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 장학사 시험문제 유출사건.
돈을 주고 사전에 장학사 시험문제를 사고 팔아 ‘장학사게이트’로 까지 비화되고 있는 이 사건에 김종성 교육감이 직접 관여했다는 정황이 파악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 교육감은 지난해 치러진 충남교육청 교육전문직(장학사·교육연구사) 선발 시험과 관련 도교육청 소속 장학사들에게 문제 유출을 ‘지시한 혐의’(위계 공무집행 방해)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15일 김종성 교육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밤 10시까지 강도높게 조사했고, 18일(월) 2차소환을 통해 추가조사를 벌였다. 지역 교육계 수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만큼 경찰은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교육감은 일단 1차 경찰 조사에서 “아는 바도, 지시한 바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2차 조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그의 신병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만약 김 교육감이 구속된다면 강복환, 오제직 전 교육감에 이어 세 충남교육감이 잇따라 경찰 조사를 받고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꼴이 된다.
충남교육청 개청이래 ‘최대의 위기’라는 지적이 현실이 되고 있다.
경찰, '김종성 교육감이 직접 지시했다'는 정황 확보
장학사, 출제위원, 응시교사 등 혐의연루자 20여 명, 오간 돈 2억6000만원
참담한 교육계, 시민사회단체들 '교육감 자진퇴진하라' 요구
앞서 경찰은 장학사 시험 문제 유출 사건과 관련, 도교육청 소속 장학사 3명과 교사 1명을 구속한 바 있다. 천안에서는 이 사건과 관련해 한 장학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마저 발생했다.
하지만 경찰조사가 진행되고 교육감조차도 ‘대포폰’을 사용한 정황이 밝혀지면서 이 사건은 개인의 비리가 아닌 ‘조직적인 비리’로 파악되고 있다.
‘감사’업무 담당 장학사가 주요 피의자
노모 장학사 등이 장학사시험 응시 교사로부터 받은 돈은 확인된 것만 2억6000만원. 경찰은 구속된 노 장학사 고향 선배의 계좌에 있던 2억3800만원을 찾아 압수했다.
충남경찰청은 지난 14일(목), 충남교육청 소속 장학사 선발 업무 담당인 조모(52) 장학사와 감사 업무 담당인 김모(50) 장학사 등 2명을 장학사 시험문제 유출을 주도한(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작년 실시된 장학사 선발시험에서 응시자에게 논술·면접 문제를 알려주고 돈을 받은 혐의로 노모(47) 장학사, 노씨에게 시험문제를 받고 합격한 대가로 2000만원을 건넨 천안 모 고등학교 교사 1명을 구속한 바 있다.
경찰은 이번에 구속된 조모, 김모 장학사가 앞서 구속된 노 장학사와 시험문제 유출과 돈을 받는 과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노 장학사와 공모해 장학사 시험 응시교사 18명(중등 16명, 초등 2명)에게 1인당 1000만~3000만원씩 받고 시험문제를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범죄자들이 하듯 유심칩을 갈아 끼우는 등 대포폰 14대를 썼다.
경찰에 따르면 인사 담당인 조 장학사는 출제위원을, 감사 담당인 김 장학사는 각 지역을 돌며 문제를 건넬 응시 교사를 주로 포섭했다.
교사들을 만나 돈을 받은 것은 구속된 노 장학사가 주로 맡았다. 이들은 논술시험이 면제되는 교감의 경우 1000만원, 경력이 많은 교사는 2000만원, 경력이 짧은 교사는 3000만원을 받는 등 문제 유출 대가를 차등 적용했다. 응시교사 가운데 평소 친한 지인, ROTC 선후배, 함께 재직했던 동료교사 등이 포섭 대상이었다.
노 장학사 등이 응시 교사로부터 받은 돈이 확인된 것만 2억6000만원. 경찰은 구속된 노 장학사 고향 선배의 계좌에 있던 2억3800만원을 찾아 압수했다. 경찰은 “이들은 출제 위원이 시험문제를 내기 전 응시 교사에게 예상 문제를 알려줬다. 논술 및 면접시험 출제 위원 2명씩 4명을 포섭한 뒤 교사들에게 전달한 문제가 시험에 출제되도록 철저히 준비했다”고 밝혔다.
