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는 채소가 모여 살고요. 우리들은 유치원에 모여 살지요.
싱그러운 벚나무가 길게 늘어진 영인로를 따라 도착한 아산 흰돌 유치원.
유치원 한 편에는 대여섯 살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저 마다의 손에 소쿠리를 들고 어디론가 향하는 중이었는데, 배꼽 손을 하고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라며 인사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해맑았다.
어디를 그렇게 깔깔거리며 가는 길이었을까. 아이들을 따라 다다른 곳에는 탱글탱글 토마토가 밭골 가득 탐스럽게 열려있고, 그 옆에는 보라 빛이 짙은 가지가 가지런히 익어갔다. 텃밭에는 토마토와 가지 외에도 상추와 쑥갓, 오이, 호박, 고추, 참외, 수박, 감자, 고구마, 땅콩이 자라고 있었는데, 모두 아이들이 직접 심고 가꾼 채소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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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네~ |
“얘들아, 오늘은 점심에 먹을 고추와 토마토를 따 볼께요. 그런데 고추는 큰 고추와 작은 고추 중에서 큰 고추만 따세요. 큰 고추는 맵지 않아서 우리친구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거든요.”
인솔교사의 설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고추를 따는 고사리 손들이 바쁘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가 보다. 그러던 중 한 꼬마숙녀가 고추밭 한편에서 ‘선생님~, 선생님~’ 하고 외친다. 꼬마숙녀가 손을 뻗어 가르키는 방향에는 노란참외가 먹음직스럽게 열려 있었고, 참외를 중심으로 모여든 아이들은 ‘우~와~’하며 연신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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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참외다~ |
‘우~와~’ 텃밭 밖에서 들려오는 또 다른 함성. 이번엔 또 무슨 일일까.
아이들의 함성소리에 이끌려 도착한 곳에서는 곤충채집이 한 창이다. 채집망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폼이 어딘가 모르게 엉성해 보였지만 채집통 안에는 나비와 잠자리, 심지어 개구리까지 담겨있었다.
한편에서는 남자아이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공을 찼고, 또 다른 아이들은 아름드리 은행나무 아래에서 황토물을 붓과 손에 묻혀 하얀천 위에 그림을 그렸다. 물론 천에만 그린 것은 아니다. 얼굴에도 팔에도, 하물며 선생님 다리에도 황토그림을 그리는 아이들.
‘씽~씽~’ 자전거를 타던 아이들은 한쪽으로 달려와 파란하늘에 비눗방울을 날렸고, 유치원 막내둥이 원생들은 작은 풀장에서 물놀이를 하다 말고 물총을 이용해 벽에 낙서를 했다.
축구를 하던 남자아이들은 더위에 지쳤는지 하나 둘 수돗가로 몰려든다. 그런데 선생님 한 분이 장난끼가 발동했는지 호수로 연결한 수돗물을 하늘위로 뿌렸고, 이를 보고 여기저기에서 몰려든 아이들은 때 아닌 소나기에 온몸을 흠뻑 적실 수 있었다.
자연에서 자라나는 어린이의 꿈, 아산 흰돌 유치원.
도심에 위치한 유치원은 현장체험학습이다, 농촌체험학습이다 해서 날을 잡고 버스로 이동해야 가능한 수업이 아산 흰돌 유치원에서는 날마다 이뤄진다고 하니 말 그대로 자연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이다.
농촌지역 병설유치원 통합
지난해 9월에 개원한 아산 흰돌 유치원(원장 김선남)은 충남도에서 최초로 운영되는 농촌 통합형 단설유치원이다.
영인초등학교로 통합된 백석포초등학교 자리에 영인·신화·인주·금성 병설유치원이 한데 모여 신체운동·건강, 의사소통, 사회관계, 예술경험, 자연탐구 등 특색 있는 교육활동이 이뤄지는 것.
이는 기존의 농촌지역 병설유치원에서 3세~5세 원아들의 각기 다른 교육과정을 교사 한명이 한 학급에서 운영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을 개선함과 동시에 보다 낳은 교육환경을 찾아 도심을 찾는 젊은 층의 학부모들을 농촌에 머물게 하는 결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유치원 개원 이래 평택과 아산시내에서 원아 4명이 새로 입학하기도 하는 등 흰돌 유치원을 찾는 원아는 점차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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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흰돌 유치원. |
건강·감성 키우는 다양한 프로그램
아산 흰돌 유치원 원아들의 하루일과는 통학버스에서부터 시작된다.
