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달아났던 전국노점상총연합회 아산지회 전 지부장 A씨가 지난 7월1일 술에 취한 상태로 천안시 남산파출소에 자진출석했다.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4개월여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아산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경찰·검찰수사에서 온양온천역 하부 공간의 풍물5일장 상인들에게 자릿세를 갈취한 혐의와 조직국장 및 간부들을 시켜 풍물5일장 상인과 노점상인들에게 공갈·협박을 지시한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특히 A씨는 구속수감 중인 조직국장의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대부분의 혐의를 부정했으나 지난 2월, 법원이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고 통보하자 갑자기 잠적했다.
이에 경찰은 2월21일 A씨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후 전국에 지명수배를 내렸으며,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A씨가 자진출석한 뒤 이튿날인 7월3일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같은 소식에 한 노점상인은 “A씨는 풍물5일장에 모여든 정체불명의 노점상인들을 끌어 모아 전노련 아산지회의 몸집을 부풀렸고, 아산에서 10여 년 이상 터를 잡고 살아온 노점상인들을 단체에 흡수할 생각으로 공갈과 협박을 일삼았다”며 “같은 노점상을 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몹쓸 짓을 벌인 A씨는 법이 정하는 최대한의 형벌로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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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릿세 갈취 및 공갈·협박 없었다던 전노련 아산지회 전 지부장이 지난 7월3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해당혐의가 입증돼 구속 수감됐다. |
‘아산 노점상’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아산시 노점상,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단체를 대표하던 A씨와 조직국장 B씨가 구속되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아산시청 도로과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초, 전노련 아산지회가 풍물5일장에 모여든 전국각지의 노점상인 70여 명을 모아 몸집을 부풀렸으며, 급기야 노점노동연대에 속해 있던 기존 노점상인 30여 명을 흡수했다.
또한 지회에 속한 풍물5일장 노점상인들은 단체를 내세워 시내일원에 노점상을 펼쳤으며, 이 과정에서 온양온천전통시장 상인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 것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노점상에 대한 ‘불법 노점상 강제철거’에서 비롯됐다. 아산시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시의 이 같은 조치에 전노련 아산지회는 지난해 7월29일부터 온양전통시장 입구(시민문화복지센터 앞)에서 ‘생계형 노점상에게 강제철거는 죽음뿐이다’라며 천막농성을 진행했으며, 각종 신문과 방송에서는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듯 ‘아산시 노점상 강제철거 논란’을 앞 다투어 보도했다.
그러나 본지에서 전노련 아산지회, 기존노점상인, 온양온천전통시장상인, 아산시청, 아산경찰서 등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천막농성을 주도한 전노련 아산지회가 10여 년 이상 노점상을 운영해온 기존의 노점상인들을 억압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회는 관련기사가 본지 홈페이지에 보도된 날인 9월10일 강제철거에 대응하던 천막농성장을 자진해서 철거한 바 있다.
전노련 아산지회는 이후에도 ‘기존 노점상을 억압한다’는 주장에 ‘사실무근’이라며 발뺌을 했으나 경찰조사결과 조직국장 B씨의 자릿세 갈취, 공갈·협박 등의 혐의가 입증돼 해당간부는 곧바로 구속 수감됐다.
지난해 취재당시 아산시청의 한 관계자는 “불법 노점상 철거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만 봐서는 안 된다. 이번 문제는 전노련 아산지회가 자신들의 입지를 굳힘과 동시에 온양온천전통시장의 이권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며 “전노련 아산지회의 문제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격이며, 특히 다수의 힘을 빌어 공권력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전노련 아산지회는 본지 735호 9월11일자 ‘아산시 노점상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나-불법 노점상 철거 위기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 공갈·협박·폭행’ 기사에 대해 ‘날조한 증언으로 보도된 소설, 심각한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의뢰했다.
그러나 언론중재위원회 대전중재부는 ‘해당 기사에서 전국노점상총연합 충청지역연합회가 주장하는 허위성을 찾지 못했다’라며 ‘이번 조정신청은 당사자 간 합의 불능 등 적합하지 않은 현저한 사유가 있으므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성립으로 한다’고 밝혔다.
때리고, 공갈·협박하고···
“전노련 아산지회는 깡패보다 더한 집단이다. 그들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
지난해 취재당시, 전노련 아산지회의 횡포를 견디다 못한 노점상인들의 하소연이다.
온양온천역 하부 공간 풍물5일장 노점상인들에 따르면 전노련 아산지회는 7구역 노점상인들에게 50만원~350만원 상당의 자릿세를 받아 챙겼으며, 그 과정에서 공갈과 협박, 영업방해 등을 일삼았다. 심지어 수년전에는 지회의 요구에 반항하는 노점상인을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졌고, 경찰조사가 진행되자 피해상인들에게 ‘자릿세를 돌려주겠으니 없었던 일로 하자’고 합의를 권해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10여 년간 시내일원에서 노점상을 운영해 온 상인들이 지회가입을 거부하자 영업을 할 수 없도록 방해했으며, 강요에 못 이겨 입회비 10만원과 월회비 3만원을 납부한 상인의 노점상을 강제로 철거하기도 했다.
전노련 아산지회의 횡포는 노점상인들에게 한정되지 않았다.
풍물5일장에서 야채를 팔던 상인이 지회에 가입하면서 온양온천전통시장 인근에서 노점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시장상인들과의 몸싸움을 유도한 후 지회에 속한 30여 명이 시장상인의 야채가게로 몰려가 난동을 피우는 등 영업을 방해했다.
또한 온양전통시장 입구에 신설노점상을 펼치는 과정에서는 이를 항의하는 상가상인들에게 망치와 발길질로 위협했고, 심지어 기존에 좌판노점상을 운영해온 할머니에게는 ‘여기서 장사를 할 수 없도록 오줌을 누겠다’라며 협박하기도 했다.
당시 한 노점상인은 “전노련 아산지회의 공갈과 협박에 시달리다보니 자면서까지 가위에 눌린다.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데, 인터뷰를 하는 지금도 그들의 보복이 너무 두렵다”고 말했다.
한편, 전노련 아산지회 전 지부장 A씨는 지난해 “전노련이 기존 노점상을 억압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먹고 살만한 몇몇 노점상의 중상모략”이라며 자릿세와 공갈, 협박 등에 대한 의혹을 일축했으나 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해당혐의가 입증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