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7일(수) 오후4시, 천안시의회 대회의실에서는 ‘2013 천안시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간담회가 열렸다.
2012년 첫 주민참여예산제를 경험한 천안시와 시민사회. 올해는 지난해의 공과를 토대로 어떤 결과물을 낼 수 있을까?
지난 3월27일(수) 오후4시, 천안시의회 대회의실에서는 천안시의회·천안주민참여예산네트워크·천안시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3 천안시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간담회가 열렸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예산편성과정에 주민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참여민주주의의 본래 의미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방재정법 개정에 따라 전국 모든 자치단체는 지난 2011년9월 법적절차를 조례로 만들고 주민참여예산제를 운영해 오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첫 인사말에 나선 최민기 천안시의회 의장은 “처음에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주민참여예산제와 관련해 의회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도 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시민들이 예산순위를 정하고 편성하고, 의견이 반영 되는 것을 보면서 이게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현재 2013년 1차 추경을 준비하고 있다. 또 9월이면 2014년 예산이 세워지기 시작하는데 이 자리가 그 과정에서 좋은 역할을 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견수렴의 방법 등 타 지역 선진사례 소개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의 이호 연구위원
이날 간담회는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의 이호 연구위원이 기조발제에 나서고, 최병호 천안시 기획예산과장이 올 2013 천안시 주민참여예산운영계획을 발표한 뒤 참가자들이 자유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호 연구위원은 전년에 주민참여예산제를 운영한 11개 지역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주제별로 압축해서 발표했다.
이 위원은 참여예산의 범위와 권한에 대해 이 위원은 선언적으로라도 예산전체로 설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좋은 사례로는 예산 전체에 참여하도록 되어있는 울산 북구, 자체사업예산중 1억이상 주요사업에 대해 참여예산위원회가 검토하도록 되어 있는 경기도 안산시, 조례상으로는 예산 전체로 규정돼 있는 서울시 등이 꼽혔다.
발표에 따르면 주민제안의 수렴방법과 관련해 대부분 지역은 인터넷, 방문, 이메일을 공통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 외 특별한 눈길을 끄는 지역은 위원과 동장 등이 마을, 아파트 별로 방문해 지역토론회를 개최하는 울산북구, 거리홍보와 콘서트 등 문화공연과 연계해 지역회의 자체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경기 안양·수원지역, 의견수렴 과정을 민간에 위탁하도록 아예 조례에 정해 놓은 인천 연수, 서울 서대문 지역이 우수사례로 꼽혔다.
이외에도 참여주민의 권한, 참여예산위원회 운영과 역할, 지역회의 운영과 역할, 홍보 및 교육, 평가 및 환류 등에 대한 지역별 우수사례와 바람직한 방향성 등에 대한 자료와 의견이 제시됐다.
‘조례에 비해 운영은 미진, 희망은 있다’
주제발표가 끝나고 천안여성회 정혜임 대표는 “모니터링한 11개 지역 중, 특히 천안의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느낌과 소감은 어떤가”를 물었다.
이 위원은 “많은 지역이 주민참여예산제를 형식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천안시의 조례는 잘 만들어졌다. 하지만 잘 되려고 노력하고 잘 되는 곳에 포함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조례에 비해 운영은 많이 못 미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런 자리가 마련된 것은 무척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 면에서 희망적이다”라고 말했다.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의 진경아 사무국장은 “주민참여예산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광주, 울산의 경우 10년 정도를 운영했다. 상대적으로 열심히 하거나 성과 있는 지역들이 이 제도를 운영하면서 얻은 가장 핵심적인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를 물었다.
이 위원은 “주민참여예산제가 활성화 되지 않는 큰 이유는 주민들에게 충분한 정보와 권한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경험도 없고, 참여해봤자 반영도 안 된다는 무용론이 확산되면 성과가 있을 수 없다. 어떤 결정을 합리적으로 내리기 위해선 충분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먼저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지역들은 타 지역보다 이런 시행오류들을 먼저 겪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경험들을 쌓았을 것이다. 참여에 대한 주민들의 욕구는 날로 커지고 있고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 주민참여예산제가 실시되고 있다. 참여민주주의로 가는 이 과정하나하나가 의미 있고 시민들의 삶의 질 고양을 위한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참여자들의 조언 이어져…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한광수 천안아산경실련 집행위원은 "주민참여예산제와 관련한 학교과정을 만들고 그곳을 졸업한 사람에 대해 기회를 주는 형식은 어떤가"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진경아 사무국장은 “운영계획을 보면 시의 의지와 노력이 보여 안심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천안시가 타 지역의 모범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다만 계획 중 홍보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확인이 안 된다. 특히 3~4월은 집중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천안여성회 정혜임 대표는 “전년의 경우 직능단체대표들, 통반장 등의 지역회의 참가비율이 높았다. 이들에 대한 참여제한을 두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녹색소비자연대 유혜정 사무국장은 “작년에 위원회에서 활동했는데 지역회의에서 올라온 제안들이 충분한 내용없이 제목만 있어 근거가 많이 부족했다. 그렇다보니 사업의 우선 순위선정에도 오류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위원회가 지역회의에서 제안된 사업을 환류하는 제도도 도입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성현 전 도의원은 “작년은 시간이 너무 촉박해 충분한 토의가 없었다. 4만5000명이 사는 청룡동이 지역회의를 한 번에 구성하지 못하기도 했다. 홍보가 정말 중요하다. 시의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시민들이 질타도 하고 칭찬도 해주면 훨씬 나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나온 대부분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다짐한 최장호 기획예산과장은 “주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 성공적으로 이끌겠다는 단체장의 노력,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의회, 시민단체들의 지원이라는 3요소가 어우러질 때 주민참여예산제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여하신 분들의 많은 의견을 토대로 천안시의 주민참여예산제가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진희 기자>
2013년의 천안시주민참여예산제는 여러 과정에서 전년보다 많은 기대를 하게 만들고 있다. 간담회 참가자들의 기념사진으로 이날 간담회는 모두 마무리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