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을 망월이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이날 달이 솟아오르는 것을 남보다 먼저 보면 좋다고 해서 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렸다가 앞 다투어 소원을 빌었어요. 또한 집터를 지켜주는 지신에게 고사를 지내는 지신밟기도 흥겨웠지요.”
지난 23일 열린 아산시 온양6동 좌부교에서 열린 ‘제9회 설화 달맞이 축제’. 축제를 준비한 서병관 위원장은 마을에서 정월대보름과 관련한 전통문화가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9년째 행사를 이어온다고 전했다.
|
아산시 대표 달맞이 축제로 자리매김 하겠어요 - 서병관(57·설화 달맞이 축제 위원장) |
“우리 어렸을 때에는 정월대보름날 동쪽 하늘에서 크고 둥근 달이 솟아오르면 손에 들고 돌리던 망우리(쥐불놀이)를 서둘러 내려놓고 두 손을 모아 달에게 소원을 빌었지요. 마을 어르신들은 그날 달빛을 보고 일 년의 농사를 점치기도 했는데, 달빛이 희면 장마가 질 징조고 흐리면 흉년, 맑으면 풍년이 될 것이라고 말씀들 하셨지요.”
서 위원장에 따르면 한 해의 첫 만월은 예부터 풍요와 번성의 상징으로 여겨 농작물의 풍년과 흉년을 점치기도 했으며, 개인의 한 해 운을 기원하는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날 달맞이를 할 때 주위를 밝게 하기 위해 대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볏짚과 솔가지, 땔감 등으로 달집을 만들었으며, 달집에는 달이 뜨는 동쪽에 문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어린시절 정월대보름이 되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달집 주위에서 망우리를 돌렸어요. 그때에는 논에서 달집을 태우면 농사가 잘 된다고 해서 보통 논에서 달집을 태웠지요. 그리고 달집을 태울 때 남보다 먼저 불을 지르거나 헝겊을 달면 아이를 잘 낳는다고 했어요.”
또한 그는 달집 사르기라고도 하는 달집 태우기에서 달집 속의 대나무가 타면서 터지는 소리에 마을의 악귀들이 달아났다고 전하며, 달집이 고루고루 잘 타면 풍년을, 도중에 불이 꺼지면 흉년을 점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산에는 산신, 물에는 용왕신, 하늘에는 하느님과 일월성신이 있다고 믿었어요. 또한 대청마루의 성주신, 안방의 삼신할미, 부엌의 조왕신 등 집안 각 처소마다 신들을 모시고 조금이라도 큰 행사가 있으면 고사를 지냈지요. 해서 달집을 태울 때마다 기원제를 올렸던 것이지요.”
정월대보름에는 달집 태우기와 기원제 외에도 지신밟기라는 풍습이 전해진다.
음력 정초에 지신을 진압함으로써 악귀와 잡신을 물리치고, 마을의 평안과 건강, 풍작, 가정의 다복 등을 축원하는 지신밟기는 꽹과리와 징, 북, 장구 등의 풍물놀이로 진행됐다. 또한 이들 풍물패는 집집마다 지신을 밟으며 지신풀이를 펼쳤으며, 마을주민들은 풍물패가 자기 집에 당도하면 고사상을 차리고 음식을 대접했다.
“사라지는 전통문화를 복원하고 마을의 화합을 다지고자 설화 달맞이 축제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2004년 ‘제1회 설화 달맞이 축제’를 개최할 당시만 해도 옛 풍습을 간직하고, 마을주민의 평안을 기원하는 소박한 마을잔치였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인근 마을주민과 시민들까지 참석해 이제는 제법 큰 행사로 발전했네요.”
서 위원장에 따르면 2007년도까지의 ‘설화 달맞이 축제’는 달집 하나만 지어놓고 주민 100여 명이 벌이는 간소한 잔치였다. 그러나 축제를 찾는 사람들이 점차적으로 증가해 2008년부터는 아산시의 지원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시에서 보조금을 지원해 주어도 축제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마을 공공기금을 지출해야 되는데 그 때문에 마을사람들 간에 이견도 많았어요. 그러나 지금은 몇몇 기업에서 후원도 해주고, 많은 주민들이 자원봉사에도 참여하는 등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축제를 열고 있어요.”
설화 달맞이 축제에서는 매년마다 축제를 찾는 시민·관광객들에게 오곡밥을 무료로 나눠주고, 주민화합 노래자랑을 개최해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달집 태우기와 함께 진행되는 화려한 불꽃놀이는 설화 달맞이 축제의 특별한 볼거리로 자리잡았다.
설화 달맞이 축제 서병관 위원장은 “설화 달맞이 축제가 내년이면 제10회를 맞게 되어요. 해서 내년 행사에서는 한 해의 건강을 비는 의미로 호두와 밤, 땅콩 등을 담은 부럼을 준비할 계획이에요”라며 “행사장을 찾는 시민들이 ‘마땅히 살 것이 없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셔서 내년 축제에서부터는 주민들이 직접 농사지은 찹쌀과 검은 쌀, 쌀, 서리태, 미주콩, 자연산 나물 등을 농사비용만 받고 판매할 예정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을 진행하다보면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있지만 축제를 찾아주신 많은 시민과 관광객, 자원봉사에 나서준 마을주민들 때문에 힘을 낼 수 있어요”라며 “보다 다양하고 풍성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아산시의 대표 달맞이 축제로 자리매김 할 계획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겠어요”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