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캠프에 대한 사전답사가 미흡해 물의를 빚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청남도지부 아산지회는 지난 8월16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준미달 시설에서의 신나는 예술캠프, 교육복지프로그램인가 극기훈련인가’라며 캠프를 주관한 순천향대학교 문화예술교육연구소를 강력히 비난했다.
전교조 아산지회에 따르면 순천향대학교 문화예술교육연구소는 8월7일부터 9일까지 2박3일간 서천군에 위치한 전통예술단 혼 예술촌에서 충남문화이용권 기획사업의 일환으로 신나는 예술캠프를 진행했다. 프로그램에는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을 진행 중인 6개 초등학교에서 기초생활수급자 및 법정차상위계층 학생 37명이 참가했다.
문제의 발단은 숙소에 대한 불만. 전통예술단 혼 예술촌에 도착한 인솔교사 중 한 명이 비좁은 숙소와 불편한 시설, 냉방시설 부족 등을 이유로 순천향대학교 문화예술교육연구소에 문제를 제기했고, 이 과정에서 양측의 논쟁이 발생했다. 또한 숙소에 대한 불만은 아산교육지원청으로 이어졌다. 교육지원청에서 사전답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문제를 제기한 인솔교사는 “공주사대부고 해병대캠프에서 발생한 학생사망사고가 큰 이슈로 부각되자 충남도교육청과 아산교육지원청은 인증된 기관에서의 수련활동, 사전답사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수련활동 지침 및 각종 체험활동 유의사항’을 공문을 통해 각 학교에 전달했다”며 “그러나 정작 아산교육지원청은 해당시설에 대한 인증확인을 하지 않았을 뿐더러 사전답사 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일선학교에 지침을 내려 보내는 장학사가 가장 기본적인 것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 같은 목소리에 아산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는 ‘섬세하게 챙기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캠프는 아산교육지원청이 순천향대학교 문화예술교육연구소에 위탁한 사업이 아니라 연구소가 주관하고 교육지원청은 협력기관의 역할을 수행했다며 사업주체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순천향대학교 문화예술교육연구소 담당 팀장 또한 숙소가 불편했던 점을 비롯해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의 미흡한 부분을 인정했다. 캠프를 진행하기 전 시행한 사전답사와 사전협의회를 통해 철저히 준비했지만 해안 프로그램에 대한 안전사항에 초점을 맞추느라 숙소의 선풍기 하나, 샤워실 문고리 하나와 같은 문제를 세세하게 신경 쓰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인솔교사는 신나는 예술캠프에서 운영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매우 만족’을 나타냈으며, 학생들이 작성한 설문조사에서도 소소한 불만사항은 접수 됐으나 대부분의 학생이 프로그램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특히 학생들의 설문조사에서 시설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학생은 단 한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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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의 부엌 한편에 방치된 음식물 쓰레기 |
열악한 숙소시설
기초생활수급자 및 법정차상위계층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신나는 예술캠프.
인솔교사 자격으로 참가한 OO초등학교 A 교사는 2박3일 간 37명의 학생들이 머물 숙소의 시설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
A 교사에 따르면 거실과 8개의 방으로 이뤄진 숙소는 학생과 교사, 관계자 모두를 수용하기에 비좁아 보였다. 또한 8개의 방 중 3개의 방은 창고를 개조해서인지 장판과 페인트, 전기시설이 형편없었다.
뿐만 아니다. 식중독이 우려되는 주방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비위생적으로 방치됐고, 샤워실로 통하는 출입문은 고장이 났는지 어른남자가 온힘을 다해도 출입문을 열기에는 힘에 부쳤다. 그 외에도 샤워기와 소변기 고장, 방을 기어 다니는 벌레, 곳곳의 곰팡이 등이 숙소의 열악한 환경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A 교사는 인솔교사 배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캠프에 참가한 학생 중 반에 가까운 학생이 여학생이었지만 인솔교사는 남자교사 두 명 뿐이어서 여학생을 통제하는 부분에 애로사항을 느꼈다고.
