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소 추가증설 억제와 각종 피해에 대한 대책 마련 없이 충남지역 기후변화 대책은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화력발전소 추가증설 억제와 각종 피해에 대한 대책 마련 없이 충남지역 기후변화 대책은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충남도 관계자는 “관련과를 중심으로 T/F를 구성하고 중앙정부를 상대로 제도를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등 종합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김제남 국회의원실과 공동으로 10일 오전 충남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실에서 충남지역 화력발전소 문제에 대한 정책 대안을 모색해보는 좌담회를 열었다. 이번 좌담회는 정부의 제6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대규모 충남 화력발전소 증설계획 문제점을 집중 점검한 기획 연재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토론은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김세호 김제남의원실 정책비서관, 한찬동 충남도청 환경정책과 사무관, 명성철 충청남도의원, 문석주 보령시민참여연대 집행위원 순으로 진행됐다.
“화력발전소는 상시 오염원... 심각성 알리는데 주력해야”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충남화력발전시설의 증설을 막고 현재 운영중인 화력발전소의 환경피해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어떤 기후변화대책도 백약이 무효라고 강조했다. 또 충남도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민 질병발생현황 등을 포함한 화력발전소로 인한 환경피해 현황 조사에 당장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충남도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연간 1억800만 톤) 중 80.4%인 8400만 톤이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고 있다. 지난 2004년 조사결과를 보면 전국에서 굴뚝 자동감시체계를 부착한 사업장의 대기가스 배출량은 충청권이 15만 5536t(전체의 38.8%)으로 전국 최고로 이중 시설별 배출량은 발전시설 10만 2692t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첫 번째 토론에 나선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온배수, 석탄분진, 회처리장, 송전선로, 주민 건강 등 화력발전으로 인한 피해현황을 열거했다. 이어 “내년부터 도입될 화력발전 지역개발세 제도를 보완하고 이를 주민들의 건강 조사나 피해 대책 마련에 우선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세호 김제남의원실 정책비서관은 “제6차전력수급기본계획은 송전선로 계획조차 없이 만든 허점투성이로 실효성이 없다”며 “지방정부가 나서 제대로 된 ‘7차전력수급기본계획’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피해가 심각한 충남지역에서부터 과감한 문제제기 등 대응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명성철 충청남도의원은 “발전소가 생긴 지 30년이 다 되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손을 놓고 있었다”며 “화력발전소는 상시 오염원인 것을 인지하고, 실제 연구와 조사를 통해 심각성을 알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석주 보령시민참여연대 집행위원은 “지난 2011년 조사결과 보령화력 주변 10개 마을에서 100여 명 이상이 암으로 사망하거나 투병중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런데도 화력발전으로 인한 심각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탄식했다.
그는 “주민들은 대기오염과 수질오염뿐 아니라 기형, 암 질환 등에 대한 공포심으로 자식들과 마을의 젊은이들을 다른 지역으로 내보내고 있다”며 “충남도 등 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화력발전 증설계획을 막는 일에 적극 나서고 환경피해 해소방안 마련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찬동 충청남도 환경정책과 사무관은 “화력발전소 문제의 심각성을 새삼 인지했다”며 “관련 과를 중심으로 T/F팀을 구성하고 도 차원에서 중앙정부를 상대로 제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찾는 등 종합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제6차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화력발전을 통한 전력 공급량을 1580만kW로 상향했다. 현재 충남에는 당진화력(한국동서발전), 태안화력(한국서부발전), 보령화력(한국중부발전), 서천화력(한국중부발전), 동부그린당진발전소, 부곡복합화력 등이 있고 전국 화력발전 설비(2937만㎾)의 약 42%를 차지하고 있다. 또 태안화력 9·10호기(200만㎾)가 증설중이고 보령화력에서는 신보령 1·2호기(200만㎾)가 증설 공사 중이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이 확정되면 충남에선 당진복합화력 5호기(95만㎾급)와 신서천화력 1·2호기(100만㎾) 건설 사업이 또 시작된다.
