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탕정면 명암리 산업단지내에 2014년 3월1일 개교 예정인 자율형사립고(가칭 은성고등학교)가 아산지역의 고등학교에 서열화를 부추길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15일 평등교육실현 아산학부모회 등 9개 시민단체가 ‘삼성에서 만드는 자율형사립고,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전교조 아산지회 이진형 참실부장이 이같이 목소리를 높인 것.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진형 참실부장에 따르면 공통교육과정 중 50%만 이수하면 되는 자사고의 운영방침 상 입시위주의 교육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며,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자사고에 몰림으로써 일반고의 슬럼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성적과 경제력에 따른 서열체제를 만드는 것이며, 경제적 불평등이 교육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 아산지역의 고등학교에 서열화를 부추길 우려가 높다는 설명이다.
이에 이진형 참실부장은 “아산에는 특성화고가 없어서 해마다 300여 명의 학생이 천안과 예산 등 타지역의 특성화고로 떠나는 실정인데, 삼성에서 만드는 자사고를 특성화고로 전환해 이들의 외부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교조 아산지회 이진형 참실부장은 이외에도 삼성 자사고가 충남지역에 미치는 영향에서 ▷높은 등록금으로 인한 교육 양극화 초래 ▷교육과정의 자율적 운영으로 입시위주의 국·영·수 교육 초래 ▷삼성임직원 자녀 전형비율 70%는 자본의 이기주의 등을 발표했으며, 자사고 운영에 대한 파행사례도 함께 안내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아산 시민단체는 아산YMCA, 아산시민연대, 어린이책시민연대아산지회, 아이쿱아산Y생협, 전교조아산지회, 민주노총아산시위원회, 아산농민회,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평등교육실현아산학부모회 등이다.
|
평등교육실현 아산학부모회 등 9개 시민단체는 지난 7월15일 ‘삼성에서 만드는 자율형사립고,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
‘법개정·비평준화’ 과제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이형빈 연구원은 자사고와 한국공교육의 위기를 발표를 했다.
그에 따르면 자사고는 전국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어 관련 법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며, 아산지역은 비평준화 문제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사고는 일반고에 비해 3배정도의 높은 등록금을 지불하는데, 이는 국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학부모가 대신 지불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형빈 연구원은 “토론회에 오는 길에 삼성물산에서 건설한 아산 쓰레기 소각장을 봤는데, 인터넷으로 검색해본 결과 한 가족이 150m 상공에서 50여 분간 엘리베이터에 갇혀 있는 등 사고가 잇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삼성에서 만드는 자사고 또한 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 전국적으로 자사고의 문제점이 드러나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는 시점에서 삼성이 자사고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의 동양고와 용문고가 학생미달로 지정이 취소된 바 있듯이 자사고로 한번 지정됐다고 해서 지정취소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며 “자사고는 시·도 교육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학교의 운영 성과 등을 5년마다 평가해 지정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아산지역에서는 이를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이형빈 연구원은 자사고와 한국공교육의 위기를 발표를 했다. |
자사고 사교육 열풍 일으켜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전교조 천안지회 이영주 지회장은 ‘자사고는 사교육 열풍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모인 자사고는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서열이 생겨 사교육으로 성적을 높이려고 혈안이 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사교육비에 들어갈 돈을 자사고 등록금으로 대체한다’는 명목으로 자녀를 자사고에 입학시킨 학부모들은 비싼 등록금과 사교육비에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영주 지회장은 고교 비평준화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에 의하면 현재 비평준화 지역인 천안은 학생들이 어렸을 때부터 사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평준화지역보다 사교육비 비중이 높다. 그러나 평준화지역보다 대학입시성적이 좋지 않아 돈은 돈대로 쓰고, 원하는 대학에는 못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0년 여간 평준화를 시행했던 예전 천안의 모습과 비교해도 대학입학성적이 좋지 않다고.
특히 그는 천안지역이 비평준화로 인해 고교진학 문제에도 몸살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북일고가 전국단위 모집의 자사고로 전환하면서 한반에 40명에 달하는 과밀학급으로 고통 받는 천악지역 학생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진 상황이라 학부모들이 북일고가 자사고로 전환하는 것에 반대를 하고 공대위를 구성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전교조 천안지회 이영주 지회장은 “북일고 교장의 입에서 ‘돈 있는 사람들이 자기 돈 가지고 학교를 선택해서 가겠다는데 그것이 왜 문제인가?’라고 하더라”며 “자사고 학생들 중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학생은 평균 0.52%에 불과하다. 등록금 1000만원짜리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사회적 배려대상자가 있을지, 특권층 출신의 학생들 사이에서 별 문제 없이 학업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