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복구에 민관군이 총동원됐다.
육군 제3585부대 1대대, 3탄약창 장병, 전경대 등이 수해인력지원에 투입돼 궂은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땀을 흘렸다. 또한 지역 예비군들도 교육훈련대신 삽을 들고 수해현장에 투입됐으며, 전문건설협회 천안지회(회장 맹성재), 중기협회 기술단 자원봉사자들은 굴삭기 48대와 덤프트럭 6대, 도저 2대, 양수기 30대, 모래 등 장비를 지원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천안지점은 점검원 및 기술원 19명을 투입해 전기시설을 점검했다. 천안YMCA는 지난 14일(수)부터 16일(금)까지 3일간 고교생 70명이 참여, 북면 연춘리 일대에서 수해복구와 농촌봉사활동을 수행했다.
이밖에도 수해지구의 각 마을에서 개별장비를 동원해 복구하거나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풍경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천안시는 공공시설 피해에 대한 응급복구를 우선적으로 실시한 후 원천적인 계획을 수립, 지속적인 복구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침수된 농경지는 각 마을별 방재를 실시하고, 침수지역 방역작업 실시, 농작물과 건물피해는 지원방안을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명피해 빗겨간 산사태
지난 6일과 7일 이틀간 내린 집중 호우로 천안시에는 6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그 중 마을 전체를 앗아갈뻔한 풍세면 삼태리의 산사태는 지금도 주민들에게 가장 공포스러웠던 순간으로 기억된다. 심지어 잠자리에서 자동차 엔진소리만 들어도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2층 베란다에서 산사태 장면을 생생히 목격했다는 강한서(68)씨는 “우르릉 하는 것이 중장비 엔진소리 같았다. 큰 무더기가 마을로 쓸려내려 오는데 꼭 산이 마을을 덮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마을 곳곳에는 당시 함께 쓸려 내려온 나무더미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또한 승용차 크기의 바위덩어리들이 널려 있었다. 산사태는 다행히 마을로 내려오며 방향을 틀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산 바로 아래 사는 현선예(71)씨는 진정제를 복용하고도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선예씨는 마당에서 그 장면을 목격했는데 집 앞에서 바로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사태 여파로 들어닥친 토사가 마당은 물론 안방과 거실까지 침범해 당시 참상을 짐작케 했다.
전병채(68)씨 집은 산사태로 인해 화장실 정화조까지 망가졌다. 또한 콘크리트로 고정시킨 개집이 50여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널부러져 있었고, 4동의 하우스와 창고가 흔적없이 사라졌으며, 논·밭 등 1만2천여평이 순식간에 매몰됐다.
마을과 비교적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생된 산사태가 마을까지 밀려온 것은 갑자기 불어난 계곡물과 합류하며 마을을 덮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난개발·부실공사 인재 부추겨
원성천 범람을 비롯한 각종 피해가 천재가 아닌 인재였다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면서 전체적인 재난관리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거읍 모전리 허성철씨는 성환으로 연결되는 다리밑 하천 부근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밝힌 후 하천공사 뒷처리가 미흡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수차례 민원제기를 했지만 적당한 조처가 없었다고. 또한 하천 안쪽에 밭이 생기며 하천수의 흐름을 방해해 하천이 범람했다고 덧붙였다.
청수동의 김순옥씨는 수도산을 마구 파헤쳐 산사태가 발생하고, 양방향으로 흐르던 물을 한곳으로 몰아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특히 청수동은 여름철이면 상습적으로 물난리를 겪고 있다고 언급한 후, 계획성 없는 난개발이 피해를 더욱 부추겼다고 비난했다.
부대동의 강낙천씨는 업성저수지가 만수에 이르는 바람에 마을을 관통하는 하천수위가 조절되지 않아 범람하게 됐다고 말했다. 침수로 인해 주민 대피소동까지 빚었던 이번 피해를 거울삼아 하천 제방을 올리고, 기존 제방에 대한 보강공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입장면 산정리의 한 주민은 원칙없이 실시한 하천정비공사로 일찍부터 피해가 예견됐는데도 불구, 그에 대한 조처가 없었다고.
안서동을 비롯한 산과 인접한 각종 신축공사 현장에서도 작은 절개부위를 후속조처 없이 방치해 토사유입으로 하천을 메웠다는 주장이 있다.
유량동 지역은 도로공사현장의 절개지 관리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우후죽순 개발이 난립되고 있는 천안시 전체적인 점검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
이밖에도 각종 하천이나 소류지, 교량 등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도 요구되고 있다. 특히 크고 작은 각종 공사현장에서 무단방치되는 건축자재들에 대한 지도단속도 필요하다.
이재민 돕는 손길 줄이어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을 돕는 손길이 줄을 잇고 있다.
대한적십자봉사회 천안지구(회장 박종천) 회원 10여명은 성환8리와 남산초등학교, 직산읍 등 이재민 임시보호소에서 급식 자원봉사를 펼쳤다. 이마트 천안점(점장 남명희)은 치약, 비누, 의류 등 1백만원 상당의 생활필수품을 기증했다.
서천안구세군교회(담임목사 김태금)는 이불, 라면, 칫솔 등 6백60만원 상당의 위문품을, 충청종합식품(대표 편성일)에서는 김치 1백80㎏을 전달했다.
천일라이온스클럽(회장 이상설)은 백미 20㎏들이 20포대, 농협중앙회 천안시지부(지부장 곽호설)는 백미 10㎏들이 5포대와 라면 20상자를 전달했다.
연세우유(공장장 김상호)와 남양우유(관리부장 박선용)는 각각 우유 2백㎖ 4백개와 2백개를 전달했다.
천안농협, 천안상공회의소, 쌍용백인회, 중부도시가스, 참새아구식당, 우남건설, 천안공원묘원, 천안법인택시협의회, 벨금속공업, 천안놀이방연합회, 비둘기회, 천흥산업단지입주 기업체협의회 등에서도 성금을 전달했다.
이밖에도 개인과 단체들의 성금 및 구호물품이 속속 답지하고 있다.
천안시는 수재민을 돕기 위한 성금을 계속 접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