열) 사건이 발생했으며, 사건발생 다음날 다른 학부모들과 함께 학교장을 항의방문한 자리에서는 학교장이 ‘노교사를 수업에 들여보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교장은 일주일 후 ‘노교사 수업에 담임교사를 참관시키겠다’며 약속을 깨버렸다고 덧붙였다.
이 학부모는 “학교장이 했던 약속 중에 지켜진 것이 하나도 없다. 지난 5월 우리아이의 일이 발생했을 때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했더라면 OO학생과 같은 피해자는 없었을 것”이라며 “학교장이 OO학생의 고통을, 많은 학생들의 상처를 생각했더라면 OO학생 사건 이후라도 노교사를 수업에 들여보내서는 절대로 안되는 일이었다. 생각해 봐라 OO학생이 노교사의 수업을 들으며 얼마나 공포스러웠겠는가”라고 말했다.
실제 OO학생은 사건발생 이후에도 수업을 진행하는 미술교사를 보고 “너무 무서워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학부모들은 ▶아이가 어느 날부터 미술수업에 들어가기 싫다며, 미술수업이 있는 날은 머리가 아프고 배도 아프다는 핑계로 등교를 기피함(5학년 학부모) ▶아들이 수차례 가혹행위를 당했음. ‘엄마가 알면 가슴 아파 할 것 같아서 그동안 이야기 하지 않았다’는 아들의 말에 미술교사에 대한 화가 치밈(4학년 학부모) ▶자녀가 미술교사에게 수업을 받은 적은 없지만 내년부터 수업을 듣게 될까봐 두려움(2학년 학부모) ▶창의력을 키우는 미술수업이 한 교사의 강압적인 수업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고 있다(4·6학년 학부모) ▶아이가 수업 중 떠들었다는 이유로 미술교사에게 혼났다고 한다. 이해는 하지만 아이에게 손을 치켜들며 ‘확 때려버릴라, 내가 너희 치면 머리 돌아가’ 등의 막말로 훈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6학년 학부모) ▶교사에게 반항한 아이들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사태를 이렇게까지 몰고 온 미술교사와 학교는 반성해야 할 것(5학년 학부모)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아산교육지원청 ‘수박 겉 핥기’ 조사?
학부모들은 아산교육지원청의 조사과정도 문제 삼았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아산교육지원청이 이번 사건을 조사함에 있어서 문제의 본질을 보지 않고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는 비난이다.
노교사의 강압적인 학습지도로 팔근육이 파열된 학생에 따르면 아산교육지원청의 조사과정에서 미술교사의 잘못은 언급되지 않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설명하라는 장학사의 안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명을 하는 과정에서는 ‘틀린 이야기이면 이름을 쓰지 말고, 맞는 이야기이면 이름을 쓰라’고 지시받았지만 미술교사의 잘못이 아닌 수업을 방해한 자신의 잘못을 탓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학생의 이 같은 주장에 한 학부모는 “어른 셋이서 아이 하나 불러 놓고, 아이의 잘못으로 몰아세운 꼴 아니냐”라며 “알아본 바로는 학교 측에서 해당학급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리 설문지를 작성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를 나온 장학사라면 최소한 해당학급의 학생들을 직접 만나 전후사정을 파악 했어야지 ‘수박 겉 핥기’ 식으로 학교 측의 설명만 듣고 사라졌다”고 비난했다.
이어 학부모는 “학교 측에서는 아산교육지원청의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해당교사가 자진해서 퇴직할 생각’이라며 문제를 덮기에 급급했다”며 “문제의 교사가 자진퇴직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겠지만 비겁하게 도망가서는 안 된다. 언어폭행 및 가혹행위에 대한 징계를 받고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 교권침해 주장
이번에 문제가 된 노교사는 모든 것이 교권침해로부터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어린시절부터 조용한 가운데 교육을 받아온 자신은 교사가 되어서도 조용한 가운데 수업이 진행되는 것이 수업의 정석이라고 생각하며, 수업시작 전 학생들에게 책상 위에 엎드리라고 한 부분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수업에 방해되는 몇몇 학생들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유독 말을 듣지 않은 학생들에게 양팔을 잡고 악력(손아귀로 쥐는 힘)을 가한 것은 체벌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행한 일종의 제재수단이었으며, 여학생에게는 절대로 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학생에게 악력을 가한 후 ‘너와 나만의 비밀이야’라며 사과한 이유는 ‘학교에서의 나쁜 기억을 없애, 하교 길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한 배려’라고 해명했다.
특히 학생들이 있는 가운데 욕설을 한 사실에 대해서는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혼잣말로 조용히 한 것이지 대놓고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는 “다문화가정 학생에 대한 비하발언은 돈이 태어나고 후에 사람이 태어난 것과 같은 일종의 사회타락 현상을 이야기하려 했을 뿐 해당학생의 학부모를 비하할 생각은 없었다”며 “팔근육이 파열된 학생과 같이 교권을 침해한 경우, 옛날 같으면 더 혼내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체벌이 없는 세상이기 때문에 그 정도의 완력행사는 어느 학교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어서 억울한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덧붙여 노교사는 “교권이 실추돼 교사들이 살아가기 힘들지만 모든 일이 잘 해결 됐으면 좋겠다. 피해학생에 대한 치료비와 아울러 병원 다니는 차량 기름값 등을 돈으로 지불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학생들은 노교사에게 반항하는 이유에 대해 “다른 선생님들에게는 반항하지 않는다”며 “처음부터 대든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싫어져서 대드는 것인데, 그 부분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미술선생님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한 동료교사는 “다른 교사는 모르겠지만 나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학생들이 반항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자진퇴직이 해결책?
“말이 명예퇴직이지 사실은 불명예퇴직이다. 정년퇴임을 1년6개월 남겨 놓은 상황에서 40여 년의 교직생활을 이렇게 마감하는 것이 명예스러운 일이겠는가. 해당교사가 학부모들의 항의에 자진퇴직을 결심했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학교의 교장은 ‘모든 것이 학교장의 불찰’이라며 학생·학부모의 용서를 구했다.
또한 학교장은 지난 5월 다문화가정 학생의 문제가 불거졌을 때부터 해당교사와 옛교육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을 서로 공감했으며, 교사가 자진퇴직 방향으로 해결점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장은 “학부모들과 약속한 대로 해당교사가 오는 12월 학교를 떠나려고 했기에 문제가 마무리 되는 상황”이라며 “학생·교사·학교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고, 학교가 안정화 될 수 있도록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을 격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아산교육지원청의 담당 장학사는 ‘수박 겉 핥기 조사’에 대해 강한 부정을 나타냈다.
장학사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주장하는 ‘미술교사 언행폭행 및 가혹행위’에 대해서는 학교방문이 이뤄지기 전에 학교관계자를 통해 이미 파악한 상태였으며, 해당학생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어떠한 강압행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특히 해당학생에게 했던 마지막 질문에서 ‘미술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니?’라고 물었을 때, 학생이 ‘수업시간에 떠들어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답해 학생을 칭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가혹행위 후 학교 떠나면 그만?
‘비겁하다’, 징계 받고 떠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