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여개 단체가 등록된 천안NGO센터. 하지만 이번 천안시 민관합동워크샵에서의 시민참여는 민망한 수준이었다.
시민의 시정참여 기회 확대와 민·관의 협력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실시된 민관합동워크샵.
8개의 주제로 나뉘어 5일부터 시작된 제2회 천안시민관합동워크숍이 지난 16일(금) 모두 마무리 됐다.
기초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참여와 소통의 지방자치 2.0 시대를 표방’하며 지난해 처음 실시된 민관합동워크샵은 많은 아쉬움과 한계 속에서도 민과 관을 함께 자극하며 새로운 의사소통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열린 제2회 민관합동워크숍은 1차 때의 성과와 과제를 거의 이어받지도 풀어내지도 못하며 아쉬움만 남긴 토론회로 마무리 되고 말았다.
준비기간 부족, 내용도 부실
제2회 민관합동워크숍이 열린 첫날인 지난 5일(월) 오후 2시30분. ‘천안시 출범50주년의 의미, 그 정신적 가치와 계승’이라는 제목의 워크샵이 그 시작을 알렸다.
발제자로는 김성열 천안시출범5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부위원장과 최민기 천안시의장이 나섰다. 하지만 방청객을 메운 시민은 관계자까지 포함해 20명 내외. 김성열 부위원장은 “워크샵 얼마 전에 의뢰를 받아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이틀 후 열린 워크숍에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발제자로 나서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열린 ‘천안시 민관거버넌스 실천체계 구축방안’ 워크숍에는 이성호 천안부시장과 김영수 천안시의회 부의장 등도 함께 했다. 하지만 정작 안 지사는 “인사말만 하고 갈 줄 알았는데 기조발제자로 되어 있는 건 몰랐다. 비서실과 조율이 잘 안된 것 같다. 시간을 충분히 내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사정인즉 주최측은 발제자로 안 지사를 섭외했고 도청관계자부터 원고까지는 받았다. 하지만 안 지사의 일정에는 주제와 관련해 인사말을 하는 것 정도로 처리된 것. 이날 4명의 토론자들에게는 각 3분 내외의 비상식적인 시간만 주어졌다. 결국 토론회는 안지사의 다음 일정에 맞춰져 1시간 남짓만에 모두 끝이 나버렸다.
8일 열렸던 워크샵은 ‘천안 학교성폭력 사건으로 본 학교내 예방책 모색’.
천안판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인애학교 사건’을 정리학고 학교성폭력 예방과 관련한 여러 주체들의 의견을 모으는 자리였지만 토론을 듣는 시민은 10명 정도에 그칠 정도로 자리가 텅텅 비었다. 이날 같은 시각 도교육청이 인애학교 학부모들과의 면담을 추진해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주제 자체가 주는 무게감과 민관 합동토론회의 애초 취지를 무색케 하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상대적으로 토론회 중 ‘원도심 재생의 정책방향과 공공성 회복’, ‘천안지역 사립작은 도서관 활성화 방안’, ‘지역아동센터의 교육기능 강화를 위한 시민단체의 역할’은 어느 정도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워크숍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가장 원하는 천안시의 정책반영과 예산편성은 토론회 개최 시기상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시장고발로 인한 관계경색이 원인?
이번 제2회 민관합동워크샵에 지원된 예산은 전년과 동일한 3300만원. 하지만 올해는 투입된 예산에 비해 토론의 질적인 수준은 물론 기본적인 시민참여도까지 아쉬운 부분들만 크게 도드라졌다.
민관합동워크샵이 이렇게 열릴 수 밖에 없었던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지난 5월, 시민단체들이 성무용 시장과 공무원들을 분식회계의 책임을 물어 검찰에 고발한 이후 양측의 관계가 경색된 게 가장 큰 원인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천안NGO센터 강윤정 사무국장은 “민과 관이 모여서 토론하는 문화는 아직 정착된 것이 아니다. 일단 두 주체가 한 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사실 여러 가지 정황상 토론회의 개최 자체가 어려운 것 아닌가 하는 상황에서 촉박한 일정을 세울 수 밖에 없었고 이후 워크샵의 내용까지 충실히 챙기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강 사무국장은 “내년부터는 주제선정 단계부터 관과 함께 사례, 이론까지 공유해 진정한 워크샵으로 추진하겠다. 천안NGO센터도 3월부터 7,8월까지 모든 역량을 결집시켜 시정에 반영될 수 있는 의제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NGO센터측은 ‘참가단체를 비롯해 600여 곳에 토론회를 알리는 우편을 발송하고 언론사들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보도자료를 발송했다. 토론회에 들어간 비용외에 경실련에서는 원도심주민 교육프로그램을, 환경운동연합은 마을만들기 사례답사를, KYC는 천안지역 사립작은도서관 운영실태 전수조사 등을 진행했거나 예정하고 있다. NGO센터도 12월 중 종합보고회 추진 등 논의를 통해 후속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