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실(20·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 2년) 학생.
“두시간 동안 교수님의 농담까지도 받아쓰면 A4지 80장이 넘어 손에 쥐가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하는 문자통역을 보며 웃기도 하고 좋아하는 친구들을 보면 신이 납니다.”
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이은실(20)학생은 지체장애인지만 어느 대학생들보다 열심히 수업을 들으며 교수님들의 농담 한마디도 빼놓지 않고 쉴 새 없이 자판을 두드린다. 같이 수업을 듣는 청각장애 학생들의 문자통역을 위해서다.
그녀는 선천성 지체장애로 1급 판정을 받은 중증 장애인이다. 친구들에 비해 체구도 왜소하고 상지만 사용이 가능해 전동휠체어에 의지하여 움직이지만 다른 장애인에 비하면 행운아라 생각한다.
친구들의 도움만 받으며 학교 생활했던 그녀에게 나사렛대 입학은 큰 변화를 주었다. 대학교 첫 강의가 있던 날, 강의실 앞자리에는 수화통역사가 있었고 청각장애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수화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수화를 몰랐던 옆 친구는 수화통역 대신 문자통역 도우미가 앉아서 노트북을 꺼냈다. 이윽고 교수님이 들어오시면서 강의가 시작되자 옆에 앉은 도우미의 손이 쉴 새 없이 타자를 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 친구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각종 도움을 주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휠체어에 앉아 할 수 있는 문자통역이 가장 좋을 것 같아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타자를 연습하며 준비한 끝에 올해 장애학생 학습도우미를 신청했다.
초·중·고때 받은 도움을 생각하며 다른 장애학생들을 돕기 위해 나선 것이다. 이번 학기에 그녀는 일주일에 무려 49시간이나 문자통역과 대필 봉사를 하고 있다.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문자통역에 의지하여 수업 받는 이들을 위해 그녀는 교수의 농담, 학생들의 이야기, 반응 등도 받아 적는다. 요점만 적을 경우 수업에 들어가는 느낌이 살아나지 않기 때문에 세세한 것들도 문자로 통역해 준다. 지체장애인으로 글을 쓰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주당 47시간 대필 서비스도 해주고 있다.
앞으로 직업재활사가 되어 남을 돕는 삶을 살겠다는 그녀는 “단지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남을 도울수 없다는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또 다른 능력이라 여기고 당당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라며 꿈을 키우고 있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