통학버스 동승 교사가 원아의 건강상태, 학부모 전달 사항 등을 일지에 꼼꼼히 기록해 유치원에 도착 후 담임교사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가령 원아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학부모의 당부가 있을 때에는 담임교사가 해당원아에 대한 조치사항을 카카오톡 등의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를 통해 실시간으로 학부모에게 안내하는 시스템이다.
유치원에 도착한 원아들은 ▷신체운동·건강: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안전한 생활을 실천하는 어린이 ▷의사소통: 책을 즐겨 읽고, 바른 언어생활 습관을 기르는 어린이 ▷사회관계: 나를 사랑하고, 바른품성을 실천하는 어린이 ▷예술경험: 주변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어린이 ▷자연탐구: 주변세계를 탐구하며,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는 어린이 등의 교육목표아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신체운동은 매일 1시간씩 기차놀이와 터널놀이, 물놀이, 모래놀이, 전통놀이 등의 바깥놀이 활동이 진행되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체육전담교사의 지도아래 자전거, 씽씽카, 태권도, 축구, 훌라후프 등이 운영된다.
또한 유치원은 북트리 시청각 자료와 1000여 권의 도서를 바탕으로 원아들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독서교육환경을 조성했으며, 매주 월요일 학부모 자원봉사자를 통해 진행되는 도서대여와 매주 목요일 이야기 할머니에게서 전해지는 동화여행은 원아와 학부모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자연친화적 체험활동도 눈길을 끈다.
유치원 텃밭을 활용해 자연과 사물에 대한 호기심 및 관찰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자연 속에서 스스로 배우고 느끼는 등 원아들의 감성이 자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관찰기록지를 통해 원아들이 직접 심고 재배한 채소와 유실수에서 수확한 앵두, 오디 등은 요리와 미술활동의 재료로 쓰여지고, 감자와 고추, 토마토 등은 한 끼 식사로 활용 할 수 있도록 각 가정으로 보내졌다.
유치원에서는 이외에도 원아의 적성과 소질을 개발하고, 사교육비를 경감하고자 외부강사를 활용한 영어, 과학, 음악, 언어, 창의, 미술활동 등의 특성화 및 심화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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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씽~씽~ 달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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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팩해서 더 예뻐져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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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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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벙, 첨벙 ‘신나는 물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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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흰돌 유치원 완소 귀요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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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라, 커져라. 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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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소나기에 신난 아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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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수확한 토마토가 점심식탁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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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함께 율동놀이. |
지역사회와 함께···
아산 흰돌 유치원에서 흰돌은 백석포리 마을의 옛 이름에서 따왔다. 그만큼 지역사회와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유치원 이름을 통해 밝힌 것이다.
유치원은 우선 백석포리에 위치한 아산 흰돌 경로당과 ‘3세대-1세대 간 협약’을 맺고 지난 어버이날 간단한 선물을 마련해 경로당을 방문했으며, 할아버지 할머니의 가슴에 꽃을 달아드리고 원아들이 준비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원아들이 쑥갓을 수확하는 날에 유치원을 방문해 함께 떡을 만들었으며, 원아들을 한데 모아 놓고 옛날이야기를 들려줬다고.
유치원은 또한 사제동행 푸르미를 통해 마을길을 돌며 버려진 휴지와 빈병, 담배꽁초를 줍는 등 환경보호 캠페인을 진행 중이며,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느끼기 위한 산책 프로그램에서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인사하기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뿐만 아니다.
지난 5월에는 도농 교류협력을 맺은 온양천도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원생들이 흰돌 유치원을 찾아 고구마와 땅콩을 직접 심어 보면서 농촌 생활을 경험했으며, 반대로 6월에는 흰돌 유치원 원생들이 천도초를 방문해 인형극과 레크리에이션, 매직쇼 등 다양한 문화예술을 경험했다.
아산 흰돌 유치원 김선남 원장은 “아직은 준비할 부분이 많지만 조만간 지역의 유치원 및 어린이집과의 협약을 통해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치원으로 개방할 예정”이라며 “어린이들의 행복을 목표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유치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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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흰돌 유치원 김선남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