숙소에서 가장 문제시 삼은 부분은 냉방시설이다. 거실에 설치된 에어컨 한 대가 8개의 방 모두를 감당하기에는 무리였기 때문이다. 이에 A 교사는 순천향대학교 문화예술교육연구소 담당 팀장에게 해당사항들을 항의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그래서 어떻게 하냐’라는 답변이었다. A 교사는 팀장과의 논쟁이 계속되자 아산교육지원청 장학사에게 캠프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장학사는 ‘캠프를 중단 할 수 없다’고 답변했고, 급기야 순천향대학교 문화예술교육연구소 담당 팀장은 ‘그렇게 못마땅하면 A 교사가 속한 학생들을 데리고 캠프를 떠나면 될 것 아니냐’라고 말하는 등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이들의 논쟁은 A 교사가 요구한 선풍기 설치와 샤워실 출입문 수리 등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숙소 측에서는 설치한 업소용 선풍기 1대와 가정용 선풍기 2대 중 가정용 선풍기 1대가 고장 남에 따라 A 교사는 각방에 에어컨 냉기가 들어 갈 수 있도록 선풍기를 10분마다 한 번씩 옮겨야 했다. 심지어 몇몇 학생은 더위를 참다못해 수건을 물에 적셔 베개에 두고 잠을 청하기도 했다고.
이번 신나는 예술캠프에서 숙소의 열악한 환경을 문제 삼은 A 교사는 “해병대캠프 사망사고 이후 인증기관이 아닌 시설에 숙소를 정한 컵스카우트 등은 캠프를 취소하기까지 했는데, 교육복지학생들이라고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열악한 숙소를 배정한 의도를 모르겠다”며 “문화소외계층 학생들을 데려다 놓고 그들을 열악한 숙소 문화로 소외시킨 순천향대학교 문화예술교육연구소와 아산교육지원청은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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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샤워기 |
‘아이들 방치’ 아니다
“일부 언론에서 아산교육지원청이 아이들을 방치한 것처럼 표현돼 많이 아쉽다. 아산에서 캠프장까지 왕복 4시간 거리인데, 입소 날에는 직접 찾아가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했으며, 담당직원은 이틀을 다녀왔다. 아이들의 간식을 직접 챙겼고, 휴대폰문자를 이용해 아이들의 상태를 학부모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아산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는 이번 캠프에서 협력자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번에 문제가 된 사전답사 불이행과 문제점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미흡한 점을 시인하고 앞으로 진행될 캠프에 대해서는 세세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아산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는 “사전답사를 하지 않은 이유는 아산교육지원청이 이번 캠프에서의 역할이 협력기관이었고, 캠프를 주관한 순천향대학교 문화예술교육연구소에서 사전답사를 진행한 바 있기 때문이다”며 “또한 7월22일 열린 사전협의회에는 전통예술단 혼 예술촌 대표와 관계자가 함께 참여해 해당시설에 대한 브리핑과 함께 리플릿 선보이는 등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제를 제기한 인솔교사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앞으로 시행할 캠프에 대해서는 순천향대학교 문화예술교육연구소와 함께 사전답사를 진행할 예정이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섬세한 부분까지 신경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순천향대학교 문화예술교육연구소 담당 팀장은 “캠프에 대한 사전답사를 진행한 결과 해당시설이 40명의 학생이 숙박하기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는데, 시설에 대해 세세하게 검토하지 못한 것 같다”며 “시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인솔교사에게는 ‘불편하면 아이들과 돌아갈 의향이 있나’라는 의도로 이야기 한 부분인데, 논쟁을 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해당교사가 불쾌함을 느꼈다면 다시한번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번 캠프에서 진행된 해안 프로그램에는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10여 명의 교사 및 관계자가 학생들의 안전사항을 체크했으며, 운영공간도 해양경찰 초소 바로 앞에 마련했다”며 “캠프를 기획하면서 해안 프로그램의 안전에 초점을 맞추느라 숙소의 세세한 부분을 놓친 것 같다. 학생들의 설문조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그러나 이번 캠프를 계기로 백번 잘해도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달을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