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무서워요, 무서워.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떨려.”
“그때는 무슨 미련이 있다고 그렇게 발버둥쳤는지…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그때 죽었으면 할 때도 있어. 지금 이렇게 사는 게 사는 건가.”
기습침수에 꼼짝없이 죽음을 기다리던 강예순(79·천안시 직산읍 삼은1리) 할머니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현재 직산읍 복지회관에 수용돼 있는 강 할머니는 당시상황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지난 7일(수) 강 할머니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그러다 오전 11시 무렵 집안에서 “우두둑, 우지끈”하는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물이 들이닥쳐 온 집안이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해 버렸다고 말했다.
당시 강 할머니는 물에 잠기고 있는 집안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이미 물은 가슴을 지나 턱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강 할머니는 “사람살려∼”를 외치며 집밖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주변은 쏟아지는 빗소리 이외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같은시각 마을 사람들 모두가 강 할머니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 모두는 죽음과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을 돌아볼 겨를조차 없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순간 한가닥 희망의 목소리가 들렸다.
“할머니, 거기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기다려요.”
이웃마을에서 폐품을 수집하는 최병곤(삼은3리)의 목소리였다. 최씨의 손에 이끌려 나오는 순간 집은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그 이후 강 할머니의 정신은 아득해졌다.
올해를 넘기면 강 할머니는 80줄로 들어선다. 그러나 강 할머니는 자식 한 명 없는 외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서른 한 살 되던 해 남편과 사별하고, 여든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세상의 모든 역경을 경험했다. 시장 등에서 온갖 허드렛일을 해가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다 직산에 정착한 것이다.
강 할머니는 7년전 교통사고 후유증도 안고 산다. 당시 몇 차례 대수술을 받고, 3년간 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했다. 지금은 지팡이와 다 낡은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살고 있다.
강 할머니는 이제 돌아갈 집조차 없어졌다. 강 할머니가 살던 집은 완전히 파손됐고, 집터는 강 할머니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손바닥만한 복지회관 쪽방, 냉기마저 감도는 음습한 그곳에 홀로 남겨진 강 할머니의 하루해가 힘겹기만 하다.
“그때 차라리 죽었더라면, 모진 목숨 살아서 무엇하나.”
자신의 의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딱한 처지의 강 할머니. 자식하나 없이 50년 청상에 잠자리까지 잃었다. 노쇠한 육신하나 거둘 곳 없는 이 세상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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