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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기금과 맞바꾼 지역상권

대형마트와 뒷거래 수 억원, 부작용 초래

등록일 2013년04월0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대형마트가 입점하면서 수억원대의 발전기금을 특정 상인단체에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천안아산경실련과 천안시상인연합회, 천안시슈퍼마켓협동조합 등 17개 단체로 구성된 ‘중소상인살리기 충남네트워크’가 소송으로 중지된 의무휴업일 재개를 요구하며 대형마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모습.

대형마트 입점 과정에서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수억원의 지역발전기금이 전통시장과 슈퍼마켓조합에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확인된 발전기금 규모는 신부동 이마트 천안터미널점, 부성동 이마트 천안서북점이 입점하면서 지급된 최소 6억원으로 특히 지역발전기금의 사용처를 두고, 전통시장과 슈퍼조합 내에서 각종 루머와 의혹이 제기, 내홍에 휩싸이는 등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지금까지 전통시장·슈퍼마켓 시설현대화, 전통상업 보존구역 지정,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시행 등 천안시, 시민단체, 지역상인 등이 함께 지역상권을 보호하고 대형마트와 상생을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 터미널점은 지난 2010년 12월 개점했다. 앞서 입점 소식이 알려지자 신부동 터미널 인근 지역상권은 크게 반발, 천안슈퍼마켓협동조합 등 3개 지역상인단체는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신청을 제출했다.
사업조정제도는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중기청은 ‘사업조정’이 신청된 사안에 대해 90일 이내에 ‘조정심의회’ 심의를 거쳐 해당 대기업의 사업 범위 축소를 권고할 수 있다. 또한 중기청이 ‘조정심의회’가 열리기 이전에도 해당 대기업의 사업을 일시 정지할 것을 권고하는 일시정지 조치도 가능하다.
사업조정제도는 골목상권 잠식을 막을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사업조정 신청 후 이마트 천안터미널점과 지역상인단체는 지난 2010년 12월10일 사업조정 합의에 이르렀다.
합의내용은 이마트 계열의 SSM 추가 출점 금지, 영업시간 오후 10시까지 단축, 쓰레기봉투 미취급 및 라면·소주 낱개 판매 제한, 지역상인 자녀 우선채용 전단지 배포 및 판매상품 배달 제한(명절 제외) 등 8개 항목이다.
양측이 합의에 이르렀지만 당시 졸속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타결항목 가운데 지역특산물 납품 확대나 지역 기여도 제고, 소상공인 우선 채용 등은 구체적 지원내용을 담지 않고 있어 생색내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설혹 이마트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해도 이를 감시하거나 강제할 수단이 없어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발표된 합의내용 어디에도 지역발전기금 항목은 없었다.
지역의 한 중소상인은 “합의 과정에서 신세계 본사로부터 지역발전기금 모두 5억원을 받았고 이 중 천안슈퍼마켓협동조합이 3억원, 천안시상인연합회가 2억원을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상인은 “2012년 12월 개점한 천안 서북점도 입점시 천안시상인연합회에 지역발전기금 명목으로 1억원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천안 서북점이 전달한 1억원은 1차 발전기금으로 입점 후 추가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신세계 이마트 두 곳에서 전달한 6억원의 발전기금에 대해 천안시상인연합회와 천안슈퍼마켓협동조합은 다소 금액 차이는 있지만 발전기금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투명하지 않은 발전기금, 드러나는 부작용

지역발전기금에 대해 천안시상인연합회는 당시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고 발전기금은 이사회, 총회를 거쳐 투명하게 운영했다고 해명했다.
천안시상인연합회는 남산중앙시장, 중앙시장, 천일시장, 역전공설시장, 5단지시장, 천안역지하상가, 신부동상점가, 두정동 상점가 등 8개 지역상인단체로 구성됐다.
천안시상인연합회에 따르면 지역발전기금은 비가림 시설 등 시설현대화(자부담), 각 시장 상인회 운영자금, 물류센터 건립 등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발전기금이 투명하게 사용됐다는 해명과는 달리,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발전기금은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올해 1월 남산중앙시장 회장 선출 과정에서 약 1억원의 발전기금을 회장 개인이 사용했다는 루머가 나돌아 상인들 사이에서 의혹과 불신이 제기됐다. 천안슈퍼마켓협동조합 회장 선출시에도 받은 3억원을 물류센터 건립에 사용했지만 그 중 1억원의 사용처가 불명확 하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발전기금 사용 형평성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천안나들가게연합회는 천안슈퍼마켓협동조합이 천안지역 지역슈퍼마켓 전체를 대변하지 않음에도 발전기금을 받았고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은 지역슈퍼마켓은 발전기금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형마트 지역발전기금 출연 공개해야

천안아산경실련은 지난 12월21일 이마트 본사에 지역발전기금 출연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바 있다.
공문내용은 이마트가 과거 천안터미널점 등 지점을 개점하는 과정에서 사업조정신청 협의 등의 명분으로 지역 내 일부 특정 단체에 비공개로 직접 지급됐던 자금이 단체의 자금관리와 운영의 불투명성과 지역내 상인 단체간의 갈등을 야기, 여러문제점을 발생시켜 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해 12월13일 개점한 천안서북점과 관련해서도 개점 3개월 이내에 과거와 유사한 방법으로 특정 단체에 거액의 자금이 지급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지역내 상인 단체 및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이마트가 돈으로 일부 상인을 매수해서 입점한다’라는 우려의 시각을 전했다.
천안아산경실련은 이마트가 지역 중소상인과의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을 위해 ‘지역발전기금’ 등의 자금 출연이 필요할 경우 ‘천안시 대형유통기업 지역기여 권고 및 소상공인 보호 조례’ 등의 근거에 의거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와 같은 공식기구와 절차에 의해 기금이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관리되고,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자금출연 방법과 절차를 재검토 해 줄 것을 이마트 측에 강력히 요청했다.
천안아산경실련은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이마트측에 보냈지만 이마트는 공식적인 입장과 의견을 전달해 오지 않았다.
천안아산경실련 정병인 사무국장은 “천안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대형마트가 입점할 경우 발전기금이 출연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제는 발전기금이 투명하지 않을 경우 상인간 반목과 갈등이 야기되는 사례가 발생, 결국 지역상권의 분열을 초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사무국장은 “이러한 이유로 발전기금은 공개되어야 하며 비공개, 불투명한 발전기금 출연이 계속된다면 원인제공의 당사자인 대형마트의 사회적 책임과 함께 막대한 기업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천안시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 천안지역 9개 대형유통업체와 기업형슈퍼마켓이 지역경제의 장기적인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1조원이 넘는 매출액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들 대형유통업체의 지역 내 환원실적은 2011년 26억2800만원과 2012년 10월 기준 23억1100만원 등으로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지역 농산품 판매실적도 2011년 78억5400만원에서 2012년 10월까지 30억1600만원에 그쳤다.
6억원의 지역발전기금은 천안지역 대형마트 한곳의 주말 하루 매출액과 비슷하다. 하루 매출에 해당하는 지역발전기금을 비공개로 출현한 대형마트. 어쩌면 지역환원에 인색한 대형마트에 면죄부를 쥐어준 모양새다.
<공훈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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