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지역의 ‘고교평준화’ 도입여부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는 조만간 천안지역 고교입시제도 변경 타당성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부정시험, 뇌물수수, 음독자살기도, 대포폰 등 충격의 연속이었던 ‘장학사 선발비리 사건’에 가려져 잠시 소강상태인 듯 했던 ‘고교평준화’ 도입여부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지난 6월20일 평준화 관련 용역수행기관으로 도교육청과 협약을 체결한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는, 여름방학이 끝나는 8월 둘째주 이후부터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는 ‘천안지역 고교입시제도 변경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 제안서’를 통해 ‘천안지역 고교입시제도 개편의 방향으로 평준화 정책도입 여부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도입하게 될 때의 고려사항, 구체적인 적용방안 등을 검토하기 위해 지역의 교육현황, 통학여건, 주민여론 등을 수집해 종합적으로 분석한 후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8월 둘째주 정도부터 현지조사, 표집조사, 주민면담 등이 추진되고 8월말 주민공청회가, 10월~11월 사이 여론조사가 시행될 예정이다.
충남교육청의 협조로 전체적인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가정할 때, 빠르면 2015학년도 부터는 고교평준화가 도입될 수도 있는 흐름이다.
‘고입선발방법’ 어떻게 결정될까?
‘고교생 선발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지난 수년간 천안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고교평준화는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지금처럼 아이들을 학교별로 성적순으로 줄 세워서 뽑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지망 순위별로 고등학교를 추첨 배정하자는 주장이다.
현재 전국 80%, 인구 50만이상 도시의 95%가 고교평준화를 실시하고 있지만, 천안과 충남은 지금껏 예외지역으로 남아있다.
고교평준화를 도입하자는 측은 ▷학교·학생 차별 해소 ▷과열된 고교입시경쟁 완화 ▷사교육비 지출 감소 ▷고등학교의 균형발전 ▷편리한 통학 ▷학생 각자의 소질과 능력을 계발할 수 있는 교육 등의 장점을 들어 평준화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현재의 비평준화 체제를 고수하자는 측은 ▷지역인재의 외부유출 ▷학업성적의 하향평준화 ▷지역불균형 갈등 조장 등을 이유로 반대주장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06년 충남교육청의 의뢰로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천안지역 여론조사에서는 찬성 55.7%, 반대 37%, 모름 6%의 결과로 평준화의 지지여론이 높았다. 2005년 양승조 국회의원의 여론조사에서도 찬성 51%, 반대 22.7%, 모름 19%로 조사됐다. ‘모름’을 제외하고 환산하면 찬성은 각각 60%와 71.9%의 수치. 천안학부모들은 고교평준화를 비교적 확고하게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타 지역의 사례를 보더라도 경기도는 지난 2011년 80%가 찬성, 강원도는 79% 찬성이었고 전국 여론조사에서도 73.8%가 평준화를 찬성하고 있다.
<이진희 기자>
고교평준화 논란, 어떻게 진행돼 왔나?
2012년 7월6일. 충남도의회는 충남고교평준화 실시 기준 여론조사 찬성비율을 65% 이상으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충남고교평준화 조례(안)’이 표결 끝에 통과시키고 보름 뒤인 7월20일 정식 공포했다.
애초 충남도의원 33명이 찬성률 50%를 기준으로 한 평준화조례안을 발의했지만 70%를 기준으로 하자는 충남교육청과 이와 비슷한 도의회 교육위원회의 일부 의원들의 주장이 반영되면서 결과적으로 경기도(50%)나 강원도(60%)보다 훨씬 높은 찬성비율이 필요하게 됐다.
찬성50% 조례안을 대표발의했던 김지철 의원과 주민조례까지 발의하며 평준화에 대한 열망을 불태웠던 교육시민사회단체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였지만, 주어진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은 이후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후 2012년 12월31일 충남교육청은 고교평준화와 관련해 여론조사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시행규칙안을 공포했다. 그 뒤 3월11일 천안시의회가 천안지역고교평준화 여론조사 실시요구 건의서를 제출하고 나서야 타당성 조사 및 여론조사 실시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3월26일 개략적인 로드맵이 나왔다.
이에 따라 지난 4월말 ‘천안지역 고교입시제도 변경 타당성 조사’에 대한 용역이 발주되고 재공고 끝에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소장 성기선)’가 용역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는 강원도의 평준화 여론조사를 수행했던 곳으로 경험과 업무수행능력에서 평가위원들의 무난한 평가를 받아 앞으로 천안의 고교평준화와 관련한 선행연구, 설문조사, 공청회 등을 실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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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준화 도입을 주장해 온 교육시민사회 단체들은 지난 2004년부터 거리서명, 주민설명회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