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충남외국어고등학교의 교사가 학생 성적을 조작해 충격을 주고 있다.
충남외고의 3학년 담임교사 A씨는 지난 6월5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수능출제기관)이 주관한 모의수능시험을 치른 후 특정 학생들의 답안지를 수정하고 정답을 다시 표기했다. 부장교사 B씨 또한 이 같은 방법으로 답안지를 수정한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충남외고는 해당 사실을 학생들을 통해 알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충남도교육청에 보고하지 않아 ‘은폐하려던 것 아니냐’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에 충남도교육청은 지난 7월24일 감사팀을 파견해 사실파악에 나섰으며,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교사와 학교 관계자 등에 대해 징계할 방침이다. 또한 도교육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답안지 관리강화 지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이 마련한 대책에 따르면 답안지 관리의 보안 강화를 위해 교감이나 3학년 부장을 답안지 관리 전담자로 임명하는 등 답안지 관리 전담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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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 충남외국어고등학교의 부장교사와 담임교사가 학생 7명의 모의수능시험 답안지를 수정해 충격을 주고 있다. |
수시전형 유리에 그만···
충남외고 3학년 담임교사 A씨와 부장교사 B씨는 지난 4월 서울지역의 대학을 방문해 진학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모의수능성적이 좋으면 수시전형에서 유리하다’는 말을 대학관계자로부터 전해 들었다.
이에 A씨는 6월5일 수능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주관한 모의수능시험이 끝난 직후 자신의 반 학생 중 6명의 답안지를 일부 수정하고 정답을 다시 표기했다. B씨 또한 학생 1명의 답안지를 이 같은 방법으로 수정했다.
하지만 이들의 행각은 답안지가 수정된 학생들을 통해 발각됐다.
7명의 학생은 자신들의 수능성적이 예상보다 1등급 이상 올라가자 이를 확인하기에 이르렀고, A씨와 B씨가 학생들에게 답안지 수정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과정을 통해 사건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한편, 충남외고는 해당 학생과 교사들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지만 충남도교육청에는 보고를 하지 않고 문제의 교사 2명을 연말 인사에서 전보하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하려 한 것으로 나타나 사건은폐에 대한 목소리가 일고 있다. 또한 수시나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하기 위한 성적조작과 답안지 유출이 광범위하고 반복적으로 일어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충남외고의 한 관계자는 “학부모회와 3학년 학생들에게 학교장이 공개적인 사과와 재발방지에 대해 약속 했다”며 “답안지를 수정하면 오답 처리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번 일로 학교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어떠한 감사라도 받을 것이며 감사를 통해 불명예를 씻고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답안지 관리 전담제 시행
충남교육청(교육감권한대행 부교육감 전찬환)은 충남외고에서 발생한 모의수능 성적조작과 관련해 답안지 관리 전담제를 마련·시행한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답안지 관리의 보안 강화를 위해 교감이나 3학년 부장을 답안지 관리 전담자로 임명해 시험시작부터 종료까지 답안지 수거 및 보안 관리의 책임을 부여한다. 이들의 업무공백방지를 위해서는 답안지 관리 전담자에게 시험감독을 맡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해당 학급의 답안지에 담임교사가 자유롭게 접근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매 교시별 시험이 끝난 뒤 감독교사가 답안지를 담임교사에게 인계하는 것이 아니라 답안지 관리 전담자에게 직접 제출해야 한다. 답안지 관리전담자는 인수즉시 별도 보관함에 답안지를 보관하도록 하는 등 답안지 수거 시스템을 대폭 개선할 계획이다.
답안지 확인은 담임교사가 개인별로 담당 학급의 답안지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모든 시험이 종료된 뒤 답안지 관리 전담자와 담임교사 전체가 모인 가운데 답안지를 동시에 확인하며, 답안지 확인이 끝나면 전체 담임교사가 참관한 가운데 답안지 상자를 봉인한다. 봉인된 답안지 상자는 제출 시까지 별도 잠금장치가 있는 장소에 보관하고 열쇠는 답안지 관리 전담자가 관리하도록 했다.
이어 모든 학급의 답안지가 수거되면 수거된 답안지를 교장실에 보관하며, 이 모든 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답안지 인계인수 확인서 작성과 제출도 의무화 된다.
특히 학교 주관으로 전체 학생에 대한 일괄 답안지 가채점을 금지하고 시험 종료 뒤 학생 개인별 가채점만을 허용해 교사들이 답안지 봉인 이전에 학생들의 점수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했다.
충남도교육청 김성련 교육과정과장은 “이번 개선안은 추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며 “앞으로 학교장과 교사들의 책임성을 높이고 관리 감독을 더욱 강화해 평가의 공정성, 보안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