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측의 현장검증 요청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학부모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
피해자·피고인 가족들, 몸싸움 말다툼 첨예하게 대립
‘인애학교 성폭력 사건’을 주재하고 있는 대전고법 재판부는 지난 25일(목) 오전11시, 피고측의 요청으로 천안인애학교에 대한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인애학교 성폭력 사건은 천안의 공립특수학교인 인애학교에서 교사로 재직중이던 이모씨가 지적장애가 있는 여자 제자들을 상대로 수차례 상습적인 강간 및 강제추행, 협박을 저지른 사건으로 알려지며 천안판 ‘도가니’ 사건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해 9월26일,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동욱)는 천안 인애학교 여학생 7명을 상대로 강간과 장애인에 대한 준강간, 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씨에 대해 징역 20년과 전자추적장치 부착 10년, 신상공개 10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 17년보다도 중한 징역형을 받았던 피고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항소했고 현재까지도 계속 공판이 진행 중이다.
피고측은 피해자 진술의 불확실성, 시민단체 쪽의 공작 등을 주장하며 계속 무죄를 주장하고 있고 이날 현장검증은 그런 정황을 규명한다는 취지로 요청된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측과 변호사측이 함께 참여한 가운데, 피해자들이 범행이 벌어진 장소로 지목한 목공실과 기숙사 내부 등을 둘러보며 30여 분 동안 당시의 상황과 관련된 지형지물의 현황을 파악했다.
이날 학교 앞에는 인애학교 성폭력사건의 피해자 가족들과 학부모들, 시민단체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여해 이미 리모델링을 마친 학교에 대해 굳이 현장검증을 요구한 피고 측의 의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인데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피고측과 피해자 가족 양측은 학교 출입구와 목공실 앞에서 거친 말다툼과 몸싸움을 연출했다. 한 피해자 가족은 감정에 북받쳐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기까지 했다.
피해학부모들은 현장검증이 끝나고 학교를 떠나는 피고측 차를 막아서며 피고측의 뻔뻔함을 힐난했고 피고 측은 끝까지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며 팽팽하게 맞섰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현장검증을 토대로 공판일정을 정해 따로 공지할 예정이다.
<이진희 기자>
또 다른 범행장소로 지목된 도예실도 현장검증의 대상.
범행장소로 지목된 기숙사를 둘러보는 재판부.
감정이 북받쳐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 한 피해자 학부모.
피고인 가족의 차를 막아서는 피해자 가족들.
이날 피고측이 요청한 현장검증을 규탄하기 위해 모인 피해자 학무모들과 시민대책위 활동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