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7일 아라세댐 주변 하천모습. 백사장과 여울이 생기고 물이 맑아졌다. 아라세댐 수문 일부가 철거된 상태다.
최근 일본 구마모토현 현지에서 사진 한 장이 날아왔다. 생태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이유로 지난해 일본 최초로 철거를 시작한 아라세댐 주변 하천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일본 큐슈 구마모토 현 야츠시로시 사카모토촌에 위치하고 있는 아라세댐은 구마강수계종합개발사업의 하나로 1954년 3월 준공(공사비 당시기준 약 26억 엔)됐다. 지난해 9월 시작된 철거작업은 2018년까지 5년 반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에서는 당초 댐을 건설하면 홍수가 없어지고, 관광객이 증가하고, 어업이 번성해 지역경제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댐 공사가 시작되자마자 하류에 위치한 야스시로 연안 김양식장에 공사부유물이 흘러내려가 김양식을 망쳤다. 댐 건설 이후 수해빈도는 물론 피해규모도 크게 늘어났다. 수질 또한 악취가 날 만큼 나빠졌고 지역명물인 은어가 사라졌다.
지역주민들은 지속적인 댐 철거를 요구해오다 수리권 갱신을 앞둔 지난 2002년 사활을 걸고 대대적인 철거운동을 벌였다. 주민들은 지난해 댐 철거가 시작된 첫 날, 다리 입구에 모여 만세를 부르기도 했다.
총저수량 1013만 톤은 ‘댐’ 2380만 톤은 ‘보?’
아라세댐은 한국의 4대강 사업에 비하면 ‘작은 보’ 수준이다. 아라세댐은 중력식 콘크리트댐으로 폭 210m, 높이 25m, 총저수량 1013만 7000톤, 수력 발전용량은 1만8200㎾다. 금강에 만든 부여 백제보는 길이 321m, 높이 7.5m, 저수량 2380만 톤으로 높이와 발전용량을 빼면 거의 두 배 수준이다(백제보의 규모는 아라세댐보다 크지만 발전용량은 2646㎾으로 아라세댐보다 6배 남짓 적다).
낙동강 강정보의 경우 길이 954m, 높이 11.5m, 저수용량 1억32만 톤에 이르지만 이름은 ‘댐’이 아닌 ‘보’다. 예비타당성 조사와 상류 지역에 대한 지원과 보상을 피하고 속도전을 위해 ‘댐’을 ‘보’라 우기며 설계했기 때문이다.
아라세댐 철거 현장 사진을 보고 놀란 것은 주변 환경의 변화다. 단지 댐 수위가 낮아진 것만으로 댐 하류에 수십 년 만에 여울이 생겼다.
현장 사진을 찍어 공개한 츠르쇼코씨(환경운동가, 아름다운 구마강을 지키는 시민의 회 회원)는 “(철거 작업을 위해) 2010년 수문을 개방한 데 이어 수위 저하시설로 댐 수위가 낮아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10일”이라며 “지금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는 댐 상류 강변과 여울을 보고 있으면 수문에 갇혀 호수였을 때를 생각해낼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댐이 완전히 철거된 후 강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 취재팀이 지난 2010년 말 겨울 아라세댐을 찾았을 때도 수문을 완전 개방한 상태였다. 하지만 기본 수위는 유지하고 있었다. 댐 상하류 강변에 일부 백사장이 생겨났지만 온전한 모습은 아니었다. 사진을 보면 현재는 댐 기둥과 상판이 남아 있지만 수문이 모두 철거된 상태다. 수문에 갇혀 악취를 풍기던 고인 물과 녹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금강 30km 전역에 녹조, 널부러진 물고기…“수문 왜 안 여나”
부여 웅포대교 인근이 심한 녹조를 띠고 있다.
최근 낙동강 4대강 사업구간에 대규모 녹조가 발생한 데 이어 금강에서도 녹조가 심각하다. 현장을 둘러본 결과는 충격적이다. 녹조는 세종보는 물론 공주보 좌안에서 백제보 좌안까지 25㎞구간에 발생했다. 또 논산시 황산대교에서 서천 하굿둑까지 30㎞ 전역에 녹조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공주보 발전소 아래에는 눈치, 누치, 숭어 등 물고기 수백 마리가 가로 막힌 콘크리트 보를 오르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부여군 양화면 내성리 웅포대교 인근에는 녹조 덩어리와 물고기 사체가 물가에 널려 있었다.
금강유역환경청의 모니터 결과에서도 지난 12일 기준 공주보와 백제보에서 조류가 5000 세포/ml를 넘어서 조류경보에 해당하는 수치로 나타났다. 특히 이곳에서 검출된 남조류는 ‘발암물질’이자 ‘맹독성으로 인해 미량으로도 치사 도달 가능’한 마이크로시스티스다.
전문가들이 보를 개방하고 나아가 철거,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강의 흐름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구조물을 철거하는 것은 일본은 물론 세계적인 추세다. 한국에서 철거, 복원을 논의하기는 이르지만 우선 수문을 여는 일은 시급하다.
대전충남 전북지역 환경시민단체인 ‘금강을 지키는 사람들’이 “수문을 즉각 개방해 녹조를 제거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환경부와 수자원공사 등 관련기관은 요지부동이다. 관련기관은 지난해 10월 금강 백제보 30km 구간에서 물고기 수십만 마리가 떼죽음 당하는 참변을 당할 때도 수문을 열지 않았다. 지금도 금강은 녹조가 뒤덮여 있고 물가에는 죽은 물고기들이 쌓여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