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10시30분, 천안교육지원청 앞에는 200여 명에 가까운 충남지역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여 파업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호봉제 시행, 교육감 직접고용, 교육공무직 법안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천안에는 시간제 근무자를 포함해 1800여 명의 학교회계 비정규직 근무자들이 행정, 조리 등 35개 직종에서 근무하고 있다.
‘호봉제를 통한 저임금 해소! 교육감 직접고용을 통한 고용안정!’
충남지역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200여 명은 지난 9일 오전10시30분 천안교육지원청 앞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급식조리원, 상담원, 청소원, 행정업무보조원, 특수교육보조원, 방과후강사 등으로 일하는 학교비정규직노동자의 대부분은 낮은 임금과 정규직이 받는 복지혜택 제외 등의 처우뿐만 아니라 정년과 계약기간 등의 고용관계에서도 차별이 심각하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같은 업무에 종사해야 하는 상시근로자 임에도 불구하고 임금체계는 근로기준일수에 따른 연봉제로써 대부분의 직종이 월 100만원 내외의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이날 파업으로 충남에서는 국·공립 630개교의 14.1%인 89개교에서 급식이 중단됐다. 여기서는 각각 도시락 지참(41개교), 빵·우유 대체(22개교) 등의 조처가 이뤄졌다.
전국 곳곳에서 진행됐던 이날 파업에는 1300여 곳의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가 차별을 가르치는 곳이 되어선 안 된다
대부분 생애 첫 번째 집회요, 파업이었던 이날. 천안ㅇ초등학교에서 사무업무보조로 10년간 근무하다 해고된 고명숙 충남지부장은 감회에 젖었다.
첫 인사말에 나서 고 지부장은 “1년을 근무하나 10년을 근무하나 똑같은 임금을 받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또 배움의 전당인 학교에서 비정규직, 고용불안이 일상적인 것이어서는 안 된다. 학교비정규직들을 교육공무직화 함으로써 우리가 신명나게 일하고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지부장은 “우리도 이렇게 파업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교육감이 한 번 만나주는 것만 약속해 줘도 파업은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조차 응하지 않았다. 교육청이 이런 식이라면 2차, 3차 파업도 불가피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는 여러 단체 대표들의 연대사도 이어졌다.
김지철 충남도 교육의원은 “교육감 직접고용, 호봉제는 너무나 당연하고 정당한 요구다.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난주 평등교육실현을위한 천안학부모회 대표는 “학교는 정의, 평화, 민주를 낳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벌어지는 이런 고용관계는 말이 안 된다.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충남지역본부 유희정 사무처장도 “학교가 차별을 가르치는 곳이 되어선 안 된다”며 힘을 실었다. 고충환 전교조 충남지부 부지부장도 “학교라는 이름을 달고 한 첫 파업이다. 아줌마에서 노동자가 된 것을 축하드린다”며 조합원들을 격려했다.
전교조, 통합진보당 지지성명 발표
전교조 충남지부는 이날 파업에 앞서 지난 8일 ‘충남교육청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를 즉각 수용하라’라는 제목의 지지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교육당국에 있다. 최근 5년간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교육지원 사업의 확대로 인력수요가 대폭 증가했으나 교육당국은 비정규직만 확대했다”고 꼬집었다.
또 “학교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이 있다면 예산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인력운영을 통해 교육행정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은 절실한 학비노동자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교과부장관과 충남교육감은 즉시 단체교섭을 개시해야 하며, 국회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를 교육공무직으로 전환하는 입법을 시급히 처리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도 9일 지지성명을 내놨다.
이들은 “조합원의 74.3%에 달하는 학교비정규직노조원들이 파업찬반투표에 참여했고, 91.2%에 달하는 수가 파업에 찬성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동안의 학교비정규직의 근무조건이 열악하였고 고용의 안전성이 보장되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증거”라며 “수 십년간 학교 현장에서 일해도 백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과 언제 해고될 지 모르는 고용불안정, 심부름에 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차별대우를 받으면서도 아이들에게 해가 될까봐 묵묵히 일해왔던 전국의 이십만명에 달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하여 통합진보당은 적극 지지하고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교육청, 학교운영위 ‘엄중대처’ 천명
이에 반해 천안학교운영위원회연합회는 파업이 예고된 지난 6일 성명서를 통해 “학교에서의 파업은 학생 교육에 차질을 가져와 교육현장에 혼란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교육당국과 학부모를 협박하는 것”이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파업을 하겠다는 발상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으므로 학교비정규직노조의 파업 예고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도 교육청도 ‘파업참가자는 무노동 무임금, 폭력과 파괴행위시 고발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충남교육청 박연기 총무과장은 “충남교육청은 올해 학교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위해 연봉인상, 교통보조비 등 7개 수당 신설확대, 맞춤형복지비 증액 등에 85억여원을 추가 투입한 임금체계 개선과 호칭개선, 표창제도 신설, 인력풀제 운영 등 15개의 근무여건 증진 방안을 시행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박 총무과장은 “비정규직노조에서 주장하는 호봉제 도입과 교육공무직 특별법 제정 등은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중앙정부와 국회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라며 “이와는 별도로 학교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급식조리원, 상담원, 청소원, 행정업무보조원, 특수교육보조원, 방과후강사 등으로 일하는 학교비정규직노동자의 대부분은 낮은 임금과 정규직이 받는 복지혜택 제외 등의 처우뿐만 아니라 정년과 계약기간 등의 고용관계에서도 차별이 심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