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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유류피해 주민들의 정서를 헤아리지 못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하고 있다. |
“태안기름 패해주민들은 삼성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 반면 충남도에서는 삼성에게 광고협찬을 의뢰해 내포신도시 홍보 광고를 하고 있다. 말이 되나.”
충남도(도지사 안희정)가 내포신도시 홍보용 방송 광고를 하면서 삼성의 협찬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충남도는 유감을 표명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도의회는 안희정 지사가 직접 사과할 것을 요구하며 예산심의를 중단한 상태다. 충남도는 최근 내포신도시 도청 이전을 앞두고 언론에 ‘충남도청 내포시대 개막’을 주제로 한 공익광고를 내보냈다. 광고비는 지역 내 기업들로부터 협조를 받아 집행하기로 했다. 도는 이 과정에서 KBS 방송광고에 천안·아산에 소재한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 계열사들을 끌어들였고, 실제 방송 광고 말미에도 후원·협찬사로 삼성 로고가 노출됐다.
피해주민들 “참담한 심정으로 삼성과 싸우고 있는데…”
이를 본 태안지역 주민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태안유류피해대책위원회 관계자는 “5년 전인 2007년 12월 7일 삼성으로 인해 청정해역인 태안 앞바다가 시커먼 기름띠가 백사장을 뒤덮었다”며 “피해민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가해 기업인 삼성과 싸우고 있는 때에 이를 뒷받침해야 할 충남도가 삼성과 짬짜미를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남도의회도 즉각 이를 문제 삼고 나섰다. 충남도의회(의장 이준우)는 지난 10일 “안희정 지사의 사과와 대화가 있을 때까지 예산심의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의회는 이날 오전 도의회 의장단, 상임위원장, 예결특위위원장, 서해안유류특위위원장, 각 정당 대표들과 긴급회의를 열고 “지역의 정서를 외면한 협찬광고에 대한 도지사의 대 도민 사과와 피해주민과의 진정성 있는 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앞서 기름유출 5년이 되는 지난 7일 도의회 정례회 예결특위 2차 회의도 “피해주민이 생업을 뒤로한 채 삼성본사 상경집회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충남을 홍보하는 동영상 광고에 삼성의 협찬을 받은 것은 지역 정서상 전혀 맞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회의를 중단했다. 도의회 서해안 유류사고지원 특별위원회(위원장 명성철)도 지난 9일 “가해자인 삼성이 1000억 원의 지역발전기금 출연약속 이외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와중에 충남도가 도 홍보영상 제작비를 삼성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충남도, “유감스럽게 생각…삼성 로고 삭제 후 광고”
이에 대해 충남도는 9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피해 주민들의 정서를 헤아리지 못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지난 7일 방송사 측에 해당 공익광고 중단을 요청했고 앞으로 삼성 로고 삭제 후 광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린 것에 대해 거듭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도에서는 국제기금 피해보상 마무리와 법원 사정재판 대응, 지역경제활성화, 피해주민 건강, 삼성 문제 해결 지원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름유출피해로 인해 태안 어민들의 주 소득원이었던 굴과 홍합 등 조개류 개체 수가 크게 줄어 수산물 위탁판매 실적이 5년 전에 비해 크게 줄은 상태다. 그런데도 지난달 말 기준 전체 피해배상 청구 금액 2조7000여억 원(청구건수 2만 8000여건)중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에서 인정한 금액은 1798억여 원(4762건)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국제기금의 결정과는 별도로 유류오염손해배상을 위한 제한채권 조사를 위한 사정재판(청구금액 4조2000억 원)을 벌이고 있다. 사정재판으로 확정된 채권은 1500억 원 범위에서 유조선사인 허베이스피리트사가 부담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국제조약에 따라 3480억 원의 한도 내에서 IOPC펀드가 책임을 부담한다. 이 한도를 초과할 경우 유류오염사고지원 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