다음은 참석자별 주요 발언요지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지역개발세, 주민 건강 대책에 써야”
-앞으로 도입될 지역개발세를 단순히 지역인프라에 투자할 게 아니라 지역 주민의 건강 피해 조사, 대책 마련에 써야 한다. 지금 발생하는 온배수, 석탄 분진, 갯벌을 매립해 만드는 회처리장 문제 등은 왜곡된 중앙정부 에너지 정책에서 기인한다. 송전선로도 문제다. 충남도의 경우 화력발전을 억제하지 않고서는 기후변화 관련 행정은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당진 현대제대제철의 경우 전국 전력소비량의 6%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 내 에너지 다소비 기업에 대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 화력발전 인허가를 비롯 단속권 등 행정권한이 자치단체로 넘어 와야 한다. 또 지역주민 피해현황에 대한 역학조사 등 주민참여형 행정을 해야 한다. 우리 단체에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화력발전소 문제와 관련해서 지역주민들과 네트워킹을 해서 지속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김세호 김제남의원실 정책비서관,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민간화력이 가장 문제”
-제4차전력수급기본계획 때까지는 화력발전의 비중이 낮았고, 민간 화력발전 비중도 제로에 가까웠다. 6차에서 민간 화력이 크게 늘어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제6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송전계획을 찾아볼 수 없다. 때문에 당진, 밀양에서처럼 송전선로 문제가 생기고 선로가 어디로 지나가는지 막연한 불안감을 갖게 된 것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상위계획인 국가에너지기본계획하고 상충된다.
온실가스를 30%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해놓고 발전 설비 증설 계획을 세워 놨다. 요금과 관련해서도 한전 자회사는 낮은 가격에 전기를 판매하지만 민간발전사는 전력난이 심할수록 이윤이 더 커지는 왜곡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제6차전력수급기본계획은 관행적으로 수립되었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다. 피해지역은 과감히 문제제기를 해서 7차 계획에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현장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국회 차원에서도 화력발전소의 환경 피해 실태를 조사할 수 있는 법제를 만들어내야 한다.
한찬동 충청남도 환경정책과 사무관, “발전소 문제, 지방정부 권한 전무...조례 개정해야”
-발전소 건설은 중앙 위주로 이루어 지방정부의 권한이 사실상 전무하다. 도가 중앙정부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계획 과정에서 도지사의 의견을 묻는 단계를 넣도록 제도보완을 제안해놓은 상태이다.
도가 중앙정부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관련 조례를 만드는 안도 검토해봤으나 법률검토 결과 한계가 있어 조례 제정보다 기존 환경보호 관련 조례를 개정하는 쪽으로 하고, 이후 조례 제정을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광범위한 화력발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부서인 환경관리과, 일자리정책과 등이 전략팀을 만들어 대응할 필요가 있다.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인식한 만큼 부서 안에서 꾸준히 대안을 마련할 것이다.
명성철 충남도의원, “화력발전 지역개발세 더 올려야”
-화력발전소가 생긴 지 수십 년이 됐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이제까지 방관해왔다. 정부와 국회의 화력발전소가 원전보다 피해가 적다는 인식은 없애야 한다. 화력은 상시적으로 대기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온배수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온배수를 방류하는 서해안에 치어들이 없고, 해조류에도 변화가 생겼고, 어획량이 줄어 어민들의 피해가 크다.
보령만 해도 1년에 46억 만 톤을 방류한다. 온배수, 분진 등에 대해 실질적인 조사를 해서 심각성을 알리도록 해야 한다. 원전은 지역개발세가 1kWh당 0.5원인데 반해 화력발전 지역개발세는 0.15원에 불과하다. 조금 더 올려야 한다. 민관이 힘을 합해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계속 주민들에게 관심을 둬야 한다.
문석주 보령시민참여연대 집행위원, “지방정부에도 권한 있어... 추가 증설 무조건 막아야”
-화력발전은 미세먼지, 이산화황 가스, 석탄재, 침출수, 온배수, 탄선 항로, 송전탑 건설 등 수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보령의 경우 발전소와 가까운 지역일수록, 발전소 주변에서 오래 산 사람일수록 암 발병률도 높았다. 주민들은 환경 피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많은 공포감을 갖고 있다. 암 발병률이 높고, 기형인 동물이 태어나기도 한다. 실제 마을에서는 젊은이들을 다른 지역으로 다 내보내고 있다.
일본 등 다른 나라의 경우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해서 화력발전으로 인한 피해와 대책을 알아보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아무런 연구도 하지 않는다. 관련 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다고 하지만 공유수면관리권은 도가 가지고 있으니 이걸 이용해서라도 증설계획을 막아야 한다. 충남도와 관계자들이 노력하면 추가 피해는 막을 수 있다. 추가 증설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