김종성 교육감 ‘대포폰’ 사용, ‘직접 지시’ 의혹까지
범행에 사용된 대포폰들, 김종성 충남교육감도 대포폰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른바 ‘장학사 게이트’에 연루된 교육계 인사가 지금까지 장학사 3명과 출제위원 4명, 응시 교사 18명 등 20여명이 넘고, 이들이 주고받은 돈은 2억6000만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단순히 장학사 3명이 시험문제 유출과 뇌물수수를 모의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설마설마 했던 윗선은 충남교육의 수장인 ‘교육감’에까지 연루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김종성 교육감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전격 소환돼 조사를 받아 충격을 줬다.
충남지방경찰청 조대현 수사2계장은 “김 교육감으로부터 문제 유출 지시를 받았다는 김모(50·구속) 장학사의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증거 등 물증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조 계장은 “장학사들이 문제유출 대가로 받은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등 추가 조사를 거쳐 김 교육감의 신병 처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종성 교육감이 구속된 김모 장학사한테서 대포폰을 건네받아 사용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김 교육감이 대포폰을 사용한 경위 등도 캐고 있다.
경찰은 김 교육감에 대해 대포폰을 통해 누구와 언제, 어떤 통화를 했는지와 구속된 장학사 노씨 등에게 사건을 지시했는지, 장학사 시험 뒤 경찰 수사 이전에 사건을 파악하고도 묵인했는지, 노씨 등이 받은 돈 가운데 일부가 전달됐는지 등 의혹 전반에 대한 조사를 강도 높게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감은 자진 퇴진하라’
교육감까지 이번 비리에 피혐의자로 조사되자 지역 교육계는 충격에 빠져있다.
김지철(천안) 교육의원은 “뭐라 말할 수 없이 부끄럽고 참담하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이후, 이번 일을 계기로 충남교육는 환골탈태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등교육실현을위한 천안학부모모임의 김난주 회장은 “아이들에게 바른품성 5운동을 실천하라며 목에 펜던트까지 달고 다니던 장학사들이 다 시험문제를 사서 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교육계의 부패와 비리가 이정도인가 하는 현실을 절감하게 돼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관련한 성명도 잇따르고 있다.
2월1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세종충남지부는 ‘김종성 교육감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명백하게 밝히고 인사비리는 물론 대포폰 사용 등 잘못된 사실들에 대해 도민들과 교육가족에게 백배 사죄를 해야 할 것이며, 처절한 반성을 바탕으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만일 그러한 노력이 보이지 않을 경우 전교조 세종충남지부는 200만 도민과 교육가족의 이름으로 제반 시민사회단체들과 연계하여 교육감의 책임을 묻기 위한 방안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월1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충남지역본부는 ‘우리는 가정에서 혹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잘못을 했으면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사과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것이 최소한의 도리이고, 책임이며, 정의라고 배웠다. 이제 충남도민이 충남도교육감에게 가르칠 차례다. 충남도교육감은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사과와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것이 충남도민을 우롱하지 않는 처사이며,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도리이고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진희 기자>
김 교육감, ‘책임지고 물러나는게 도리’
충남희망교육실천연대, 18일 교육청앞 기자회견
지난 18일 충남교육청 앞에서는 충남지역 30여개 시민사회교육단체로 구성된 ‘충남희망교육실천연대’(실천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김종성 교육감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 18일 충남교육청 앞에서는 충남지역 30여개 시민사회교육단체로 구성된 ‘충남희망교육실천연대’(실천연대)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30여 단체 대표들이 참석한 이 자리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 이번 사건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실천연대는 이 자리에서 ‘인사비리·대포폰 김종성 교육감 퇴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실망과 개탄의 수준을 넘어 작금의 충남교육청 실태는 우리를 슬프게 만들고 있다. 교사를 비롯해 교육계가 다른 어떤 직업보다도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것은 미래 이 나라를 이끌어 갈 청소년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할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충남교육청은 장학사라는 자리를 돈을 주고 사고 판 것도 모자라, 문제가 출제되기도 전에 유출되고 대포폰을 사용했으며 범죄 사실을 숨기기 위해 모의를 통해 은폐에 나서는 등 그 수법에 있어서도 범죄집단을 방불케 하는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로 드러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장학사 중 감사 업무를 담당하는 자가 포함되었다는 데는 할 말을 잊게 만든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종성 교육감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모든 사실을 명백하게 밝히고 인사비리는 물론 대포폰 사용 등 잘못된 사실들에 대해 도민들과 교육가족에게 백배 사죄를 해야 할 것이며, 깊은 반성과 함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도리이다. 그것만이 이미 나락으로 떨어진 충남교육을 되살려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충남희망교육실천연대는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제반 가입단체는 물론 200만 도민과 교육가족의 이름으로 시군단위의 항의 집회와 서명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교육감 퇴진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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