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 장학사 비리 파문 일파만파
경찰조사를 위해 출두하고 있는 김종성 충남교육감.
충남교육청 장학사 시험비리 사건으로 경찰조사를 받아 온 김종성교육감이 지난 19일 음독을 시도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8일(월) 13시간여의 2차 경찰소환조사를 마치고 돌아온 김 교육감은 19일 오전 관사에서 ‘풀성장억제제’를 음독해 오후1시경 구조대를 통해 이송된 뒤 위세척 및 응급치료를 받았다.
김 교육감의 병원이송 직후 언론브리핑에 나선 승융배 부교육감은 “부하직원을 지도감독을 다하지 못했다는 중압감이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빨리 충남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빨리 회복해 업무에 복귀하겠다. 충남가족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새 학기를 맞이하여 학교현장에서 해야할 일이 많을 텐데 동요 없이 차질없이 새학기 준비를 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성 충남교육감은 이날 6시15분 농약중독과 관련해 국내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는 순천향대 천안병원으로 이송돼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 교육감은 1차 조사 때와는 달리 18일 2차 조사에서는 "지난해 9월 김아무개 장학사에게 응시자들에게 문제를 알려주고 받은 돈의 액수와 돈을 건넨 교사의 인원수에 등을 보고 받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김 교육감은 “보고 받은 당시는 일이 일어난 이후이고 (문제유출을)지시하지도 관여하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김 교육감이 장학사로부터 대포폰을 장학사 선발 시험 공고 직전인 지난해 6월 건네받고, 통화 시점도 돈 거래가 있었던 때에 집중되는 점, 장학사 혼자 일을 벌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진술의 진실성을 의심하고 있다.
한편 김 교육감은 2차 소환조사에 앞서 기자들에게 대포폰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큰 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지난 20일 오후2시 병원에서 언론브리핑을 열어 중독후 김교육감의 몸상태를 설명했다.
‘횡문근융해증’진단, 신장기능 이상 우려도
김종성 충남교육감이 농약을 음독해 중태다. 사진은 김 교육감의 상태를 설명하고 있는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홍세용 교수(신장내과, 순천향대 농약중독연구소 소장)
“어젯밤 서너번 구토를 했다. 병원도착 후 일반혈액검사, 소변검사 등이 진행됐고 맥박은 정상수치지만 빈맥이 있어 유심히 보는 중이다. 정신은 맑은 상태지만 팔다리 절임 현상이 눈에 띄었고 소변량이 줄어 신장기능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횡문근융해증’의 특성상 당분간은 중환자실에 있을 예정이다. 아직 ‘완쾌될 것이다 아니다’라고 확답하기는 어렵다. 2~3일 더 지나면 대부분의 증세가 나타나므로 그때가 돼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20일(수) 오후2시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에서는 전날 음독한 김종성 충남교육감의 주치의 홍세용 교수(신장내과‧순천향대 농약중독연구소 소장)의 기자 브리핑이 열렸다.
순천향대 측은 보호자 측의 요청이 있었다면서 자유로운 의견개진은 자제해 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기자들은 김종성 교육감의 증상과 입원후 경과를 중점적으로 캐물었다.
이날 브리핑에 따르면 김종성 충남교육감이 음독한 것은 ‘디캄바’라는 유독물질이 들어있는 ‘풀 성장 조절제’다. 넓은 의미의 제조체에 포함할 수 있지만 모든 풀들을 말려 죽이는 비선택성 일반 제초제와는 구별된다.
홍세용 교수는 “디캄바는 월남전에서 사용된 고엽제와 유사한 성분의 물질이다. 김 교육감이 음독한 농약은 디캄바 10%, 디캄바를 녹이는 용매 10%, 수분 80% 정도로 구성돼 있다. 현재 문제가 되는 증상들은 디캄바를 녹이는 용매 때문에 오는 중독으로 보인다. 농약중독은 증세가 바로 나타나지 않고 뒤늦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측은 현재 김종성 충남교육감에 대해 ‘횡문근 융해증’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횡문근 융해증은 근육섬유가 파괴되면서 근육섬유의 내용물이 혈액속으로 방출되는 말하자면 ‘근육이 녹는’ 병이다. 신장의 손상정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며 급성신부전증을 부를 수 있다.
김 교육감이 음독한 농약의 경우 한두모금 정도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지만 김 교육감의 경우 300cc가량을 음독했고 구조대가 도착해 위세척을 하기까지 1시간30분가량이 소요돼 절반이상은 장으로 내려갔으므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이 병원측의 설명이다.
돈주고 시험문제 산 합격자 18명
김종성 충남교육감의 음독과 별개로 충남경찰은 수사 및 신병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장학사 선발시험 문제 유출을 주도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로 충남교육청 본청 소속 장학사 조모(52)씨 를 22일(금)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관련자 신병처리 등 중등 분야에 대한 수사를 3월 초까지 끝낸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장학사 시험문제를 받고 돈을 건넨 합격자는 모두 18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찰은 다음 주까지 이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혐의가 인정된 합격자들에 대해서는 전원 불구속 입건할 방침이다. 또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는 혐의자들에 대해선 구속 수사 등 엄정 대응할 계획이다.
음독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김 교육감에 대해서도 회복 상태에 따라 신병처리에 들어간다는 입장.
경찰은 내주 중 중등교육전문직 시험 유출비리사건을 일단락 짓고 곧바로 초등 교육전문직 문제유츨 사건에 대한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