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규 교수(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이비인후과)
귀 질환 중 가장 흔한 ‘난청’. 사람들이 잘 듣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난청을 일으키는 원인들은 무수히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중이염, 노인성 난청, 소음성 난청, 외상성 난청, 돌발성 난청, 선천성 난청 등이다. 난청은 다양한 원인에 맞춰 적절한 방법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런데 외래진료를 하다보면 많은 환자들이 난청의 원인을 모르고 지인이 수술을 통해 잘 듣게 되었다며 수술해 달라해 필자를 당황케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난청은 크게 ‘전음성 난청’과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나뉜다. 전음성 난청은 달팽이관 이전의 이상, 즉 외이도, 고막, 이소골(고막 안에 있는 3개의 작은 뼈) 등의 이상으로, 감각신경성 난청은 달팽이관이나 청각신경계의 이상으로 발생한다. 수술적 치료로 전음성 난청은 청력 회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감각신경성 난청은 원인과 난청 정도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맞춰 청력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 상태에 따라선 오랜 재활 기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감각신경성 난청은 예전부터 시행해온 대표적인 치료가 보청기 착용이다. 보청기는 사용하기에 따라서 청력을 보조하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보청기 착용을 하나의 큰 장애로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보청기 착용을 하지 않으려 한다. 시력저하의 경우 안경 착용에 대해서는 대부분 관대하면서 청력저하로 보청기 착용에 대해선 왜 그렇게 거부감을 느끼는 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실제로 보청기가 모든 난청을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시기에 각자의 청력에 맞는 보청기를 선택해 착용하면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난청 재활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현재 기술의 발달로 예전에 보청기를 착용하면서 환자들이 호소하였던 불편감은 많이 해결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음성이 이전과 다르게 들리고, 소리변형, 되울림 현상 등의 문제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보청기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개발된 것들이 ‘이식형 보청기’들 이다. 이식형 보청기는 보청기 착용 시 외이도 폐쇄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감을 해소함과 동시에 중이(中耳)를 직접 자극해 더 큰 증폭과 명료한 소리를 얻을 수 있은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일반 보청기보다 비싸며, 수술적 처치가 필요하다.
앞에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재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했는데, 일부의 감각신경성 난청의 경우 점점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청력 악화를 막기 위한 약물 요법 및 기타 청력을 보호하기 위한 환경요법 등과 더불어 적절한 보청기를 선택하여 섬세하게 조절하여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일부 고도 난청 환자의 경우 이러한 일반 보청기나 이식형 보청기의 도움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환자들을 위해 개발된 것이 ‘인공와우’이다. 물론 모든 고도 난청을 인공와우로 해결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감각신경성 난청의 경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인공와우 이식술을 시행하면, 청력손실이 심각한 전농(90dB 이상) 환자의 경우에도 소리를 듣게 된다. 그렇다고 정상인과 같이 당장 듣고 말하는 것이 가능하진 않지만, 지금까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던 사람이 소리를 듣게 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겐 대단한 일임에는 분명하다. 인공와우 이식술을 받게 되면 이전 귀의 상태와 난청이 지속된 시간, 환자의 나이 등에 따라 단순히 소리를 듣게 되는 경우부터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상태까지 다양한 경과를 보이게 된다.
인공와우 기기는 내부로 이식되는 수용기, 자극기와 외부에 착용하게 되는 언어처리기, 헤드셋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에는 외부 기기를 하나로 합쳐 미용적인 효과를 향상시킨 기기도 출시되었다. 인공와우 이식술은 비교적 수술시간이 짧고, 안전한 수술이다. 수술 후 특별한 합병증만 없으면 2~3일 이내에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그리고 수술 후 2~3주 정도 후 수술부위가 안정되면 언어처리기를 작동시켜 소리를 듣게 된다. 이후에는 지속적인 기기 조율과 언어 치료를 시행하면서 환자에게 최적화된 적절한 음자극을 찾게 된다.
이전까지 비싼 기기 및 수술비용으로 선천성 난청 소아에 국한되어 시행되어 왔으나, 최근 보험 적용이 되면서 환자 부담이 많이 줄었다. 보청기를 사용하기 어려운 많은 고도 난청 환자들에게 많이 시행되고 도움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