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고교평준화시민연대(고평연대)가 충남지역고교평준화에 대한 시민공청회와 여론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향후 고교평준화 논란은 여론조사 과정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가 뜨거운 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고교평준화, 제대로 된 여론조사․공청회 서둘러야”

천안고교평준화시민연대(고평연대)가 충남지역고교평준화에 대한 시민공청회와 여론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고평연대는 지난 23일(화),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충남교육청은 지난 7월26일 65%가 찬성해야 고교평준화를 도입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례안을 공포했다. 이후 2개월 만에서야 타당성 조사, 여론조사의 절차와 방법 등을 담은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하는 바람에 사실상 2014년 고교평준화 실시를 어렵게 해버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도교육청이 그렇게 늦게나마 입법예고한 이 시행규칙안의 내용도 문제다. 여론조사 대상을 보면 학생, 학부모, 교직원과 별도로 학교운영위원과 고등학교 동문회까지 끼워 넣었다. 이는 특정집단의 이해관계에 공교육을 종속시키는 부적절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당장 공청회를 열어서 비평준화를 고수하는 충남교육청의 객관적 논리를 제시하라. 또 천안지역에서 조속히 여론조사를 실사하되, 오직 고입전형의 당사자이자 학교의 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의 전수조사로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고평연대는 앞으로 고교평준화를 실현시키기 위한 10만 천안시민들의 여론조사 실시 청원서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고평연대에는 평등교육실현을위한천안학부모회, 참교육학부모회천안지회와 전교조천안중등․초등지회 등 2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고평연대, ‘여론조사서 동문회, 교육전문가 삭제해야’

고평연대가 특히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충남교육청이 제시한 시행규칙 입법예고(안) 제5조(여론조사 대상 및 방법) 1항이다.
이에 따르면 현재 충남교육청은 여론조사 대상으로 학생, 학부모, 교직원, 학교운영위원, 교육전문가, 고등학교 동문회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고평연대는 도교육청이 입법예고한 시행규칙안에 대해 법률전문가에게 검토를 의뢰해 의견을 받은 결과 상위규범인 조례를 위반해 ‘위법하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도교육청이 밝힌 시행규칙은 고교평준화 조례 제2조 1항4호 ‘해당지역 학생,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100분의 65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 어긋나 위법하다 것. 고평연대는 2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충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충남도 고교평준화 조례에 정한 여론조사의 대상은 마땅히 해당지역에 거주하는 학생, 학부모 등 지역주민에 한정돼야 하고 여론조사의 대상이 되는 주민의 그룹은 해당지역 일반주민에 대한 여론을 대표할 수 있는 표본그룹 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가능한 표본그룹인 주민에 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라며 교육청 입법예고안에서 고등학교 동문회, 교육전문가 등은 삭제할 것을 촉구했다.

정원영 상임대표는 “고교평준화 찬반의 특정 입장을 염두에 두고 여론조사의 대상과 방법, 크기를 결정한다면 이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 왜곡’이 될 것”이라며 “이런 여론왜곡은 자칫 충남교육의 미래와 학생․학부모의 삶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시행규칙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여론조사 결과가 도출 될 수 있도록 입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연대 김난주 상임대표는 “학교 주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김종성 교육감에게 천안시민의 바람이 무엇인지 다시 확인시켜주겠다”며 “고교평준화 실현하기 위해 거리, 학교, 아파트 등지에서 고교평준화를 염원하는 10만 천안시민들의 뜻을 담아 학생차별, 교육격차가 없는 천안교육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동문회․학운위, ‘우리도 교육당사자’

고평연대의 이런 주장에 대해 고교동문회와 학교운영위원회는 바로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나섰다.

천안지역 5개 고등학교 총동문회로 구성된 천안고교평준화반대범시민연대 윤현구 대표(중앙고 총동문회장)는 “고교 동문회는 모교에 매년 1억 원 상당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는 당사자다. 오히려 고교평준화 찬성 측에 있는 단체들의 면면을 보면 농민회, 노동총연맹 등 교육과 무관한 단체가 대다수다. 교육당사자가 아닌 것은 그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석용 천안시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장도 “학운위는 학부모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구성원 80%가 학부모다. 대상을 한정지을 것이 아니라 전 학생과 학부모에게 의견을 물어봐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